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언급대로 핵실험 재개를 위해 금지조약의 비준 철회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두마는 이날 성명을 통해, 뱌체슬라프 볼로딘 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가 오는 18일까지 국제문제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취소 선택지를 연구하도록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열흘 뒤인 18일 열리는 두마 평의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볼로딘 의장은 의회 지도부와 논의 끝에 "비준 철회는 국익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소치에서 진행된 발다이 토론 클럽 연례 행사 마지막 날 기조연설에서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 1990년 이후 33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전세계 사정권' 미사일 성공 선언 "핵실험 금지조약 비준 철회 가능...우린 전쟁 끝내려 했다"러시아는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CTBT에 서명하고 비준했지만 미국은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는 않았는데, 이를 지적하며 러시아가 CTBT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다음날(6일) 볼로딘 의장은 "다음 두마 회의에서 CTBT 비준을 취소하는 문제를 확실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일 "CTBT 비준 철회가 핵실험 의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오래전에 CTBT에 서명하고 비준했지만, 미국은 비준하지 않았다"면서, CTBT 비준 철회는 미국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TBT는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조약안이 채택됐고 미국, 러시아, 중국을 포함해 154개국이 서명했습니다. 러시아는 2000년 조약을 비준했습니다.
■ 핵실험금지조약기구 사무총장 '우려'
이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로버트 플로이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행동이 걱정을 만들었다"면서 "(러시아가) 비준을 이어가도록 러시아 고위 관료와 접촉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인류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플로이드 총장은 9일 성명을 통해 "CTBTO는 언제 어디서나 핵실험 폭발을 감지할 수 있는 세계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핵실험 금지는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폭발적인 핵실험의 악영향으로부터 현재와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플로이드 총장은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핵심 지도부와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 미, 대러 원유 수출 제재 집행 강화
이런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제재의 집행을 강화하며 러시아를 더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부과한 배럴당 60달러 가격 상한제의 집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옐런 장관은 “우리가 가격 상한을 매우 진지하게 여기고 있음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주요 원유 거래업체에 대한 제재 준수 여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 조사 대상에는 바레인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원유 트레이딩·해운업체 '머천타일 앤드 매리타임 그룹'의 무르타자 라카니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