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 서해상 완충구역에 해안포 200여 발 사격…김정은 ‘화성-18형’ 발사대 차량 생산공장 시찰

5일 한국 서울 시내 철도역 이용객들이 북한 해안포 사격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북한이 서해 완충구역으로 해안포를 수백 발 발사하는 등 긴장 고조 행동에 나섰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차량 생산공장을 찾아 미국을 위협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5일 오전 9시께부터 11시께까지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 등 서북도서지역에서 200여 발의 해안포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하고 “이로 인한 우리 국민과 군의 피해는 없으며, 탄착지점은 북방한계선(NLL) 북방 일대”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군이 해상완충구역에서 사격훈련을 한 것은 2022년 12월 6일 강원도 고성과 금강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실시한 이후 1년 1개월 만입니다.

합참은 북한군 포탄이 서해완충구역에 낙하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격훈련을 도발로 규정했습니다.

이성준 공보실장입니다.

[녹취: 이성준 공보실장] “이러한 위기 고조의 상황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음을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 군은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입니다.”

한국 군도 대응사격을 실시했습니다.

한국 백령도에 있는 K1E1 전차가 사격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가 5일 공개한 장면.

합참에 따르면 백령도에 있는 해병 6여단과 연평도 소재 연평부대는 이날 오후 3시께부터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해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한국의 서북도서에 배치된 해병부대가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가 체결된 이후 처음입니다.

해상완충구역은 2018년에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해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 서해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설정됐습니다.

해상완충구역에서 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하면 군사합의 위반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9.19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이후 합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이제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고 생각됩니다. 한미 연합훈련도 진행되고 있고 한국 군도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려고 강도 높은 훈련을 이례적으로 진행하고 있거든요. 계속 경계를 해야되는 건 분명하고요.”

북한은 지난해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이후 한국이 9.19 합의에 따른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 금지 조항의 효력 정지를 선언하자 같은 달 23일 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합의에 따라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회복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또 북한이 9.19 합의 무효화 선언 이후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원의 일환으로 만들었던 목재 경계초소를 콘크리트 초소로 대체한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남북한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DMZ 내 각각 11개 GP 중 10개를 파괴했고,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당시 파괴된 북한군 10개 GP 중 일부 GP에서 콘크리트 초소를 식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콘크리트 초소 건설은 앞으로 GP 운용을 본격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한국 군 당국은 아울러 지난해 12월부터 북한군이 경의선 육로와 육로 인근 GP일대에서 지뢰를 매설 중인 모습도 포착했습니다.

경의선 육로는 2004년 남북 간 연결 공사가 완료됐고 2006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가 열린 뒤엔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본격적으로 활용한 도로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더 이상 동족이 아닌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했다며, 북한이 남북 교류와 협력의 상징인 경의선 육로에 지뢰를 매설한 것은 남북관계 전반을 단절한다

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경의선 인근 지뢰 매설은 9.19뿐만 아니라 이제 남북관계 전체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겠다, 이제 회복 기대하지 마라 이런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이런 군사적 긴장 고조 행동들은 오는 4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한국 내 안보 불안감을 조장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국 내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9.19 군사합의 파기 문제를 여론 분열에 활용하기 위해 대남 도발과 심리전 등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게 한국 내에서 나름대로 갈등 여지가 있는 핵심 요소 아닙니까.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얘기하는 9.19 군사합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고,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라고 하니까 뭔가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으니까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끌고서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거든요.”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한 장면. 오른쪽은 딸 김주애.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5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당 중앙이 제시한 발사대차 생산 목표를 넘쳐 수행하고 새해의 새로운 생산 목표 점령 투쟁을 기세차게 벌여나가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함께 보도한 사진엔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이동식발사대(TEL)가 포착됐고,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 용으로 추정되는 발사대도 보였습니다.

화성-18형 발사대는 사진상 5대가 식별됐습니다.

김정은(아래 무리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한 장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발사대들이 보인다.

이들 5대는 화성-18형 미사일이 들어가는 원통형 관, 캐니스터가 차량 위에 올려진 완성형이었고, 별도로 바닥에 놓인 캐니스터도 일부 사진에 담겼습니다.

화성-18형은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을 겨냥해 개발한 최대 핵무기이고 특히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해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보다 은밀하고 신속한 발사가 가능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강 대 강’ 대미 대적 원칙을 재차 밝힌 데 이어 연초부터 지난해 3차례 발사한 화성-18형 양산 능력 그리고 실전배치 가능성을 보이면서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고체형의 화성-18형을 기동성 있게 쏠 수 있는 발사대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작전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될 수 있다, 이것이 곧 미 본토를 향하는 기동성 있는 무기다 이것을 이 무기 발사차대의 공장을 방문해서 보내려는 메시지인 거죠.”

김 위원장의 이번 공장 방문에는 딸 주애가 동행했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열린 신년 경축 대공연에 김 위원장과 함께 모습을 보인 김주애는 이번 군 관련 일정으로 올 들어 첫 공식 행보에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