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한반도 정책 관련 발언들이 한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 핵 위협이 고도화한 상황에서 트럼프 집권 2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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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위태로운 위치에 4만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 즉 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라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지난 2019년 한국측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년도 분담금의 6배에 가까운 액수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동맹국가들의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에 반대하고 동맹을 거래 관계로 격하시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을 13.9% 인상하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방위비 증액과 연동해 분담금을 올리는 데 합의했습니다.
한국 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으로 미뤄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미한 동맹이 훼손되고 한국의 안보가 북 핵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북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 등 양국 동맹의 약화를 초래했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관과 한반도 정세 인식이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방위비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엔 사실과 다른 부분도 들어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를 바로잡는 등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트럼프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숙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런 언급을 했다는 것은 기회가 있는 대로, 직접 할 수 없다면 참모들, 다른 라인을 통해서라도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그런 시도와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미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임’과의 인터뷰 내용 중 한국 방위비 분담금 발언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이전에 방위비를 거의 내지 않았다는 주장을 일례로 들었습니다.
‘CNN’은 “미 의회조사국(CRS)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반적으로 인건비를 제외하고 주한미군 주둔에 소요되는 비용의 40~50%를 부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는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북한에 대한 억제 뿐만 아니라 대중국 포위전략을 위한 핵심 전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한 동맹의 이런 성격 변화를 무시하고 과도하게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경우 양국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미국이 본인들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전적으로 대한민국 비용에 의존한다고 하면 그건 용병의 성격이 되는 것이고요. 결과적으론 주한미군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면 그 돈을 들여서 스스로 방위력을 향상시키면 되는 거지 주한미군이 있을 이유가 전혀 없거든요.”
한편 한국의 ‘연합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측 인사로 분류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8일 공개했습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주 임무는 중국 억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미군을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과 싸우면서 중국과도 싸울 준비가 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런 변화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미군의 상대적인 약화라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미국이 한국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자기방어를 스스로 책임지게 한다는 차원에서 미한 간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의 조기 이행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또 미한이 북핵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대안을 훨씬 선호하지만,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핵 위협을 고도화,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콜비 전 부차관보의 발언은 한국 내 자체 핵 무장 여론을 한층 자극할 수 있다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의 자체 핵 무장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일본이 분명히 한국 핵보유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핵 도미노 현상들 그런 것들을 한국이 혼자 감당할 수 있겠는냐는 문제인 거죠.”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콜비 전 부차관보의 견해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어쩔 수 없는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이런 방향에서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주한미군 전면 철수 보다는 감축을 그리고 한국 자체 핵무장 용인 보다는 미측의 확장억제 유지가 현실적이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현실적인 타협선에선 완전 철수보다는 역할의 축소와 변경이 일정 부분 일어나고 한국이 좀 더 독자적인 전시작전권과 자율성을 부여받으면서 또 한편에선 확장억제 틀 안에서 나름대로의 협력을 같이 가는 이런 모색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보는 거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앞서 콜비 전 부차관보의 사상이 공화당과 트럼프의 핵심 측근들에게 영향력이 있으며 그가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대사와 함께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