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IAEA 사무차장 “영변서 ‘삼중수소’ 생산 정황…핵탄두 소형화에 필수”

지난해 12월 18일 촬영한 북한 영변 동위원소 생산 공장. 공장 내 핵물질 추출 작업 설비 '핫 셀(hot cell)'이 위치한 구역 지붕 위에 눈이 먼저 녹은 모습이 보인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제공. 사진 = SatVu.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핵탄두 소형화에 필수적인 ‘삼중수소’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라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5MW 원자로에서도 핵심 공정이 계속 진행 중인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VOA에 공개한 북한 핵시설 동향을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영변 핵시설 내 ‘동위원소 생산 공장’에서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삼중수소 생산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I see them also working now in the place which is called Isotope Production Plant which is in Yongbyun. People don't talk very much about it but this is probably the place where they plan to separate tritium from irradiated targets. And the tritium is one of those elements which you can used to trigger or boost a small nuclear device.”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사진 = Stimson Center.

특별연구원은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한이 초대형방사포에 소형화된 전술핵탄두 탑재를 가정한 발사 시험을 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필요한 물질 생산 움직임을 영변 핵시설에서 지속하고 있는 정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동위원소 생산 공장 가동 정황을 지목하면서 “이곳은 방사선을 조사한 물질에서 삼중수소를 분리하는 공장일 것”이라며 “삼중수소는 소형 핵무기를 작동시키거나 증폭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원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중수소를 이용하면 핵융합 반응으로 폭탄의 위력을 높이는 일명 ‘부스트’ 방식을 통해서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탄두보다 더 작은 핵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삼중수소는 핵융합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이를 사용할 경우 적은 양으로도 플루토늄보다 더 높은 에너지 출력을 달성할 수 있어 작은 크기의 핵탄두에서도 높은 폭발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VOA에 제공한 위성사진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연구용 원자로(IRT reactor) 단지의 동위원소 생산 실험실(IPL)과 구 연료봉 제조 공장 남동쪽에 위치한 동위원소 생산 공장(IPP) 두 곳에서 삼중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지목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There are two facilities that could serve for the extraction of tritium from the Lithium-6 targets: Isotope Production Laboratory (IPL) in the IRT reactor complex, and the Isotope Production Plant (IPP) in the southeastern area of the former Fuel Rod Fabrication Plant. From the satellite imagery only, one cannot establish the capabilities of the IPL and IPP but the IPP has likely larger hot cells suitable for the recovery of tritium from irradiated targets than the IPL.”

이어 “위성사진만으로는 두 곳의 역량을 확인할 수 없지만 동위원소 생산 공장에는 방사선 조사 물질에서 삼중수소를 추출하는 데 적합한 더 큰 ‘핫 셀’이 동위원소 생산 실험실보다 더 많이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8일 촬영한 북한 영변 동위원소 생산 공장. 공장 내 핵물질 추출 작업 설비 '핫 셀(hot cell)'이 위치한 구역 지붕 위에 눈이 먼저 녹은 모습이 보인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제공. 사진 = SatVu.

그러면서 지난 2022년 1월과 지난해 12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동위원소 생산 공장에서 지난 2년 간 ‘핫 셀’이 위치한 구역의 지붕 위에 쌓인 눈이 열에 의해 녹은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해당 시설이 계속 가동 중임을 시사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There are also indications that the IPP could be operating. During last two winters melting of snow on the roof of the section having the hot cells. Over the years, some changes (corrosion?) in the roof materials indicate operations inside the buildings.”

또한 수 년에 걸쳐 지붕 물질의 부식과 같은 일부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건물 내부에서 작업이 진행 중임을 나타낸다고 부연했습니다.

‘핫 셀’은 핵 물질 추출 및 분리 작업 시 작업자의 방사능 피폭을 막기 위한 격리 공간으로, 핫 셀의 크기와 개수에 따라 핵물질 추출과 처리 역량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8일 촬영한 북한 영변 5MW 원자로. 원자로(Reactor)와 터빈 홀(Turbine Hall) 사이에서 증기가 배출되는 모습. 배수로를 통해 방사선 조사 물질이 방출되는 모습이 보인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제공. 사진 = SatVu.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또 영변 5MW 원자로에서 증기가 배출되는 모습이 지난 2월 촬영된 위성사진에 포착된 것도 삼중수소 생산 관련 정황으로 진단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In addition to production of plutonium for the weapons program, the reactor could serve for irradiation of Lithium-6 targets to generate tritium for the nuclear weapons program and testing of fuel rods for the development of the Light Water Reactor program.”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해당 원자로는 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플루토늄 생산 외에도 핵무기 프로그램용 삼중수소 생산을 위해 ‘리튬-6’ 원자 물질을 조사하고 경수로 프로그램 개발을 하기 위한 연료봉을 시험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며, 증기가 배출된 것은 가동 중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에서 가동 움직임을 보이는 주요 시설들이 모두 삼중수소 물질 생성에 주 원료가 되는 리튬-6 조사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7일과 12월 6일 촬영한 5MW 원자로 열화상 이미지. 원자로(Reactor)와 터빈 홀(Turbine Hall)가 가동 중임을 보여준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제공. 사진 = SatVu.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아울러 5MW 원자로에서 방사선 조사 물질 방출이 포착된 점도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삼중수소 생산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Reason for the discharging of irradiated material could be removal of targets for production of tritium, which is essential for the miniaturized nuclear warheads, e.g. for boosted nuclear weapons. Boosted nuclear weapons required substantially less fissile material compared to normal fission weapons. This would be in line with KJU’s statements on “exponential growth” of the number nuclear weapons.”

“방사능 조사 물질이 배출된 것은 부스트 방식의 핵무기 등 소형화된 핵탄두에 필수적인 삼중수소 생산을 위한 분리 작업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부스트 방식의 핵무기는 일반적인 핵무기에 비해 훨씬 적은 핵분열 물질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핵무기 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공언한 북한의 발표와도 일치하는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Then you make your device smaller with this boosting instead of having 8 kilograms of plutonium or maybe about 4 kilograms. You can come down to a couple of kilograms and maybe even less and have a small nuclear device with a reasonable yield which can damage parts or cities or military formations and things like that. So I think that this is their plan and that's why they talk about this tactical nuclear weapons. I would be a bit concerned because then I look what happens in Yongbyun.”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삼중수소를 활용한 부스트 방식을 이용하면 8kg이나 4kg의 플루토늄을 쓰는 것보다 핵탄두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럴 경우 “일부 지역이나 도시, 군 시설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적정 수율을 갖춘 소형 핵탄두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북한의 계획이고, 그들이 전술핵무기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영변에서 나타나는 가동 정황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지난 2007년 6월 UN 핵 사찰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앞서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서부지구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지도했다며, 초대형방사포 6발이 발사돼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를 명중시키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어 이번 훈련을 통해 “600mm 방사포병구분대들의 불의적인 기동과 일제 사격을 통해 무기 체계 위혁과 실전 능력을 확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사격 후 초대형 방사포에 의한 목표 상공 설정 고도에서 공중폭발 모의시험도 진행했다고 보도해, 방사포에 소형화된 전술핵탄두를 탑재를 가정해 발사 시험을 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