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문가패널 “북한, 4월까지 정제유 78만 배럴 반입”…연간 한도 1.5배

지난 2021년 5월 북한 인근 해역에 '천마산(CHON MA SAN)' 호와 '남대봉(NAM DAE BONG, DIAMOND 8) 호가 나란히 떠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7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 포함된 위성사진이다.

북한이 불법 환적 등을 통해 올해 유류 반입량 허용치를 크게 초과했다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밝혔습니다. 불법 핵과 사이버 활동, 사치품 유입 등 안보리 결의 위반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여전히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방식을 동원해 불법으로 유류를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27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1개의 유엔 회원국이 2023년 1월 1일부터 5월 1일 사이 25척의 북한 선적 선박이 북한 남포와 다른 지역의 유류 시설에 총 46차례에 걸쳐 정제유를 운송하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5척의 북한 선적 유조선 중 9척은 안보리의 제재 대상 선박”이라며 “정제유 선적을 위해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하는 것이 금지됐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은 이 기간 북한 남포 등지에 정박한 유조선이 촬영된 위성사진과 각 유조선의 적재 중량 등 정보 등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5월 북한 남포항에 '아사봉(A SA BONG)', '남대봉(NAM DAE BONG)', '금야강1(KUM YA GANA 1)' 호가 정박해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7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 포함된 위성사진이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패널은 각 유조선이 중량의 90%에 해당하는 유류를 운반했을 가능성을 상정해 북한이 5월 1일을 기준으로 올해 약 78만1천497배럴의 정제유를 반입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이 반입할 수 있는 유류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4개월여 만에 1년치 허용량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패널은 또 다른 유엔 회원국 역시 북한이 2023년 1분기에만 약 8만t, 즉 63만8천400배럴에 달하는 정제유를 불법으로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유류 항구에서 포착된 유조선 중에는 최근 VOA가 중국에서 발견됐다고 밝힌 지성6호와 천마산호도 포함됐습니다.

이 선박들은 유엔 안보리가 입항 금지와 자산 동결 대상으로 지정한 유조선으로, 각각 이달 초와 지난 8월 중국 영해에 진입한 사실이 확인됐었습니다.

또 2019년까지 한국 유조선 우정호였던 신평5호도 이 기간 최소 4차례 남포와 청진의 유류 항구에서 포착돼 여전히 불법 행위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월 '천마산(CHON MA SAN)' 호가 남포항에 정박해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7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 포함된 위성사진이다.

전문가패널은 이들 선박이 주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유엔 금수품을 거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다수의 불법 환적 장면이 포착된 북한 서해 초도에 더해 서해 북부의 석도 인근을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선박이 중국 닝보-저우산 항과 타이산 섬 인근 등지에서도 석탄을 환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중고 선박 구매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 북한이 구매한 선박이 14척에 이른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특히 이들 선박 중 10척은 중국 법인에서 북한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정황을 확인했다며, 북한이 구매한 중고 선박 상당수가 과거 중국 깃발을 달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들 선박 중 3척만이 중국에 등록돼 있고, 나머지는 중국 등록이 취소됐거나 선적 등록이 이뤄진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VOA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등록 자료를 분석해 북한이 올해 1월부터 10월 현재까지 최소 30척의 중국 중고 선박을 구매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위장회사를 동원해 중국 중고 선박 등을 구매하는 행위가 최근 몇 년간 부쩍 늘었습니다.

이번 중간 보고서에는 북한의 핵시설에서의 움직임도 자세히 담겼습니다.

전문가패널은 “1개 유엔 회원국은 2023년 3월과 4월 (영변 핵시설의) 경수로와 연계된 냉각수 체계에 대한 시험 가능성을 감지하고, 이 원자로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북한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신축 건물 등 새로운 움직임들이 관측됐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7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 포함된 사진이다.

이어 “패널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2022년 패널이 관측한 것과 거의 동일한 구룡강의 한 지점에서 1월부터 간헐적으로 물이 방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3월엔 원자로 서쪽 지원 건물 근처에서 새 건물 공사가 시작되고, 2022년에 완공된 다른 지원 건물 3개 동 근처에서도 추가적인 공사 장면이 관측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도 비중 있게 소개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2022년에 17억 달러로 추산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 절도 사건 이후에도 북한 해커들은 전 세계 암호화폐와 그 외 금융 거래소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정찰총국 소속 해커들이 점점 더 정교한 사이버 기술을 이용해 자금과 정보를 탈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암호화폐와 방위, 에너지, 보건 분야의 기관 등이 주요 표적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해킹조직 ‘킴수키’가 이메일 메시지를 중간에서 가로채고, 이를 도용할 수 있도록 한 구글 크롬용 확장 프로그램을 배포했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했습니다.

북한 해커 조직 '김수키(KIMSUKY)'가 북한 전문가들을 겨냥해 만든 악성 웹메일 웹사이트의 로그인 페이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7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 포함된 사진이다.

그 외에도 라자루스 그룹과 블루노로프 등 북한 정권과 연계된 사이버 조직이 ‘가짜 웹페이지’ 등을 이용해 일반인을 속이는 스피어피싱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으로 사치품 유입이 계속 이뤄진다는 점에도 우려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월 평양으로 운송된 것으로 알려진 랜드로버사의 ‘디펜더 110’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제조사로부터 해당 차량이 2020년에 생산된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전문가패널은 2021년 북한에서 포착된 그랜드 피아노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채택한 대북 결의 1718호를 통해 북한의 사치품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이어 2016년 채택된 2270호와 2321호를 통해 다시 한 번 대북 사치품 거래 금지 규정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대북제재 규정에 적용되는 사치품 목록을 정리해 발표했지만 중국 등 일부 나라는 여전히 이 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이번 보고서에서 각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치품 목록을 반영해 수출통제 품목을 갱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의 주요 임무는 대북 제재 불이행 사례 조사, 제재 이행 관련 정보 수집과 분석 등입니다.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으며, 매년 두 차례 북한의 제재 위반 활동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한국, 영국은 자국 출신 전문가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매년 9월에 발간되는 중간 보고서로, 올해는 430쪽에 걸쳐 다양한 사례를 담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