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인권 활동가들이 최근 대북 전단 살포 등 정보 유입 활동을 6년여 만에 재개했습니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더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지난 2003년부터 한국에서 대형 풍선을 통해 대북 전단을 보낸 이민복 대북풍선단 대표가 25일 VOA에 6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주도해 온 이 단장은 지난 23일 풍향이 맞아 민통선 근처 지역에서 전단 15만여 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민복 대표] “6년 만입니다. 감회가 새롭죠. 작년 9월에 금지법이 해제돼서 그동안 바람의 방향이 맞지 않아서 준비만 철저히 하고 있다가 보냈습니다.”
전단에는 한국전쟁이 북한 인민군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사실과 북한의 백두혈통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담겼습니다.
또한 남북한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반도 야간 촬영 위성사진도 전단 내용물에 새롭게 추가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습니다.
대북풍선단은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여파 등으로 지난 2018년부터 정보 유입 활동을 중단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이 법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이 대표는 경찰이 이날 전단 살포 행위를 과거처럼 물리적으로 막지 않고 주시만 했다면서,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이민복 대표] “진리는 결국 이긴다는 뜻입니다. 이것(대북 정보 유입)은 인도주의입니다.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원초적인 인도주의 활동입니다. 이것을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관계 좋을 때는 보내지 않고 나쁠 때는 보낸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이 대표는 “보유한 트럭 두 대를 모두 동원하면 1회에 전단 수백만 장도 보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북한 주민들만을 바라보며 조용히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 대북 기독교 선교단체도 최근 북한에 전단과 성경을 보내는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단체는 그러나 24일 VOA에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런 가운데 페트병에 쌀과 USB, 미화 1달러 지폐 등을 넣어 서해를 통해 북한으로 보내는 활동을 펼치는 민간단체 ‘노체인’은 최근 처음으로 홍보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녹취: 홍보 영상] “어디가 북한이에요?” “저쪽입니다. (북한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나. 한 사람이라도 주어서 그 안에 있는 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그 이상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북한 15호 요덕 관리소 정치범 수용자 출신인 이 단체의 정광일 한국 지부장은 25일 VOA에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이 재개됐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지부장] “(전임) 정부가 못 하게 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움츠렸죠. 기부 자체를요. 자기네가 기부하면 위법이 될까 봐 무서워서. 잊히기도 했고요.”
정 지부장은 특히 지난해 목선을 타고 서해를 통해 망명한 황해도 출신 두 일가족을 면담한 결과 그들이 패트병을 통해 쌀과 정보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더욱 힘을 얻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지부장] “쌀은 인도주의 지원이고 USB나 콘텐츠 보내는 것은 인권 운동이죠. 우리가 보내는 콘텐츠 자체가 연출된 게 아니고 (탈북민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찍어서 보내는 것입니다. 강요된 삶이 아니라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그것을 북한 정권이 엄청 두려워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아 내가 지금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거죠.”
과거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우려를 나타냈던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이들 단체의 활동 재개 소식을 반겼습니다.
세계 70여 개 민간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NKFW)의 수전 숄티 의장은 25일 VOA에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진실이 북한 주민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It's absolutely critical because Kim Jong Un has tried to stop I mean, he has been desperately trying to keep people from not knowing about South Korea and the outside world. The truth will set them free. The North Korean people are not just hungry for food. They're hungry for information they want to know.”
“김정은은 주민들이 남한과 외부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기 때문에 (대북 정보 유입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숄티 의장은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은 단지 식량에만 굶주린 것이 아니라 알고 싶은 정보에도 굶주려 있다”면서 이러한 활동을 더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며 비판했던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턴 아시아 옹호 국장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시프턴 국장은 전단 활동 자체보다는 “항상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며 “사람은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정보를 보낼 권리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시프턴 국장] “I have always been a strong supporter of people's rights to do things and express themselves. You have the right to express opinions and send information…I think people should use good judgment. There's no reason why the South Korean government should regulate the activities of human rights groups that try to get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시프턴 국장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려는 인권 단체의 활동을 규제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전달 수단 측면에서는 전단이나 패트병보다는 대북 방송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던 때와 비교하면 최근 상황은 “많은 진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This shows a lot of progress because in 2020, former President Moon Jae In enacted a law that prohibited sending balloons and other forms of information to North Korea. Fortunately, the South Korean Constitutional Court overturned that law, allowing South Koreans to resume sending balloons with leaflets again. So it's good that the North Korean defectors have resumed this activity.
창 변호사는 “다행히 한국 헌법재판소가 이 법을 뒤집어 탈북민들이 다시 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려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이러한 활동의 재개는 “유익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20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 살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공포했습니다.
당시 한국 외교부는 “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서 어느 가치보다도 존중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률 개정안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도 또한 동시에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