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평화스러운 크리스마스 아침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아비규환이 되는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하마스 공격의 실상을 알리겠다며 제작한 영상입니다. 안준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2023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 9시.
평화로운 서울의 한 가정에서 어린 딸과 엄마가 빨간 장갑을 끼고 들뜬 마음으로 어딘가로 향합니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 딸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을 촬영하던 엄마의 휴대폰에서 갑자기 경고음과 함께 ‘밖에서 총소리가 들린다’며 걱정하는 가족들의 메시지가 잇따릅니다.
이어 갑작스런 총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대피 명령 사이렌이 울리고, 엄마와 딸은 정신없이 어딘가로 뛰어갑니다.
어린 딸은 “무섭다”며 엄마의 품으로 파고들고, 엄마 역시 두려움에 떨면서도 딸을 꼭 껴안으며 달랩니다.
이어지는 총소리와 폭탄소리. 칠흑 같은 암흑 속에 테러리스트가 나타나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엄마를 끌고 나갑니다.
이마에 피를 흘리며 테러리스트의 차량에 실린 엄마는 다시 어딘가로 끌려갑니다.
그러면서 영상엔 “여러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상상해 보세요(Imagine if it happened to you)”란 글이 뜹니다.
어둠에 묻힌 길바닥에는 아침에 행복해하면서 꼈던 딸의 빨간 장갑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이어 화면은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수많은 사람을 인질로 끌고 가는 실제 장면으로 바뀝니다.
“10월 7일, 이스라엘은 하마스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자막은 “1200명의 남성, 여성, 어린이가 살해당하고 240명 이상이 인질로 잡혀 가자로 끌려갔습니다.”라는 소리 없는 외침으로 이어집니다.
1분 31초 분량의 이 영상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유튜브와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공식 페이스북과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영상을 게재하면서 “여러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묻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아랍계 외국인들과 한국 시민단체 회원 등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비판하는 집회와 시위를 잇따라 벌이고 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민간인 희생을 비판하면서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을 즉각 멈추라며 ‘팔레스타인에 연대를’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영상 제작 이유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 동아시아의 한국분들에게 가자 전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지난 10월 7일의 끔찍한 테러사건을 한국적인 배경으로 상상해 보았다”고 적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물리쳐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친근한 배경을 통해 이스라엘에 일어난 일을 좀 더 직접적으로 와닿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국민을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행동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129명의 이스라엘인 인질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스라엘 정부는 이 가운데 27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0월 7일 개전 이후 26일까지 팔레스타인인 총사망자는 2만915명, 부상자는 5만4천918명이라고 집계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