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에 대해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을 겨냥한 군사 도발을 예고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오랜 화해와 대화 메시지는 빈말일 뿐 적대적 흡수 통일이라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모색하고 대미 관계에서 주도권을 노리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의 진단을 안준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쏟아낸 위협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을 노려 올해 더 많은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국장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올해 외교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라며 “올해는 특히 미국 선거가 있는 해인 만큼 더 많은 미사일 시연과 시험, 훈련 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차 석좌는 이어 “역사적으로 북한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더 많은 양의 무기 시연을 해왔기 때문에 2024년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I think it basically means that there's little room for diplomacy in the next year. We will probably see a more missile demonstrations, testing, exercising by North Korea. Particularly because it's a US election year.
Historically, North Korea has done a larger volume of weapons demonstrations U.S. presidential election years, so I fully expect that to be the case for 2024.”
차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 첫해 빈번했던 북한의 도발을 상기시켰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첫해이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일삼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대북 선제 타격론을 언급하기도 했었습니다.
차 석좌는 이 같은 북한의 도발 횟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두 배로 증가했으며, 올해엔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한국과의 통일은 성사될 수 없으며 “유사 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라”고 지시하는 등 대남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한 양국 간 핵 협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워싱턴 선언과 미한 간 핵협의그룹(NCG) 신설, 미국의 전략핵잠수함과 전략핵폭격기 등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미한 합동 군사 훈련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을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이 같은 강경 발언과 관련해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북한이 고도로 호전성을 보이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면서 “첫째, 4월에 있을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은 “북한은 윤 대통령과 그의 대북 강경 입장에 동요하고 있으며, 여당이 패배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 “Several factors are leading North Korea to a high level of bellicosity. First, there must be a desire to influence the Parliamentary elections in South Korea in April. (중략) The North has been agitated by President Yoon and his tough stance on North Korea and would like to see his party suffer defeat.”
와일더 전 선임국장은 “북한은 미국, 한국, 일본 간의 군사 협력이 급격히 강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동요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의 호전적 수사는) 강화된 동맹에 위협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차 석좌도 김정은의 호전적 수사와 관련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한일 3국 군사 훈련과 3국 군사 협력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김정은은) 그런 훈련을 억제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미국, 일본, 한국이 더 많은 훈련을 하도록 부추기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은 일방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원하면서 도발을 거듭하겠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 같은 북한의 도발은 미한일 3국 협력만 강화시킬 뿐이란 설명입니다.
[녹취: 차 석좌] “I think he's making a statement to try to deter the high volume of US, Japan and ROK military exercising that's been taking place and the higher levels of military cooperation trilaterally. So these statements are probably a response to that and I hope that it might deter such exercising, but I don't think it does. It actually invites more exercising by the US, Japan and ROK.”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이 미한일 3국 협력을 강화시키고 김정은의 위기 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한 동맹 강화, 핵협의그룹(NCG) 신설, 미한일 3국 관계 강화 등 이 모든 것들이 북한에 위협적이라고 김정은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여 석좌는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통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았고, 올해도 러시아의 지원이 어어질 것이며, 여기에 중국의 지원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이제까지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 문재인 정권 등과는 달리 미한 동맹과 미한일 3국 협력을 강화하면서 강력한 대북 억제 조치를 이어가자 북한이 과거 통일전선전술의 실패를 자인하고, 적대적 흡수 통일이라는 강경 노선을 재천명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김여정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신년사를 비판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찬양’했다”며 김정은의 발언은 김여정의 메시지와 함께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은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 하의 한국을 대화와 협력, 화해, 궁극적으로는 통일의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Kim Jong Un's remarks, which should be read in conjunction with his sister's criticism of President Yoon's New Year's address and her "praise" of former President Moon, tell us clearly that North Korea will not accept South Korea under the conservative Yoon government as a partner for dialogue, cooperation, reconciliation, and, ultimately, reunification. More importantly, following the North's destruction of the North-South liaison office and the abrogation of the North-South military agreement, it is Kim Jong Un's definitive way of saying he has no intention of dealing with the ROK, except as an enemy state and a "puppet" of the United States.”
