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18일)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며 미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을 노골화했습니다. 미한일 세 나라는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18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8형이 최대 정점 고도 6천518㎞까지 상승하며 1천2㎞를 4천415초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화국 군사력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핵심 타격 수단에 대한 믿음성이 다시 한번 검증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신속하면서도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을 쏜 것은 올해 4월, 7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지난 7월 발사 땐 “시험 발사"라고 했는데, 이번엔 “발사 훈련”이라고 표현해 실전배치가 가까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북한은 통상적인 무기체계 검증과정 없이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전례가 있다며 세번째 발사를 ‘발사 훈련’이라고 표현한 것은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두번째까지는 시험발사라고 했는데 세번째, 정상발사도 아닌 상황에서 훈련발사라고 한 것은 화성-18형의 실전배치를 의미하는 거고요, 본인들은 성능이 완벽히 검증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실전배치를 명백히 한 게 이번 보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훈련을 직접 참관해 “워싱턴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에는 우리가 어떤 행동에 신속히 준비되어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지를 뚜렷이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사시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겁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미한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핵전쟁 모의판’으로 규정하면서 “엄중한 정세에 대처해 당중앙 군사위원회는 강력한 경고성 대응조치를 취할 데 대해 명령했다”고 밝혀 이번 화성-18형 발사가 15일 미한 NCG 회의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핵작전 연습을 하기로 합의한 데 대한 반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적들이 계속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는 보다 진화되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더 공세적인 행동으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과 ICBM을 연이틀 발사한 데 대해 “북한 정권은 자신의 도발이 오히려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NCG 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의 구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며 “핵 기반의 강력한 미한 동맹이 실질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미 NCG 등을 도발 명분으로 초강경 보복 의지를 운운한 데 대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자신들 계획에 따라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그 명분을 한미 동맹에 전가하는 후안무치한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화성-18형 성능을 대미 압박용으로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화성-18형을 세 차례 쏘면서 탄두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며 사거리를 극대화하면서 실전 배치 단계임을 주장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북한 기술력 등 여러가지를 감안했을 때 화성-18 자체가 유의미한 무게의 탄두를 장착하고 발사됐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사거리를 엄청나게 길게 만들었다는 것은 사거리가 길게 나오는 게 중요한 거지 안에 뭘 탑재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빈 상태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고요.”
김정은 위원장이 ‘초강경 대응’, ‘공세적 행동’을 강조하면서 대미 강대강 대립 구도를 한층 명확히 해 북한이 내년에도 대형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발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박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로 핵 무력 고도화에 필요한 전략 도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데다 내년 미 대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협상 전략 차원에서도 화성-18형 정상각도 시험 발사 등을 감행할 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한편에선 최대한 핵 미사일 능력을 (외교적)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진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능력을 통해서 미국 차기 정부와 유리한 국면에서 협상할 수 있는, 그러니까 실적으로 쌓아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미국과 한국, 일본 군 당국은 19일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미한일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연내 3국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가동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미한일은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부터 탄착할 때'까지의 정보를 실시간 공유합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일반 훈련을 토대로 일부, 일시적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했었는데 이제는 한·미·일이 새로운 시스템을 토대로 24시간 상시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운용하게 될 것입니다.
전 대변인은 또 미한일 3국은 내년부터 시행될 다년간의 3자훈련 계획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3자훈련을 정례화하고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훈련을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와 연이은 전략 도발이 미한일 안보협력을 강화시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김정은의 핵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 다음에 앞으로도 더 걱정되는 사안들이 눈에 보이고 있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한미가 북한을 향한 정확한 메시지 이게 나와야 억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 한미의 공동 인식이 작용됐다고 생각합니다.”
문 센터장은 특히 내년 미 대선과 한국 국회의원 총선거 등 정치적 변수 때문에 미한 양국이 대북 억제력 강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자 서두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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