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단의 이란 방문이 이례적으로 공개되면서 북한이 러시아, 이란과 반미 연대 3각 협력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제사회 제재를 무력화시키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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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외경제성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하기 위해 23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구체적인 파견 목적이나 일정 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 고위급 인사의 이란 방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표면적으로 경제 교류라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이스라엘과 확전 기로에 있는 이란과의 군사협력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이란은 또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와 지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번 방문을 계기로 ‘친러’를 축으로 한 3각 군사협력을 심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윤 대외경제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은 앞서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공개하진 않았지만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지난 22일 북한에 도착한 것으로 한국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에 러시아 대표단이 참관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반미 연대 구축을 위한 외교활동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대외경제상이 움직이면 경제협력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지금 러시아, 북한, 이란 간에 경제적 협력관계가 있을만한 꺼리가 별로 없거든요. 그러면 경제협력을 빙자해서 3각 군사협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북한과 이란은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1980년부터 탄도미사일 등 군사협력을 광범위하게 진행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란의 주력 탄도미사일들은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기반으로 하거나 ‘무수단’ 미사일과 기술적으로 연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운이 감도는 최근 중동 정세가 북한과 이란 간 연대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이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 본토에 발사한 미사일에 북한 미사일 부품과 기술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부품과 기술 등을 주고 이란으로부턴 무인기와 고체연료 기술 등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특히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등 핵 관련 기술이 이란에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의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의 핵 확산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미국의 가장 핵심은 북한이 핵 기술을 외부에 확산하는 것 그것이 어떻게 보면 더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죠. 특히 중동 지역에 넘어가기 시작하면 중동의 핵심적인 적대국가인 이란도 있고 또 이게 잘못하면 중동의 급진 테러조직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이란이 경제적 협력을 통해 제재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거대 산유국인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 공습으로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무인기 제조와 철강, 자동차 산업 등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과 이란은 군사 분야를 제외한 일반 교역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국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필요하다면 무기 거래 외에도 경제 분야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오랫동안 원유 금수 등 미국과 국제사회 제재를 받아 온 이란은 교묘한 제재 회피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한은 이를 이용해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꾀하려 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이란이 갖고 있는 기존 제재에 대항한 체제를 북한도 잘 활용할 수 있고 자신들이 무기를 제공한 만큼의 환금성 높은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오히려 크다, 그리고 이란은 예전부터 미국의 제재에 대해서 대놓고 하겠다고까지 했던 국가라서 러시아처럼 조금 눈치 보다가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에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활동 종료에 따라 미국이 대북 제재 이행 감시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비난했습니다.
김은철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25일 ‘조선중앙통신’에 낸 담화에서 미국이 “새로운 제재판을 펼쳐놓는 경우 우리는 거기에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힘의 상향조정에 필요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상은 “우리는 미국의 제재에 이력이 텄으며 그 어떤 가혹한 제재에도 맞받아나갈 능력과 큰 힘을 갖췄다”며 “군사 기술적 강세를 불가역적으로 만들고 주변 안보 형세의 통제력을 제고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실제 행동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담화가 새로운 대북 제재 감시체제를 모색하는 국제사회 논의에 대한 “불만과 초조감을 보여준다”면서, “대북 제재의 유효성과 필요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 담화는 러시아, 이란 등과의 반미 연대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려는 의도라며 가치에 기반해 진영 간 대립구도를 만든 미국의 외교가 실패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미국의 행동들에 대해서 북한은 하나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자기들이 훨씬 더 거기서 이익을 보고 있다 라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미국의 외교 실패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북한 매체 보도에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등장한 것은 2019년 12월 미국담당 부상 리태성의 담화가 나온 이후 4년여만입니다.
그 사이엔 주로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담화가 나와 미국담당 부상 자리가 없어졌다가 최근 부활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