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북한의 대중국 쌀 수입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으로 연간 수입액도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3분기까지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쌀은 15만2 천216t에 달합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분기 누적으로 중국에서 7천108만 달러어치의 쌀을 수입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입액(566만 달러)의 13배에 달합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이렇게 많은 쌀을 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과 중국의 공식 무역 기록이 남아있는 1998년 이후 3분기 누적 북한의 대중 쌀 수입액이 3천만 달러를 넘어선 해는 올해를 제외하곤 지난 2014년(3천253만 달러)과 2019년(6천186만 달러) 단 두 차례뿐입니다.
올해 3분기 누적 수입 액수는 지난 2019년 동기 대비 1천만 달러가량 많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쌀은 7천751만 달러어치였습니다.
올해는 3분기에 이미7천108만 달러를 기록해 연간 수입 금액으로 보면 2019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많은 쌀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은 식량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연일 올해 농사가 풍작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1면에 ‘올해 농사 결속을 위한 투쟁에서 이룩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며 높게 쌓아올린 쌀 포대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25일에도 1면에 “서해 곡창 황해남도의 농장들에서도 알곡생산계획을 성과적으로 수행한 자랑을 안고 결산분배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관영 매체의 선전과 달리 북한 주민들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강원도 속초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한 북한 주민 4명은 한국 정부의 합동정보조사에서 “북한에서 굶주렸다” “먹고살기 위해 내려왔다”며 귀순 이유로 식량난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장관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식량난은 최근 목선을 타고 동해상으로 귀순한 북한 일가족 네 명의 발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호 통일부장관] “북한 정권이 선전하는 내용하고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의 아주 어려운 현실은 차이가 있다, 이렇게 우리가 이렇게 봐야 되겠습니다. 그것이 이번에 귀순한 네 분의 그런 발언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발표한 ‘배급과 시장의 충돌’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실제 북한의 최근 1인당 양곡 공급량은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일명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임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0~2022년 북한의 1인당 양곡 공급량은 182kg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4~1999년 1인당 양곡 공급량인 201kg을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5월말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 옥수수 가격이 작년 1분기 대비 약 60%, 쌀 가격이 30% 가까이 올라 김정은 집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본다”며 북한 내 아사자 발생이 예년의 3배나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