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양국 고위급 교류가 활성화하는 분위기가 북중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북한을 방문한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조중 친선의 해’를 계기로 친선협조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교류와 협력을 확대, 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당과 정부 대표단의 평양 방문은 양국 친선의 불패성을 과시하고 전통적인 두 나라 친선협조 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양국 친선의 역사적 전통을 부각하고 세기와 연대를 이어 발전시켜 나가자며 ‘조중 친선의 해'를 계기로 성과적인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오 위원장이 이끈 중국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북한과 중국 사회주의의 “무궁한 발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자오 위원장의 방북 성과를 축하하며 건배를 제의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자오 위원장은 “중국의 당과 정부는 늘 전략적 차원과 장기적인 안목에서 양국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오 위원장은 또 “중국은 두 당과 두 나라 최고 지도자의 전략적 지도 하에 북한과 함께 실용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해 새로운 성과를 거두고 공동 이익을 수호할 의향이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과 협력을 심화해 양국 관계의 함의를 풍부하게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오찬 후 차량에 탑승해 떠나는 자오 위원장 일행을 직접 배웅하는 사진을 싣기도 했습니다.
자오 위원장은 중국 권력 서열 3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북한을 방문한 중국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자오 위원장은 지난 12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조중 친선의 해’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북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조중 친선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과 자오 위원장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교류 확대와 협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며, 미한일 공조에 맞서 북한과의 협력이 필요하면서도 미국과의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중국은 회색지대 외교를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중국은 북중러 협력에서 온도차가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전통적인 한미일에 대응해서 북중러 연대는 필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따라서 75주년에 즈음해서 자오러지 중국 공식 권력 3위가 간 것은 그 정도 수준에서 관리하겠다 이렇게 봐야겠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북중 교류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북러 사이의 움직임과 비교할 때 북중 간에는 아직 그런 구체적인 방안들이 활발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중 양국이 자오 위원장의 이번 방북을 통해 돈독한 양국 관계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려 했다며, 김 위원장이 자오 위원장이 탄 차량을 직접 배웅하는 장면을 담은 북한 매체 사진도 그런 차원의 연출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더 북중 관계가 외부적으로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있겠죠. 그래야 북한이 원하는 북중러 구도, 진영주의 구도가 구축되는 거니까. 그런 면은 북한이 최대한 상징성 부여해서 연출하는 건 워낙 잘하니까.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해서 상당 부분 성공했죠.”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자오 위원장의 방북을 통해 중국이 북한과의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면서 한편으론 제한된 수준에서나마 북한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다른 한편으론 러시아와의 지나친 밀착을 견제하려는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전 박사는 자오 위원장의 방북이 북한과의 극적인 관계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북한과의 관계 중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당 대 당 관계’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전략 도발을 자제토록 관리외교에 나선 행보로 해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자오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조중 친선의 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자오 위원장의 방북이 5년 간 이뤄지지 않은 북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전 박사는 이와 관련해 중국은 현재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 양자 관계를 통해 협력을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국면이라며, 북중 정상회담은 미국 대선 결과 이후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전병곤 박사] “미국이 지금 한미일, 필리핀까지 엮어서 가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중국이 중북러 뭉쳐 이러면 손해니까 일단은 양자 관계로 하면서 미국을 겨냥해서 지금 시간도 벌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가 되느냐, 누가 되느냐 등 일단은 더 큰 변수는 미국인 것 같아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수교 75주년을 명분으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장 박사는 북한 경제와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은 러시아보다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감으로써 국제사회에 다시금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장용석 박사] “경제라든가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과 서방에 대한 북한의 대응 측면에서 중국이 갖고 있는 위상은 러시아보다 못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의 고려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런 대외적인 관계까지 감안하면 김정은 입장에선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고.”
중국 입장에서도 북러가 정치 경제 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가까워지는 데 대해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북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