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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엔 회의서 또 ‘유엔사 해체’ 주장…한국 반발하며 남북 충돌


뉴욕 유엔본부에서 9일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9일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 회의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또다시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이에 반발하면서 남북 간 설전으로 이어졌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9일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북한의 최근 군사력 강화 조치가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권 차원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김 대사는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와 안정 보장에 이르는 열쇠는 미국이 지속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을 근본적으로 포기하고 평화 조성 조치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며 “각종 군사훈련 중지, 전략핵자산 전개 중단, 주한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그런 조치로 꼽았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The key to ensuring peace and stability in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region is for the U.S. to fundamentally abandon its persistent hostile policy towards the DPRK and translate into action such peace-making measures as discontinuation of various joint military exercises, halt to deployment of strategic nuclear assets and dissolution of the ‘UN Command’ in south Korea. If the U.S. and other hostile forces continue to seek to seriously infringe upon the security and fundamental interests of our state in defiance of our repeated warnings, they must bear in mind that they will inevitably face more serious security crisis than now.”

이어 “미국과 그 외 적대 세력들이 경고를 무시하고 우리 국가의 안전과 근본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려고 하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안보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군축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는 세계와 역내 안보 주제에 대한 각국 대표의 토론으로 회의가 진행됩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관련국과 유럽 국가들은 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북한은 주한미군과 미한 연합훈련이 역내 평화와 안보를 해친다는 주장을 펼쳐 왔습니다.

이날 김 대사는 일본에 대해서도 “과거 치욕적인 침략전쟁 범죄를 정직하게 반성하고 군사 대국화 야망 실현을 위한 시대착오적인 책동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군사적 모략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한국과 일본은 반박권을 요청해 북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9일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김성훈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이 반박권을 사용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9일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김성훈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이 반박권을 사용해 발언하고 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김성훈 참사관은 북한이 언급한 미한 연합훈련이 북한의 도발에 따른 대응 조치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김성훈 참사관] “Mr. Chair, the DPRK’s ever growing unlawful nuclear and missile threats are the very reason why we are strengthening the combined defense and deterrence, not the other way around. These exercises and training are longstanding, routine and defensive in nature. It is a legitimate response to the DPRK's continued escalatory and dangerous behavior, including its over the threat to use nuclear weapons.”

김 참사관은 “우리가 연합 방위와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은 날로 증대되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위협 때문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훈련과 연습은 오랫동안 지속된 일상적이고 방어적 성격”이라며 “핵무기 사용 위협을 포함한 북한의 지속적인 긴장 고조와 위험한 행동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유엔사에 대해선 “유엔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에 의해 공식 인정받고 있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유지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김성훈 참사관] “As for the United Nations command, it is officially recognized by th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84, and continues to contribute to maintaining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The DPRK’s unilateral allegation to dissolve the UNC does not hold water.”

그러면서 “유엔사 해체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북한도 추가 발언권을 얻어 대응했습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김인철 서기관은 과거 유엔이 유엔사 해체 관련 결의를 채택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유엔사를 또다시 겨냥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The resolution, adopted at the 30th session of the UNGA in 1975 by consensus of the UN member states, called for maintaining peace and security of the Korean Peninsula by dismantling the UN Command in South Korea and withdrawing all UN forces.”

“1975년 30차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는 유엔사 해체와 모든 유엔군 철수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김 서기관은 2018년 법률(Legal)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6 위원회에서 유엔사를 ‘괴물’에 비유하고, 이듬해인 2019년엔 ‘유령’으로 지칭하며 유엔사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습니다.

이 때도 김 서기관은 1975년 유엔총회의 결의를 유엔사 해체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실제로 당시 유엔총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결의를 채택했지만, 이 같은 북한 측 입장에 대응해 남북대화 촉구 등 한국의 입장을 담은 별도의 결의도 동시에 채택하면서 한쪽의 일방적 조치만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사는 한국군 59만 명 등 17개국 총 93만 2천 964명의 병력을 보유했지만,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이후엔 정전협정 준수 확인과 관련 임무로 역할이 축소된 상태입니다.

한편 이날 일본 대표도 북한의 주장을 일축하며 “우리의 방위 역량은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인철 서기관은 일본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위한 움직임을 정당화하고 침략의 길을 닦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유엔 회의장에선 이처럼 한국과 북한 혹은 일본과 북한 대표가 서로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2020년과 2021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반박권’을 활용하지 않거나, 반박권을 행사하더라도 ‘이곳은 그 문제를 논의할 장소가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설전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작년 9월부턴 반박권을 적극 활용해 북한의 주장에 대응하고, 북한이 또다시 반박권을 행사하면 다시 맞받아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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