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탱크를 동원한 훈련을 현지 지도하면서 또 다시 전쟁 준비 완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도발 없이 상반기 미한 연합연습인 프리덤실드 훈련이 종료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3일 ‘조선인민군 탱크병 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했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훈련경기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형 주력 탱크가 매우 우수한 타격력과 기동력을 훌륭히 보여준 데 대하여 만족을 금치 못했다”며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탱크를 장비하게 되는 것은 크게 자부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신형 탱크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과 탱크들이 포 사격을 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실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탱크를 일부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열병식에서 공개된 것과 똑같아요. 그런데 열병식마다 좀 차이가 있어요. 최근 열병식에선 전면 장갑이 보강된 상태로 공개가 됐었는데 이번에도 전면 장갑이 보강된 상태로 공개됐고.”
신형 탱크는 기존의 주력 천마호나 폭풍호 등을 대체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 위원장은 “전쟁동원 준비에 총력을 다해가고 있는 탱크부대 장병들”을 독려하고 “격앙된 투쟁기세를 더욱 고조시켜 전쟁 준비 완성의 비약적인 성과로 이어나갈 데 대한 강령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훈련경기는 탱크가 실제 전장처럼 꾸며놓은 경기 주로를 돌진하며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우승은 ‘근위 서울류경수제105탱크사단’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부대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입성한 전차부대로, 김 위원장은 “적의 수도를 점령했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는 부대”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훈련은 상반기 미한 연합훈련인 ‘프리덤실드’(FS) 연습에 대응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일 시작된 프리덤실드 연습은 14일 종료됐습니다.
북한은 프리덤실드 개시 이튿날인 지난 5일 국방성 담화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미한 연합연습 반발 “응분 대가 치를 것”…한국 “직접 도발 시 압도적 대응”또 지난 5~7일 한국 서해5도 상공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신호를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6일 서부전선 특수부대의 대남 침투훈련을, 7일엔 서울 등 수도권을 겨냥한 포 사격 훈련을 지도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김정은 ‘서울 타격 임무’ 포병훈련 시찰… 이틀 연속 한국 겨냥 군사행보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북한은 이번 미한 연합연습 기간 중 이렇다 할 도발없이 한국을 겨냥한 전쟁 준비에 초점을 맞춘 대응을 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연이은 군사훈련 현지 지도 또한 실전시나리오에 입각한 행보로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재래식 전쟁의 기습남침을 시작할 때 했던 그 순서대로 가는 거잖아요. 북한이 시작하면 그들이 말하는 전선부대 포병 화력이 먼저 퍼붓는 것이고 길을 트면 거기에 탱크부대들이 내려가는 그런 형태이고 그런 면들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사변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는 김정은의 연초 지시에 따른 모습들이 그대로 연출이 되고 있다는 거죠.”
북한은 지난해 상반기 미한 연합연습 기간 중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했고, 핵 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연합연습 때도 순항미사일과 군사정찰위성 등을 발사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우쿠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에서 확인된 것처럼 실제 전쟁은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가 중요하다며, 북한은 재래식 무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핵 미사일 비대칭 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전력 특히 포병이나 기갑 전력, 탱크 전력에서도 전쟁이 일어나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주려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다양한 재래식 무기 개발을 통한 국방 현대화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물량이나 기술 수준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번 훈련에 동원된 신형 탱크에 대해서도 이미 4년 전에 선을 보인 것으로, 북한은 해당 탱크를 미리 부대에 배치하고 미진한 부분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지금도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탱크는 115㎜ 또는 125㎜ 포와 북한이 개발한 대전차미사일 ‘불새-3’ 또는 ‘불새-4’ 등 불새 시리즈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원곤 교수는 이번 프리덤실드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이른바 그들이 주장해 온 ‘미한 북침연습’에 맞서는 이전의 방식과 사뭇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간의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게 북한이 늘 말하는 북침훈련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은 거기에 대한 대응훈련을 한다는 건데 이제는 그런 것 신경 안 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북침을 못한다는 거죠, 핵 무력, 핵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이 남침해서 내려올 수 있다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북한의 이 같은 대응은 대외 메시지보다 대내 메시지에 더 비중을 둔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같은 민족으로서의 남북통일 과업을 부정한 김 위원장의 대남정책 전환이 북한 내부에 이념적 혼란을 낳고 있다며 한국을 겨냥한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들은 자신의 이런 선택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에서 김정은이 교주라면 김일성은 신에 해당하는데 교주가 신을 부정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도 상당히 충격적이고 김정은이 자기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정치적 행보 때문에 매우 혼란스런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교전국 관계로 전환한 자신의 선택을 좀더 강조하기 위해서 군사행보를 강화하는 그런 측면도 있겠죠.”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탱크부대 훈련경기 지도에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강순남 국방상,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국방성 장비담당 부상, 인민군 총참모부 탱크국장, 인민군 탱크병대연합부대 지휘관 등이 참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