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부산에 입항했습니다. 북한이 이달 중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가운데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전략자산 전개 조치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비롯한 제5항모강습단이 12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습니다.
미국 항모의 방한은 지난 3월 니미츠함 이후 7개월 만이며 레이건함은 작년 9월 방한한 바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이번 미 항모강습단 방한에 대해 “미 확장억제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과 미한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양국 우호협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군의 대표적 전략자산인 항모의 이번 한반도 기항엔 이달 중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북한을 향한 경고메시지도 담겼다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10월 중에 발사하겠다고 예고했고 북한의 정찰위성도 핵 위협 고도화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또 우크라이나,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런 전반적 상황에서 김정은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강력한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확인하고 행동하는 동맹을 보여주기 위한 그런 뜻으로 이해합니다.”
레이건함을 비롯한 미 제5항모강습단은 부산작전기지에 16일까지 머물며 미한 우호 증진을 위한 함정 상호 방문과 친선 체육활동을 갖고 일반인 견학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제5항모강습단은 레이건함과 이지스 순양함 앤티텀함, 로버트스몰스함, 이지스 구축함인 슈프함 등으로 구성됐고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미 제7함대 소속입니다.
레이건함은 앞서 지난 9일부터 이틀 간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진행된 미한일 해양차단과 대해적훈련에 참여했습니다.
이 훈련들은 최근 고도화하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한일의 억제와 대응 능력을 향상하고 해양안보 위협 대응, 그리고 규칙기반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3자 간 해상작전 능력을 증진하기 위해 실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레이건함의 부산 기항이 북한이 핵 무력 강화 방침을 헌법에 명시하고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에 나서는 등 핵 위협을 한층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따라서 한국 여론도 핵무장 여론이 또 다시 올라오고 있거든요. 실제로 확장억제력에 대해서 한국 국민이 믿어달라 그런 차원인 것 같아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된 상황에서 한동안 도발에 나서지 않았던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할지 여부에 대해, 북한은 2차 위성 발사를 을지프리덤실드 연합훈련을 겨냥해 지난 8월 실시했다고 상기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감시정찰 그리고 요격 자산들이 모두 가동 중인 연합훈련 기간 중 위성 발사를 감행한 것은 자신들의 핵 무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3차 위성 발사 시점을 잡는 데에도 미 전략자산 전개가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번에 레이건이 들어온다고 해도 이것은 군사작전 측면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거기에 개의치 않을 것 같은데요. 준비됐으면 쏠 거에요. 그것에 또 메시지가 있는 거니까. 더 이상 미국이 전략자산으로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그런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니까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발사 시기를 예고한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 때문에라도 이를 어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이 위성 발사의 안정성을 제고하는데 필요한 수준에서 이뤄질 경우 일정 기간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과정에서 인공위성 기술 협력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홍 박사는 또 북한이 오는 17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계기로 예정된 중러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위성 발사 시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러 밀착에 대해서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러시아에 대해 어떤 입장으로 얘기를 할지 시진핑 메시지에 굉장히 촉각을 곤두세울 거에요. 그 과정에서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위성 개발 협력을 북러 간에 하기로 한 것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중러 정상회담 직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북한이 최근 ‘국가우주개발국’을 확대개편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소속의 리성진 연구사는 지난 10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글에서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우주개발 사업은 국가의 안전이익과 생존권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라며 정찰위성 발사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