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군이 포위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핵심 원자재의 해외 의존을 줄이기 위한 법안에 합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법 개정안에 서명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오늘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소식,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가자지구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병원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병원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 측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병원과 관련해 덜 방해하는 행동이 있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건 알시파 병원 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의 한 의사는 AFP 통신에 병원 내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전기도 물도 먹을거리도 없다”면서 “이건 비인간적이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숙아와 신생아들 생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전기가 끊기면서 아기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인큐베이터 같은 장비들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이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알시파 병원을 관리하는 의사 모하메드 아부 셀미아 씨는 영국 BBC 방송에 최근 며칠 새 3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가운데 미숙아 3명과 다른 7명이 산소 부족 탓에 숨졌다는데요. 셀미아 씨는 다른 몇 명이 투석하지 못해 2, 3일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병원이 시신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말도 나왔죠?
기자) 네. 세계보건기구(WHO) 측은 알시파 병원이 거의 묘지가 됐다고 13일 설명했습니다.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 WHO 대변인은 “병원 주변에 처리나 매장, 또는 영안실 이송이 불가능한 시신들이 쌓여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이 해야 할 일을 더 이상 못하면서 거의 묘지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알시파 병원과 관련해서 이스라엘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이스라엘군 측은 이스라엘 내 한 병원에 있는 인큐베이터들을 가자지구로 보내는 것을 조율하고 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한 병사가 인큐베이터를 트럭에서 내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 장비가 알시파 병원으로 가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군은 미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이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피터 러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의 지휘·통제 능력에 있어 중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군이 현재 “냉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러너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군 측은 이런 자신들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물증을 13일 제시했군요?
기자) 네. 대니얼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가 알란티시 아동병원 지하에 인질들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는 것을 가리키는 흔적들을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하가리 대변인은 그러면서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의자 근처에 아기 물병과 끈이 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 영상에는 또 공격용 소총과 수류탄, 그리고 폭발물이 달린 조끼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잠시 휴전하면 인질 일부를 석방할 수 있다는 말이 하마스 측에서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마스 내 군사 기구인 카삼 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13일 이스라엘이 5일 동안 휴전하고 가자지구 구호 통로를 열면, 최대 70명의 여성과 아이 인질을 석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을 협상 중재자들에게 전달했어도, 이스라엘 측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오베이다 대변인은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는 인질로 잡혀 있는 이스라엘 여군 1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이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등 국제 사회는 전투를 일시 중단하거나 전면 휴전하라고 촉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이 먼저라는 입장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석방 전에 더 광범위한 휴전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는데요. 참고로 현재 하마스와의 협상은 카타르가 중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그간 구호와 인질 석방을 위해 전투를 일시 중지하라고 계속 촉구해 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기자들에게 “워싱턴은 인질 석방과 관련해 몇 시간이 아닌 더 길게, 며칠 동안 전투가 중지되는 것을 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카타르가 중재하는 협상이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해 다소 희망적이라고 이날 말했는데요. 현재 하마스가 잡고 있는 인질들 수는 240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이 이른바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에 한 걸음 더 다가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의회와 EU 집행위원회, 그리고 이사회가 13일 CRMA 내용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해당 법안이 내년 초에 발효될 가능성이 더 커졌습니다.
진행자) 법안 핵심 내용이 뭡니까?
기자) 네. 핵심 원자재의 역내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이들 자원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진행자) 핵심 원자재라면 어떤 것들이 들어가나요?
