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을 향한 이른바 ‘오물 풍선’ 도발을 잠정중단한 가운데 한국 민간단체가 또 다시 북한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열한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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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일 대북 전단 20만장을 북한에 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경기도 포천에서 6일 오전 0시에서 1시 사이에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일 뿐’이라는 김정은의 망언을 규탄하는 대북 전단 20만장을 애드벌룬 10개를 이용해 북한으로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애드벌룬에 K-팝과 나훈아, 임영웅 등 가수들의 노래, 그리고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 동영상 등을 저장한 이동식저장장치(USB) 5천개, 1달러짜리 지폐 2천장도 함께 넣어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김정은이 사과하지 않은 한 사랑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의 편지, 자유의 편지인 대북 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달 10일에도 전단 30만장 등을 날려 보내는 등 지속해서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해왔습니다.
한국 군은 이 단체가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살포한 대북 풍선이 북한 상공으로 넘어간 것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북한은 지난달 26일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고 이틀 뒤부터 1천개 가까운 오물 풍선을 한국 측에 날려 보냈습니다.
또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 등 복합 도발을 잇달아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감내하기 힘든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직후인 지난 2일 밤 북한은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오물 풍선 살포 잠정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이 접경지역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쥐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북 전단 살포가 공개된 마당에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 교란 등 모종의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양쪽 다 딜레마죠. 북한은 확성기 방송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응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물론 하긴 할 겁니다. 또 한국 정부는 이 상황에서 북한이 대응하면 바로 대응할 가능성은 높지만 팃포탯이 될 거니까 그 부분이 또 걱정이죠.”
조 박사는 한국 내 여러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비공개리에 보내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들 단체들은 현 상황이 자칫 위험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해 전단 살포를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단체의 대북 전단 공개 살포에 북한이 추가로 맞대응을 하면 남북 긴장 수위가 더욱 고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복합 도발 대응 조치로 지난 4일 남북 간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전부 정지시켰습니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물론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도 가능해진 상태입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 69회 현충일 추념식 연설에서 북한의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역사의 진보를 거부하고 퇴행의 길을 걸으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도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층 더 강해진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토대로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단단히 지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보유국을 자처하고 전방지역에 전술핵무기 운반 수단 등을 배치하면서 힘 자랑을 하고픈 욕망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의 성동격서식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공개적으로 담화를 통해서 여러 가지 언명을 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하면서 ‘이에는 이’ 방식의 대응 또는 비례성 원칙에 입각한 대응 이건 북한의 방식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점에서 다른 차원에서 무력 사용에 대한, 자신의 힘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생각 이런 것들이 우려됩니다.”
한국 군 당국은 기동형 방식을 쓸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당장 가능하고 재개 여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또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로 서북도서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해병부대의 K-9자주포 사격 훈련을, 그리고 군사분계선 5km 이내에서의 육군 포사격 훈련을 이달 중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의 확전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는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급격하게 긴장을 끌어올리는 행동 보다는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서 자신들의 1차적인 목적은 달성한 거잖아요. 그런 이후에 이것을 확전해서 가는 게 자신들에게 너무 많은 비용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1차적으로 중단한 것이기 때문에 (도발을) 재개 안 할 가능성도 반은 된다고 판단하고요. 만약 북한이 자신들이 공언한대로 재개한다면 그러면 한국 정부는 1차적으로 K-9 자주포를 백령도에서 쏠 거에요.”
한편 한국 통일부는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황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