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 서방의 단결을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를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승리는 직접적으로 우리의 협력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더 강력하고 원칙적인 조치를 함께 시행할수록 더 빨리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원칙적인 조치'에 관해, 대러시아 제재 확대, 그리고 러시아에 공격용 무인항공기(드론)을 제공하는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거론하면서, 전쟁을 종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를 위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을 막기 위한 방공망 지원을 호소하는 등 지속적인 방위 지원의 필요성도 거듭 호소했습니다.
■ "우크라이나에 명확한 약속"
EU 외교장관회의가 EU 회원국 아닌 나라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 회견에서 "EU가 크이우에서 우크라이나와 공동회의를 연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명확한 약속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EU 외교장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내년 최대 50억 유로(미화 약 52억 3천만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제안했다며, 연내 EU 내에서 관련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자금은 유럽평화기금(EPF)을 활용하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또한 러시아가 봉쇄한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EU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위한 법적 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EU와 우크라이나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독일·프랑스 '전쟁 피로감' 부인
이날 회의 주요 참가자들도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겨울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벌이는 잔혹한 방식을 목격했다"며 "우리가 가진 모든 방법을 다해 이 같은 일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단호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는 러시아가 우리의 피로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U 외교 지도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30일 미 의회가 셧다운(정부 업무 일시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통과시킨 예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이 빠져, 서방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연대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속에 나왔습니다.
미 상원은 우크라이나에 60억 달러 어치의 지원을 제공하려 했으나 하원내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같은 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예산안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최근 미 공화당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밖에 유럽 일부 국가에서 친러 정파가 지지를 넓히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피로감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입니다.
러시아는 이같은 상황을 반기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권 후원에 대한 피로가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커질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정권에 대한 터무니없는 재정 지원으로 각국 정치권이 분열하고 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미국 '지속적 지원' 다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이 차질 없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난 1일 연설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같은 날(1일)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미국 예산안 처리에 관해 "우리는 미국의 지지가 무너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단지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친러 야당이 승리한 데 관해서는 연정 구성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 내년 방위비 68% 증액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이어갈 태세를 밝히면서 내년 군비를 대폭 증액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는 지난 1일 러시아 재무부의 지출 계획을 인용해 2024년 방위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3년 지출액보다 68% 증가하는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가 내년에 방위비로 배정한 액수가 10조 8천억 루블(약 1천 100억 달러)이라고 수치를 공개했으며, 이는 전쟁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기 위한 것으로 DI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금액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른다고 설명했습니다.
DI는 러시아가 이 같은 비용을 내년에 확보할 능력이 있으나, 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을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석유와 가스 판매 수익과 부채를 늘려 비용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사태 장기화 전망
러시아 당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장기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26일, 전쟁을 최소한 2025년까지 이어갈 방침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틀 뒤인 같은 달 28일,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 안드레이 트로셰프 의장을 크렘린궁에서 만나, 소속 병력으로 새로운 부대를 조직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다시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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