기자) 네. 코발트, 리튬, 텅스텐, 구리, 마그네슘, 니켈, 그리고 티타늄 등 16종인데요. 이들 원자재는 스마트폰같이 현재 사람들이 쓰는 대부분 전자기기들을 만드는 데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번 합의에서 알루미늄과 합성 흑연도 핵심 원자재에 추가됐는데요. 앞으로 EU는 이들 항목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이런 핵심 원자재 시장에서 특히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필수 광물뿐만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그리고 태양전지 등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EU 핵심 원자재에 들어가는 흑연 같은 경우 현재 90% 이상을 중국이 정제하는데요. 흑연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들어갑니다. 유럽은 또 희토류나 리튬 같은 EU의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광물들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런 분야에서 중국 등 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산업 경쟁력, 그리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티에리 브레튼 EU 집행위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녹색, 디지털 기술부터 국방, 우주에 이르기까지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유럽은 공급 부족이나 원치 않는 의존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U는 방금 브레튼 집행위원이 언급한 기술을 4개 전략 분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 법안이 핵심 원자재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적이 있다고 했는데요. 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네. 먼저 2030년까지 EU의 연간 전략 원자재 수요량 가운데 역내 채굴, 제련 및 정제, 그리고 재활용 비율을 각각 10%, 40%, 그리고 25%까지 확대한다는 겁니다. 또 제3국에 대한 전략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65%를 넘지 않도록 공급원을 다변화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핵심 원자재 채굴이나 처리뿐만 아니라 재활용 비율도 늘리겠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원래 초안에는 재활용 비율이 15%였는데요. 이번에 25%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중국이 핵심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기자) 네. 중국은 게르마늄이나 갈륨, 그리고 흑연같은 필수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는 등 서방측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로 보입니다. 디리스킹은 중국이 세계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CRMA가 발효되려면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아있나요?
기자) 네. EU 회원국들이 승인해야 합니다. 한편 EU 순회의장국인 스페인의 테레사 리베라 총리는 “원자재에 대한 의존이 EU 경쟁력의 아킬레스건이었다”면서 “CRMA로 우리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러시아가 대통령 선거법을 개정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대통령 선거에 관한 법’ 개정안에 서명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을 통과한 데 이어, 이달 초 상원 승인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개정법 주요 내용 살펴볼까요?
기자) 네. 우선 언론 취재에 관한 새로운 규제를 담고 있는데요. 개정법에 따르면, 오직 등록된 언론사에 고용된 언론인들만 러시아 중앙선거위원회(CEC) 회의를 취재할 수 있습니다. 즉, 프리랜서 기자나 독립 기자들은 취재가 금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또 주목할 내용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새 개정법에 따라 비인가 언론인들은 군사기지 안에 있는 투표소를 촬영할 수 없는데요. 이와 관련, 러시아 독립 매체 ‘모스크바타임스’는 투표소 부정 사례 기록을 더 어렵게 하는 조처라고 주장했습니다. 새 개정법은 또한 지역과 군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는 군사기지나 계엄령이 발령된 지역 선관위 활동 취재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언론 취재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개정법에는 언론 취재 외에 계엄령이 선포된 지역 투표에 관한 내용도 담았는데요. 개정법에 따르면 중앙 선관위는 러시아 국방부, 연방보안국(FSB)과 협의한 후 계엄령이 선포된 지역에서 투표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언제 있죠?
기자) 네. 내년 3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출마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요. 출마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상원이 대선 날짜를 확정 발표한 이후에 거취를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은 지금 2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임기 대통령을 두 번 지냈고요. 2008년부터 2012년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지만 사실상 실세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201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6년 임기 대통령직을 수행했고요. 2018년 재집권에 성공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대통령 4번에 총리직 1차례, 그리고 내년 대선에 어쩌면 다섯 번째 대통령 직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특히 지난 2021년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을 개정했는데요. 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기존 헌법상 푸틴 대통령은 내년 임기가 끝나면 더는 대통령직에 출마할 수 없는데요. 하지만 개정 헌법에는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수행해 온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 조항이 담겼습니다.
진행자) 그럼 푸틴 대통령은 내년 대선은 물론, 그다음 대선에도 나설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만일 푸틴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승리해 6년 집권하고, 2030년 대선에 또 출마해 승리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30년 이상 집권하는 겁니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71살인데요. 2036년이면 여든이 넘어 사실상 종신 집권하는 셈이 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