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선 후보 진영 주한미군 철수 시사 등 잇단 발언… 한국 안보 위협 긴장

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후 나와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한반도 정책 관련 발언들이 한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 핵 위협이 고도화한 상황에서 트럼프 집권 2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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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선 후보 진영 주한미군 철수 시사 등 잇단 발언… 한국 안보 위협 긴장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위태로운 위치에 4만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 즉 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라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지난 2019년 한국측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년도 분담금의 6배에 가까운 액수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동맹국가들의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에 반대하고 동맹을 거래 관계로 격하시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을 13.9% 인상하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방위비 증액과 연동해 분담금을 올리는 데 합의했습니다.

한국 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으로 미뤄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미한 동맹이 훼손되고 한국의 안보가 북 핵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북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 등 양국 동맹의 약화를 초래했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관과 한반도 정세 인식이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저녁 만찬을 가졌다.

문 센터장은 방위비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엔 사실과 다른 부분도 들어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를 바로잡는 등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트럼프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숙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런 언급을 했다는 것은 기회가 있는 대로, 직접 할 수 없다면 참모들, 다른 라인을 통해서라도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그런 시도와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미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임’과의 인터뷰 내용 중 한국 방위비 분담금 발언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이전에 방위비를 거의 내지 않았다는 주장을 일례로 들었습니다.

‘CNN’은 “미 의회조사국(CRS)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반적으로 인건비를 제외하고 주한미군 주둔에 소요되는 비용의 40~50%를 부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의회 건물. (자료사진)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는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북한에 대한 억제 뿐만 아니라 대중국 포위전략을 위한 핵심 전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한 동맹의 이런 성격 변화를 무시하고 과도하게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경우 양국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미국이 본인들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전적으로 대한민국 비용에 의존한다고 하면 그건 용병의 성격이 되는 것이고요. 결과적으론 주한미군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면 그 돈을 들여서 스스로 방위력을 향상시키면 되는 거지 주한미군이 있을 이유가 전혀 없거든요.”

한편 한국의 ‘연합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측 인사로 분류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8일 공개했습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주 임무는 중국 억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미군을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과 싸우면서 중국과도 싸울 준비가 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런 변화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미군의 상대적인 약화라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미국이 한국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자기방어를 스스로 책임지게 한다는 차원에서 미한 간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의 조기 이행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또 미한이 북핵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대안을 훨씬 선호하지만,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핵 위협을 고도화,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콜비 전 부차관보의 발언은 한국 내 자체 핵 무장 여론을 한층 자극할 수 있다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의 자체 핵 무장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일본이 분명히 한국 핵보유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핵 도미노 현상들 그런 것들을 한국이 혼자 감당할 수 있겠는냐는 문제인 거죠.”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콜비 전 부차관보의 견해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어쩔 수 없는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이런 방향에서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주한미군 전면 철수 보다는 감축을 그리고 한국 자체 핵무장 용인 보다는 미측의 확장억제 유지가 현실적이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지난 3월 한국 평택에서 진행된 프리덤실드 훈련 중 CH-47 치누크 헬기에 탑승한 한미연합사단 소속 병사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현실적인 타협선에선 완전 철수보다는 역할의 축소와 변경이 일정 부분 일어나고 한국이 좀 더 독자적인 전시작전권과 자율성을 부여받으면서 또 한편에선 확장억제 틀 안에서 나름대로의 협력을 같이 가는 이런 모색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보는 거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앞서 콜비 전 부차관보의 사상이 공화당과 트럼프의 핵심 측근들에게 영향력이 있으며 그가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대사와 함께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