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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요 곡물가격 큰 폭 오름세"…"주민들 추석 맞아 부담 가중"


지난 2011년 9월 촬영한 북한 라선경제특구 장마당 (자료사진)
지난 2011년 9월 촬영한 북한 라선경제특구 장마당 (자료사진)

북한 내 주요 곡물 가격이 이달 들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내내 식량가 고공행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추석 명절을 맞아 한층 더 힘겨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22일 현재 북한 내 쌀 가격은 kg당 6천800원, 옥수수는 3천400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쌀의 경우 5천원대 후반에서 6천원대 초반, 옥수수는 2천원대 후반에 머물렀던 가격이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한 겁니다.

북한에선 오랜 기간 쌀의 경우 kg당 4천원대 중반, 옥수수는 1천원대 후반을 통상적인 가격으로 여겨 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 장기화와 국제사회 대북 제재, 자연재해로 인한 작황 부진 등이 겹치면서 올 들어선 1년 내내 식량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후에 맞지 않는 밀보리 재배 면적 확대, 농민들의 식량 처분권 축소로 인한 노동 의욕 감소 등 정책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식량 사정이 나아질만한 요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김혁 박사는 작년 농사 작황이 좋지않아 북한은 개인들의 장마당 거래를 통제하고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시장 가격만 높이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혁 박사] “시장을 통해서 쌀을 파는 것을 금지시키는 현상들이 결국 음지에서 쌀 가격이 형성이 되는 거죠. 음지에서 쌀 가격이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겁니다. 그게 지금 나타나는 상황으로 보여지고요.”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추수 중인 쌀이 아직 정미가 끝나지 않아 출하가 안됐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시점이지만 시장 출하가 이뤄진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개인들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조 소장은 올해 옥수수 작황은 작년보다 좋았다며 하지만 주민들은 국경 봉쇄 장기화 등으로 여전히 지독한 식량난을 경험하고 있고 양곡판매소도 주민들의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물량을 공급하고 있어 당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낮아진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심각한 생활고에 허덕이는 주민들은 추석 명절을 맞아 이처럼 급등한 주요 곡물가격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북한에서 상차림에 필요한 식료품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청진과 회령시 등 시장에선 돼지고기와 달걀 가격이 최근 열흘에서 보름 사이 20% 안팎 올랐습니다.

북한 당국은 곡물 수급 차질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그동안 통폐합된 것으로 알려지며 존재 여부가 불투명하던 수매양정성의 수장인 수매양정상에 김광진을 새로 임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새로운 식량 공급 정책 집행을 위한 조직개편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 조치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양곡정책을 도입해 개인 간 곡물거래를 단속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 제기됐는데 이 때문에 새로운 식량 수급 정책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조충희 소장은 양곡판매소를 중심으로 하는 당국 주도의 수급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조충희 소장] “북한이 90년대 아사 사태를 겪고 지금까지 식량판매소를 만들어 가지고 식량판매소가 정상적으로 (쌀 1kg을) 4천원에 팔아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민들이 못 가지고 있고요. 그 다음에 두번째는 북한 당국이 실질적으로 식량판매소를 통해서 끊이지 않고 한달에 두번씩 보름치 식량을 계속 공급해 본 역사가 없어요.”

이런 가운데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지난 17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올해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수확량을 달성했으며 러시아의 식량 지원 제안도 사양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 동지들은 ‘고맙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당신들에게 의지하겠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솔직히 말해줬다”고 ‘타스’ 통신은 보도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작황과 관련해 “지금 추수가 시작되는 시점인데 여러 가지 정황상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작황 상태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을 작황이 예년과 비슷하다면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 공급 부족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정부가 공개한 ‘2022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를 보면 북한은 지난해 쌀 207만t을 포함해 451만t을 수확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북한은 올해 기상 조건이 좋았고 옥수수 파종과 벼 모내기도 제때 이뤄졌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하지만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경제 고위 관료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8일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실무방문했습니다.

윤 대외경제상의 방러 일정은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았지만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북러 정상회담 이후 경제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행보일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만성적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외부로부터 부족분을 채우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조한범 박사] “북러 간 경제는 탄약과 노동력을 북한이 제공하고 받을 게 식량, 에너지, 비료거든요. 이것은 신속하게 오갈 수 있거든요. 군사 협력이나 첨단기술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고. 지금 흐름을 보면 북한 대외경제상이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그 다음에 라브로프가 10월에 평양에 가고. 합의 사항이 없다고 하면서 합의 사항이 많은 걸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조충희 소장은 북한의 올해 곡물생산량은 연말이 돼야 정확한 수치가 나올 것이라며 북러 간 식량 지원 논의는 그 이후에 다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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