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지난 5년간 시장을 억압하고 식량 통제를 강화해 왔다고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이 말했습니다. 놀랜드 부소장은 17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에선 식량을 확보하는데 구매 능력보다 정치적 지위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놀랜드 부소장은 특히 북한에서 식량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 주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보고서 ‘변화하는 북한 식량 불안정의 성격’을 발표한 놀랜드 부소장을 김영교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북한에서 1990년대 초반 존재했던 국가의 식량 통제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지금 현재 북한의 식량 상황이 ‘고난의 행군’이 있었던 그 때와 비교할 만한 상황인 겁니까?
놀랜드 부소장) 그건 아닙니다. 식량 희소성 측면에서 1990년대는 지금과 비교가 안됩니다. 1990년대 북한은 때때로 45만t에서 90만t에 달하는 곡물이 부족했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2년 전 상황은 1990년대 이후 최악이었지만, 기근의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굶주림에 의한 사망 관련 보고는 있었지만 1990년대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기후가 비교적 좋았고요. 그리고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부터 실제로 이익을 얻었습니다. 북한은 지금 러시아와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러시아는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식량을 지원하고 있고요. 지금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발생 이후부터 국경 봉쇄를 해제한 이후까지 북한의 식량 상황은 어떻게 변해 왔습니까?
놀랜드 박사) 이런 추세는 팬데믹 이전에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의 도래와 국경 폐쇄는 이 과정을 정말로 가속화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국가가 정말로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기근 규모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2년 전에는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가 있었죠. 지금은 정부가 여전히 농업 자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국경을 개방하는 등 일부 측면에서는 통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식량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작년의 수확이 상대적으로 좋아서이고, 둘째는 러시아인들, 그리고 특히 중국인들이 팬데믹 기간보다 지금 더 많은 식량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죠.
기자)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 식량 상황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 말씀하셨는데요.
놀랜드 부소장) 러시아인들은 북한의 군수품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무기 수출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인들은 북한에 다양한 종류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유류와 식량 유입도 증가했을 것입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라는 두가지 맥락에서 보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경쟁하게 하면서 두 나라와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결코 그들이 더 나은 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외부 환경이 유리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제재 등으로 막혀 있던 북한의 숨통을 틔워준 셈이네요?
놀랜드 부소장)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대한 모든 조사를 수행한 유엔 전문가패널의 임무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북한이 이익을 얻은 건 분명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1990년대 방식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밝힌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놀랜드 부소장) 북한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기간 중앙 계획 경제를 운영해 왔고,농업 부문에 있어서 곡물은 소위 ‘협동 농장’이라는 곳에서 생산돼 왔습니다. 기본적으로 국영 농장이죠. 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은 자율성이 거의 없습니다. 소비 측면에서 보면 식량은 공공 배급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것을 통해 분배됐고요. 식량 가격은 실제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수량에 맞춰 배급하는 시스템이었으니까요. 1990년대 기근 이후 그 시스템은 붕괴됐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사실상 시장 체제였죠.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식량을 배급이 아닌 시장을 통해 얻었습니다. 실제 가격을 지불하는 시장 체제였죠.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포함한 지난 5년 간 북한 정부가 시도해 온 것은 본질적으로 국가 통제를 복원하고 시장을 억압하는 것입니다. 1960년대나 70년대 또는 80년대에 존재했던 시스템은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이 지금 국영 상점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시장 가격에 더 가깝습니다. 과거 배급제에서 지불했던 작은 가격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건 국가 통제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내년에 기후가 안 좋아지거나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을 그렇게 많이 안 해주게 되면, 북한이 어떻게 이런 모델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런 북한 정부의 조치가 주민들의 생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놀랜드 부소장) 정치적 특권을 가진 개인은 식량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더 가질 수 있습니다. 약간의 보조금을 받아 국영 상점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시장에 갈 수밖에 없지만 시장은 점점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식량 불안정에 본질적인 변화가 온 건데요. 앞서 20 여년 간은 누가 돈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내 정치적 지위가 무엇인가 그리고 국영 상점에서 보조금을 받아 식량을 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죠.
기자) 향후 중국이나 러시아가 지원을 줄일 경우, 또 기후가 좋지 않아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될 경우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놀랜드 부소장) 과거 북한 내에는 원조품 전달을 감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원조품 전달에 대한 추적 시스템이 매우 취약했습니다.식량이 의도한 수령인에게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음 번에 북한에 지원을 더 잘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먼저 수요가 덜한 식량을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쌀과 옥수수를 주는 대신 보리와 좁쌀을 주는 겁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개인적인 소비를 위해 좁쌀이나 보리를 훔칠 가능성이 훨씬 적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장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구매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엘리트 소비에 덜 적합한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식량을 청진과 같이 기아가 가장 심각했던 북동쪽의 항구로 운송하는 것이죠. 평양의 특권층에 도달할 수 있는 남포가 아니고요.
기자) 미국의 경우 꾸준하게 북한을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지만 북한은 계속 거부하지 않았습니까?
놀랜드 부소장) 노동신문은 식량 지원이 독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유엔이 식량 지원을 하게 되면 가장 절박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자 할 겁니다. 임산부나 아이들, 노인들에게 도달하는 것을 확인하려고 하겠죠. 북동쪽에서 기근이 심각하다면 식량이 평양이 아닌 북동쪽으로 들어가기를 원할 것이고요. 러시아나 중국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북한 정부가 원하는 데로 전달합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조건이 없는 기증자들로부터 식량을 얻고자 할 것입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으로부터 정부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북한 내 식량 상황과 관련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