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3개월 째로 치닫고 있습니다. 유학생을 비롯한 현지 한인들은 학교와 일터에서 전쟁의 여파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데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경보음 속에서 하루하루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이스라엘 현지 한인사회 분위기를 전해 드립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이스라엘의 한인사회에도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현지 한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학생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적지 않습니다.
절반이 넘는 유학생이 전쟁 발발 직후 한국 정부가 띄운 수송기에 몸을 실었는데, 남기로 한 소수 유학생도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이파 대학에 다니는 이주안 씨입니다.
[녹취: 이주안 씨] “예비군으로 많이 동원이 됐어요. 학생이나 일하시는 분들이. 그렇다 보니까 완전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초부터 제한적으로 시작된 인터넷 수업에도 ‘결석’이 많습니다.
이스라엘 대학교는 10월 중순에 1학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후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개강은 학교별로 2~3차례나 연기됐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전쟁 직후 약 36만 명의 남녀를 예비군으로 소집해 각 군에 배치했습니다. 각 대학을 기준으로 약 30%에 해당하는 학생이 전쟁터로 불려 간 것입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각 대학의 공식 개강을 허가했습니다. 그러나 참전 중인 예비군이 많은 탓에 대학들은 온라인과 주말 외출 등 대체 방식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유대교회는 주로 한인 유학생이 출석하는 교회입니다. 지난달 31일 VOA가 찾은 유대교회 예배에는 2명의 유학생만이 출석했습니다.
유대교회 이강근 목사는 귀국한 학생이 많아 교인 수도 덩달아 크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강근 목사] “기약이 없잖아요. 전쟁이 길어지니까. 가장 많은 한인 그룹이 유학생 사회에요. 나이가 있는 목사님들도, 선교사님들도 학교에 유학 중이고, 순수 유학을 목적으로 한 청년들도 그렇고요. 지금 벌써 방학 때 갔으니까 5개월 이상을 복귀하지 못하다가…”
다만 제한적인 개강으로 인해 복귀하는 학생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VOA와 만난 다음 날인 2일 2명의 한국인 유학생을 공항으로 마중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유학생은 2학기가 공식 시작되는 2월 이전까진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온라인 수업이 가능해지면서 한국에서 수업을 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이 이스라엘 복귀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안전입니다.
지난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전역에서 울린 경보음 횟수는 3일을 기준으로 1만 214회에 달합니다. 남쪽의 가자지구와 북쪽의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로켓이 1만여 발에 달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로켓이 이스라엘의 방어체계 아이언 돔에 의해 격추되지만, 경보음이 울리면 즉시 가장 가까운 대피소로 달려가야 합니다.
이스라엘 정보통신 회사에 다니고 있는 23세 김민수 씨는 경보음이 울릴 때마다 몸이 움츠러듭니다.
[녹취: 김민수 씨] “사이렌(경보음) 소리가 실감이 많이 납니다. 경찰차나 구급차 아니면 핸드폰처럼 비슷한 소리가 귀에 들리면 이를 사이렌(경보음)으로 두뇌가 인식해서 저도 모르게 긴장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유학생이 아닌 한인 교민들은 전쟁의 여파로 생업을 이어가기 힘든 처지에 놓였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관광업계입니다.
특히 성지순례를 위해 이스라엘을 찾는 한국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한국인 여행 가이드들은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강근 목사입니다.
[녹취: 이강근 목사] “한인들 같은 경우는, 성지순례가 완전히 전멸했죠. 여행사만 전멸된 게 아니고 여기 살아가는 한인들이 이제 가이드로 일을 하면서 많은 생활비를 부담해 왔는데, 거의 생활이 안 되죠. 아마 그래서도 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나가 있지요.”
실제로 성탄절을 전후해 전 세계에서 온 성지순례객으로 늘 북적였던 예루살렘의 주요 관광지에선 한국인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념품 가게 대부분은 셔터를 내렸고 관광지 입구에는 빈 택시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 거주민 지역에 자리한 제리코(Jericho∙여리고)와 베들레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VOA는 이들 두 지역을 방문했지만, 삼엄한 경비와 잦은 폭력 시위 등으로 관광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수의 탄생지로 유명한 베들레헴에서 만난 한 팔레스타인인은 VOA에 하루빨리 관광객들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바람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은 없습니다.
현지 언론은 2일 이스라엘 군용기와 탱크가 가자지구 남부 주도 칸 유니스 동부와 북부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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