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일 외교장관, 북러 무기 거래 규탄 공동성명…“핵·미사일  기술 이전 가능성 우려”

지난 9월 미한일 외교장관이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약식 회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사진: 한국 외교부 제공)

미한일 세 나라 외교장관들이 북한과 러시아 간 불법 무기 거래가 확인됐다며 이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핵과 미사일 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그리고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26일 ‘러북 무기 거래 규탄 한미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세 나라 외교장관은 성명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될 군사장비와 군수물자를 러시아 연방에 제공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현재 일부 전달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되는 이러한 무기 제공은 러시아의 침략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군사장비를 조달하기 위한 러시아의 시도를 밝히기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 나라 외교장관은 북한과의 무기 이전,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대북 물품 이전 또는 기술 협력이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면서 “러시아는 이러한 제한 요소들을 담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에 찬성한 바 있다”고 상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으로의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세 나라 외교장관은 “이런 북한으로의 기술 이전은 지역안보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행위자들에게 민감 기술이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노력을 위태롭게 하고,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북러 양측에 촉구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가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구체 사항은 정보 사항이어서 밝힐 수 없지만 미국이 10월 중순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북한에서 출발한 컨테이너가 우크라이나 전장 부근 러 측 탄약창고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며 북러 간 무기 거래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간 러시아와 북한이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을 계속 추진하고 있음에 따라서 한미일이 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또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외교장관 공동성명이 채택된 것입니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선 러시아 측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전쟁 장기화에 따라 부족해진 재래식 무기와 탄약 등을 공급받기 위해 북한과 접촉해왔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미한 정보 당국은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한일 외교장관들은 성명에서 “북한의 지원을 받으면서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시도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국가 지위를 지지하고, 러시아의 침략전쟁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원하는 데 있어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세 나라 외교장관의 우크라이나 지원 언급은 북러 군사 협력이 강화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한일의 군사 지원도 새로운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하는데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게 한국이 어떤 수준이냐가 중요한 거겠죠. 살상무기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꿀 것이냐 그 부분이 가장 관건이고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당장은 그렇게까지 나가진 않지만 이런 부분이 들어간 것은 러시아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는 거죠.”

성명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제공받은 대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담았습니다.

세 나라 장관들은 이와 관련해 “우리가 국력의 모든 요소를 동원해 점증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낮지만 구형 기술이라도 북한이 전술, 전략 핵무기의 실전 능력을 보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한일의 압박이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러시아가 핵심 기술은 주지 않겠지만 일부 재래식 기술 혹은 구형 기술을 북한에 전수해 준다고 해도 북한으로선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하면 한반도, 일본, 한미일이 모두 안보적 위험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견제하는 게 필요하고요.”

미한일 외교장관의 이번 성명은 중국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북러 군사 밀착에 맞선 미한일 공동성명은 동아시아에서의 이들 세 나라 군사 협력을 극도로 경계하는 중국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성명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러 밀착에 거리를 두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