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총회 회의에서 또다시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요구했습니다. 새 회기 들어 북한이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2일 법률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6위원회 회의에서 유엔사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The so-called UN Command, unlawfully fabricated by the United States to legitimize the Korean War in 1950, still exists on the Korean Peninsula, which is becoming a flashpoint of a possible greater thermonuclear war due to the heinous nuclear war exercises of the US and its followers against the DPRK and continued deployment of strategic.”
“미국이 1950년 한국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만든 이른바 유엔사가 여전히 한반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 한반도에 대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극악한 대북 핵전쟁 연습과 지속적인 전략무기 배치로 더 큰 핵 전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1975년 30차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결의가 채택됐고, 전직 유엔 고위 관리들이 유엔사가 군사적, 행정적, 재정적 측면에서 유엔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유엔 측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유엔총회 회의에서 연이어 유엔사 해체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9일 제1위원회 회의에서 유엔사 해체를 주장했으며, 같은 날 김 서기관은 추가 발언권을 요청한 자리에서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 서기관은 지난달 17일 제4위원회 회의에선 유엔사를 소개한 유엔 안내책자, 즉 유엔 핸드북을 문제 삼으면서 같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달 30일엔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제4위원회 회의에서 “유엔 창설 8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까지 유엔의 이름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불법적인 기관이 있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유엔사를 또다시 겨냥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9월 개막한 이번 유엔총회 회기 동안 북한이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김 서기관의 앞선 주장처럼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의 고위 인사들이 실제로 한국 내 유엔사가 유엔 산하 조직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엔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과 달리 유엔사는 북한의 남침으로 촉발된 한국전쟁 직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창설된 공식 조직입니다.
실제로 2018년 캐나다 군 출신인 웨인 에어 당시 유엔사 부사령관은 유엔사의 해체는 창설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돼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이날 김 서기관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김현수 한국 대표부 참사관은 “(6위원회는) 유엔사의 지위와 한반도 상황을 논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자리”라며 “특별히 근거 없고 왜곡된 주장에 기반한 발언의 맥락에선 더욱 그렇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 대표단은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에 의해 승인된 유엔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계속 기여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녹취: 김현수 참사관] “However, my delegation would like to point out that there is no doubt that the UNC official recognized by th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84 continues to contribute to the maintaining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The DPRK’s unilateral calls to dissolve the UNC simply does not make any sense.”
그러면서 “유엔사를 해체하라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한국의 발언에 김인철 서기관이 반박권을 활용해 대응하고, 한국이 이에 또다시 대응을 하고, 여기에 북한이 다시 반박을 하면서 양측의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김 서기관은 유엔사 창설을 다룬 안보리 결의가 당시 상임이사국인 소련의 참석 없이 강제로 채택된 사실을 지적하고 “유엔사가 한국에 주둔한 건 애초부터 불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한국의 김 참사관은 유엔사와 관련된 북한의 주장이 “안보리 결의에 대한 (북한의) 명백한 위반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북한이 무모한 행동을 중단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