암흑 속 ‘빛나는’ 개성공단…‘야간작업’하나?

개성공단을 촬영한 10월 5일 자 야간 위성사진. 개성공단이 자리한 지점에서 빛이 관측된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캄캄한 밤에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북한 개성공단에서 밝은 빛이 포착됐습니다. 야간에도 개성공단을 무단 가동하는 정황으로 해석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일 밤 북한 개성 일대 모습을 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위성사진에 밝은 빛을 발산하는 3개 지점이 찍혔습니다.

정확한 촬영 시간은 표시돼 있지 않지만 이들 3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대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여 해가 떨어진 저녁 혹은 그 이후로 추정됩니다.

위성사진 좌표를 일반 지도와 대조해 보면 3개 지점은 개성 시내, 남북 공동경비구역 내 한국 대성동 마을, 그리고 개성공단과 일치합니다.

개성 시내와 대성동 마을이 밝게 빛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한국 기업의 공장 단지가 밀집한 개성공단에서 한밤중에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북한이 야간에도 공단을 무단으로 가동하고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를 촬영한 10월 5일 자 야간 위성사진. 개성공단이 위치한 지점(사각형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개성공단에서 빛이 관측된 건 올해 6월부터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개성공단이 위치한 지점은 바로 옆 대성동 마을과 비교해 매우 어두운 색으로 표시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6월 들어 해당 지역이 점차 밝아지고 불빛 면적도 넓어지는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 이어 최근엔 대성동 마을이나 개성 시내와 비슷할 정도로 빛의 강도가 세졌습니다.

개성공단은 올해부터 건물 수십 곳에서 차량과 인파가 포착되는 등 본격적인 무단 가동 조짐을 보여왔습니다.

올해 2월(왼쪽)과 9월(오른쪽) 북한 개성공단 일대를 촬영한 야간 위성사진. 2월엔 개성공단 부분이 어둡게 표시되지만 9월엔 밝은 빛이 관측된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앞서 VOA는 지난 4월 위성사진을 분석해 개성공단 내 건물과 공터 등 21곳에서 버스와 인파, 자재 등을 포착했습니다. 이어 8월엔 40여 곳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야간 위성사진에 찍힌 불빛을 통해 북한이 낮 시간대뿐 아니라 밤에도 공장을 불법 가동하는 듯한 정황을 노출한 것입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내 공장 건물과 각종 장비와 설비는 모두 한국 측 자산으로, 북한이 이를 이용하는 건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북한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6월 14일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관련해서도 소송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