특히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하고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 것은 한국을 적국이자 미국의 ‘꼭두각시’(‘괴뢰’)로 간주하는 것 외에는 상대할 의사가 없다는 김정은의 단호한 의지 표명”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대한민국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서는 “북한은 수년 동안 남한에서 진보 정권이 집권했을 때는 화해와 대화, 협력을 궁극적인 통일의 서곡으로 립서비스만 내놨다”면서 “북한은 더 부유하고 강력하며 민주적인 한국의 자비에 결코 기꺼이 굴복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이 한국에 대한 적대적 흡수 통일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의 실패를 본질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김정은의 발언은 이전 한국 정부의 순진함을 이용하려던 북한의 과거 노력이 실패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동시에 남한에 대한 북한의 오랜 진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Pyongyang has for many years given lip service to the reconciliation, dialogue, and cooperation as a prelude to eventual reunification when progressive governments in the South were in power. (중략) Kim Jong Un's blunt statement of hostile and absorptive intent towards Seoul essentially acknowledges the failure of the DPRK's united front tactics and makes clear that Pyongyang has no illusions that the current ROK government will ever accept his blandishments and hollow assurance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 “미국에 대한 김정은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면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획득한 북한은 이제 이런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특히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요구에서 벗어나 북한을 군비 통제 회담에 참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함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역할을 정당화하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핵무기 제한이라는 거짓 약속을 대가로 제재에 대한 미국의 대폭 양보와 한반도 내 미군과 미국의 억지력 감축, 미한동맹 약화를 노릴 것이란 설명입니다.
대화와 협상 등 외교적 노력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첫 번째 단계이자 가장 분명한 단계일 필요는 없다”면서 “핵무장이 북한의 헌법에 명시된 만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핵화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그러나 “우리는 좀 더 대담해져야 한다”면서 “협상을, 대화를 포기하지 말라, 그것이 내 조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을 이용하고, 뉴욕 채널(유엔)을 이용하고, 북한이 뭐라고 말했든 간에 한국을 다시 소통에 끌어들이라”면서 “만약 (이런 노력들을) 그냥 포기하고 우리의 유일한 정책은 그들을 봉쇄하고 억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봉쇄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Using China, using the New York channel, trying to get South Korea back into communications despite what North Korea said, I think if we just give up and we say our only policy is we're gonna contain them and we're gonna deter them. Well, we're not succeeding in containing them.”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이란까지 가세했고,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북한에 대한) 봉쇄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 관여시킬 방안과 관련해서는 “그에 대한 답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분명히 제재는 북한에 큰 문제인 만큼, 제재를 일부 해제한다든지, 덜 가혹하게 한다든지, 재검토 가능성을 얘기한다든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게 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 등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중국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중국이 6자 회담을 주도했던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대결을 멈추게 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지 않고, 동북아시아에 혼란과 불안정이 없고, 식량과 피난처를 찾아 탈북민들이 중국으로 대거 이주하는 등 혼란이 없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t's in China's interest. That's why they headed the six party talks. It's in China's interest to get North Korea to stop with their nuclear test to stop with this confrontation. It's in China's interest not to see South Korea become a nuclear weapons state. It's in China's interest not to see Japan become a nuclear weapon state. It's in China's interest that there's no turmoil. There's no instability in Northeast Asia. It's in China's interest that North Korea doesn't have instability, with the possibility of loose nukes, the possibility of migration into China from a North Korean refugees seeking food and shelter. It's in China's interest to see stability.”
와일더 전 선임국장도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동맹으로서 김정은이 동북아에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동맹 및 중국과 협력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상근 대북 특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는 미한일 3국이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과의 외교적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북한의 어떤 형태의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1~2년 전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국방과 억지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에 다가갈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과 특히 김정은이 한국, 미국과의 대화에 점점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다시 말하지만, 대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의 모든 종류의 도발에 대비하는 데 계속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And so we're still in the same mindset as we were a year or two ago and that we are trying to boost defense and deterrence, but still also trying to find ways to reach out to North Korea, but it's getting harder as we see that North Korea and Kim Jong-un specifically is becoming less and less inclined to engage with South Korea and then also with the United States.
But again, because there isn't any engagement, I think we do have to continue to focus on being prepared for any kind of North Korean provocation.”
차 석좌도 “평화는 강력한 억지력을 통해서 유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Peace is maintained through strong deterrence. (중략) So it's important for the United States, the ROK, and other allies to maintain that deterrence position in the peninsula to show North Korea that their aggression cannot succeed.”
차 석좌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이 한반도에서 억지력을 유지해 북한의 침략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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