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성과를 결산하고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이번 주 개최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을 겨냥한 전략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이 어떤 대미 메시지를 낼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이달 하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지난 1일 결정했습니다.
북한은 2019년 이후 연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회의를 열어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정책 방향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례에 따르면 회의는 오는 27일 전후 시작돼 의정 보고, 분과별 토의, 결론 등 순서로 진행된 뒤 31일 종료될 전망입니다.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결론’ 발언은 통상 1월 1일 보도되고 이는 신년사를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결론에는 대미와 대남 정책, 외교와 국방, 경제 정책의 방향과 밑그림이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미국에 맞선 ‘강 대 강’ 원칙을 재확인하며 핵 무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일축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 구도를 우회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내년 11월 미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를 염두에 둔 메시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핵 미사일 고도화와 관련해서 더 이상 되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에 상당히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서도 대화 여지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기존의 미국이 취했던 비핵화 입장이나 북한 위협론을 상대적이고 미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안전보장이나 상호 위협 감소해야 되는 부분 등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단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불러 격려한 자리에서 “적의 핵 도발 시 핵 공격 불사”의지를 천명하며 미국과의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신들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어떤 협상도 배제하고 핵 보유국 지위를 기초로 한 군축 협상을 노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따라서 핵 능력을 기하급수로 증대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핵 무력 고도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 등 국방력 증강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올지 관심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뒤 ‘2024년도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연말 전원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북한이 ICBM에 실을 초대형 핵탄두와 다탄두 기술 개발 등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원회의는 또 한국에 대해선 9.19 남북 군사합의 사실상 파기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의 책임을 윤석열 한국 정부에 전가하면서 내년 4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한국 국민들의 불안감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문재인 정부가 했던 9.19 군사합의를 파기함으로써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와 있다, 한반도 평화가 깨졌다, 그 책임은 윤석열 정부한테 있다, 앞으로 나타날 모든 것들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다 등 보다 강한 어조로 나갈 수 있다는 거죠.”
북한은 외교정책과 관련해선 미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지역 평화의 위협 요인으로 내세워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 강화, 신냉전 구도에 입각한 반미연대의 정당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내년이 북중 수교 75주년이기 때문에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와 당면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러시아와도 군사 분야를 비롯한 다방면의 협력 강화 의지를 재차 천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이미 게라시모프 러시아 군 총참모장이 북한과 적극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말을 했기 때문에 아마 러북 군사 협력, 밀착도 2024년에 상당히 급속하게 진행될 개연성이 있거든요.그러니까 북한판 신냉전 전략을 강조할 것 같고 특히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군 총참모장은 앞서 지난 21일 올해 러시아 국방부 활동에 관한 해외 무관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을 구축했다”고 말했습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서방 주도의 군사적 준동맹 활동이 증가하면서 이 지역 분쟁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한일 간 동맹,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를 사례로 꼽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엄중한 정세를 내세워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사상무장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내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자력갱생 노선을 고수하는 북한이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한국,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중적 기준을 통해서 북한의 안전체제에 대한 위협을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국방력 강화를 계속할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여기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이 일심단결해야 되겠다 내부의 통제력을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또 다른 내부 현안으로 올해 목표했던 ‘알곡고지’ 등 인민경제 발전 12개 중요 고지 ‘점령’ 여부에 대한 점검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이뤄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완화로 지난 2020년 1월 말 이후 지속해 온 국경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수순에 들어간 만큼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중과 북러 접경지 일대 교류를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