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주민들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전쟁 속에서도 차츰 일상을 되찾고 있습니다.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한국 음식과 한국 음악에서 위로를 받고 있는데요,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중해 연안과 맞닿아 있는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 도시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거리 곳곳엔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사람들의 사진이 빼곡한 포스터가 붙었고, 젊은 사람들이 살던 집과 학교는 예비군 동원령으로 텅 비었습니다. 종종 들려오는 경보음은 이 나라가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다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곳 시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이스라엘 주민들은 K팝, K푸드에서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텔아비브 중심부에 위치한 한국 식당 ‘김치스’에는 평일 점심 시간이었지만 한국 음식을 맛보려는 이스라엘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비빔밥과 떡볶이, 한국식 라면을 꽤 능숙하게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간만큼은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현실을 잊는 듯했습니다.
이날 VOA와 만난 시르 얀코비치와 미찰 타비브는 얀코비치의 18번째 생일을 맞아 한국 식당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얀코비치] “I saw this food in K Dramas and I was like that looks good.”
얀코비치는 “한국 드라마에서 한국 음식을 보게 됐으며, 한 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타비브는 “한국과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며 “음식이 훌륭하게 보여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한국 식당을 찾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타비브] “I love Korea. Love the culture and the food all looked amazing, so we had to come and try.”
이들 두 청년에게도 전쟁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들은 각각 이달과 3월 군입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여성에게도 군 복무의무가 주어지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직접 전투병에 지원했다”고 밝힌 타비브는 하마스와 싸우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녹취: 타비브] “I really want to help my country, and I will always stand for it. I am aiming for a combat unit.”
그러면서 “내 나라를 돕고 싶고, 언제나 조국과 함께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치스 식당을 운영하는 김순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이던 2020년 식당 문을 열었습니다. 자신의 비빔밥을 좋아하던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식당까지 개업했다는 설명입니다.
김순이 씨는 최근 이스라엘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순이 씨] “많이 느껴요. 진짜 많이 느껴요. 코리안 드라마에서 이 음식을 봤는데 (이렇게 만들어 달라며) 요청을 해요. 요청을 하는 대로 만들어주다 보니까 이렇게 식당이 됐어요.”
김 씨가 전파하는 한국 문화는 음식이 다가 아닙니다. 김 씨의 식당 2층에선 평일 저녁 한국어 교실이 열리는데, 한국 문화의 매력에 빠진 이스라엘인들의 방문이 이어집니다.
이날 학생들은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대사를 따라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발음은 서툴었지만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뜨거워 보였습니다.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한 이스라엘 여성은 “군 복무 중에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 K팝이 기운을 북돋아줘 매우 도움이 됐다”며 이후 한국 문화를 더 알고자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국어 수강생] “When I was in the army, it was very helpful for me, because I had hard time there. It was very difficult time for me and K-pop was very helpful, cheering me up.”
학생들은 한국어 수업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들의 일상은 전쟁이 한창인 이스라엘에서의 삶입니다.
예전보다 횟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텔아비브 상공에선 종종 폭발음이 들려옵니다.
남쪽의 가자지구와 북쪽의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이 텔아비브 상공에서 아이언 돔에 의해 격추될 때 발생하는 소리입니다.
이 때마다 주민들은 가장 가까운 방공호로 달려갑니다. 일상이 될 법한 일이지만 이스라엘인들에겐 쉽지 않은 시간입니다.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지역에 울린 공습 경보는 1만 회가 넘습니다.
김치스 식당 바로 옆에도 방공호가 있습니다. 식사 중에도 손님들이 몇 차례 대피한 곳입니다.
김순이 씨입니다.
[녹취: 김순이 씨] “원래 사이렌이 울리면 1초 안에 들어가야 되는 건 아니에요. 30초, 1분, 1분 30초 이런 식으로 시간이 주어져 있어서 바로 울리면 들어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갔었어요.”
물론 이스라엘인들이 전쟁으로 겪는 고통은 팔레스타인인 거주지역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주민들에 비하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 군의 직접적인 공격으로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서안지구에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와 이를 막으려는 이스라엘 군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주민들을 엄습하고 있습니다.
VOA가 방문한 베들레헴과 제리코는에선 생김새가 다른 외부인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에서 강한 경계심이 묻어났습니다.
어렵게 VOA에 입을 연 한 주민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며 “이스라엘이 우리 땅을 70년 간 점령하면서 우리를 억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곧 100일째에 접어듭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쟁이 끝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내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군 기지에 로켓 공격을 이어가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