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두 나라의 셈법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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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15일 푸틴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문제와 양국 무역 관계,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과 함께 한반도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북한 지원과 관련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두 나라는 한반도 상황이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의 우려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중국과 러시아 모두 한국과 미한동맹에 위협을 가하는 북한의 역량 덕분에 자신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Both the PRC and Russia have a shared interest in supporting North Korea. They have a shared concern about the need to prevent the situation on the peninsula from spiraling out of control. Nonetheless, both Beijing and Moscow understand the advantages that flow to them from Pyongyang's ability to challenge the ROK and the U.S.-ROK alliance, so they will probably coordinate their respective efforts to support their North Korean ally/partner.”
이어 “러시아와 중국은 한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과 중국∙러시아의 관계 악화에 대한 논쟁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에 반대하며 두 나라가 대북 문제를 도와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는 한국을 도울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그들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한국을 어떻게 조종하고 그들의 파트너인 북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제한적인’ 러시아와 중국의 파트너십은 잘 살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As they meet in Beijing, Xi and Putin understand that one of their key goals must be how to manipulate South Korea and support their mutual partner, North Korea. The ‘no limits’ Russia-China partnership is alive and well.”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도 이날 VOA에 푸틴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 “이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간의 긴밀하고 위험한 동맹 관계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방문은 러시아가 군수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의 군사 하드웨어와 특수 장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러시아가 군수산업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푸틴의 가장 큰 목표는 자신과 시진핑이 나토와 서방의 동맹에 맞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푸틴으로서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계속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며,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에 이중용도 품목(민간용으로 제조∙개발됐지만 군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북한 문제는 어쩌면 양국 관계의 유일한 문제일지도 모른다”며 “중국은 북한이 푸틴에 대한 새로운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을 우려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에 필수적인 포탄을 북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란 겁니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시 주석은 푸틴에게 북한에 대한 의도가 무엇인지 물어볼 것”이라며 “시 주석은 푸틴에게 김정은과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첨단 군사 지원 측면에서 무엇을 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 think the Chinese are worried as to the new leverage that Pyongyang now has on Putin because Putin is now dependent on Pyeongyang for artillery shells and artillery shells are very important to Putin's war. (중략) So I think that XI Jinping will ask Putin a lot of questions about what Putin is trying to do with Kim and what is he going to give him in terms of advanced military assistance.”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그러나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중이 북중러 3국 협력의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러시아와 협력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자신들만의 영향력을 갖고 싶어한다”며 “그들은 3국 협력의 일부가 돼서 그 영향력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러시아가 중국에 북한과 3국 연합 훈련을 제안했지만 중국이 거절했던 사례를 들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Because the Chinese don't want to cooperate with Russia over North Korea. The Chinese want to have leverage over North Korea, their own leverage. They don't want to lose leverage by becoming part of a triangle. The Russians have asked the Chinese if they'll do joint exercises with North Korea and the Chinese have said no.”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중국은 지금 동북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으며 그들은 타이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중국의 목표와 북한의 목표가 같지 않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목표와 러시아의 목표가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중러 정상회담이 중국 리창 총리와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나기 일주일 전에 이뤄진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논의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포탄 등 무기 거래에 있어 긴밀히 협력하는 것과 관련해 “시진핑 주석은 푸틴에게 북한과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한반도에서 더 도발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과 관련해 러시아의 의도와 입장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China XiJinping is going to have to ask Putin where are you going with North Korea?
Are you are enabling North Korea to be more provocative on the Korean peninsula? Because that is definitely not in China's interest.”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중이 북중러 3국 협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그런 시각에 반드시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이 모두 북한과 협력하고 있지만 북한과 더 긴밀히 협력하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이 무엇인지, 또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명확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과 셈법이 각각 달라 3국 간 긴밀한 협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don't necessarily agree with that. They're certainly cooperating now with North Korea. (중략) No, I think there's got to be more clarity on what their strategy, what is Russia's strategy for working more closely with North Korea and what is China's long term objectives with North Korea.”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다만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경제적 생존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큰 성공이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유럽연합,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