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에 대한 지지와 전쟁 당사자들의 수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홍콩 최고법원의 외국인 판사 3명이 일주일 새 줄줄이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에서 미국인 대학강사 4명이 괴한의 습격을 받고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 소식 함께 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1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회의가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안보리는 10일 열린 회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 방안에 대한 결의안을 찬성 14, 기권 1의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습니다.
진행자) 기권한 나라는 어딘가요?
기자) 러시아입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는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데요. 안보리 표결은 이사국 가운데 3분의 2, 즉 9개국이 찬성하더라도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채택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은 러시아가 기권한 데 따라 통과됐습니다.
진행자) 모처럼 안보리에서 결의가 채택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안보리는 거의 모든 의제에서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충돌하고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가자지구 휴전에 관한 결의안도 여러 번 상정됐지만 번번이 채택되지 못했고요. 채택된 사례는 지난 3월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기간 휴전에 관한 결의가 유일했습니다.
진행자) 안보리가 10일 채택한 결의안 주요 내용을 좀 살펴볼까요?
기자)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 결의안의 핵심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제안한 ‘3단계 휴전 계획’을 “지체하지 말고, 아무런 조건 없이 완전히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3단계 휴전 계획은 이스라엘이 제안한 것이라며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이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날 채택된 결의에도 ‘이스라엘이 합의한 휴전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스라엘 쪽에서는 다른 말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후 극우 세력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는데요. 다음 날부터 미국 정부의 발표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 계획의 전부를 공개한 게 아니라며, 하마스 제거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전쟁을 멈추는 일은 없을 거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해당 휴전 계획을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안보리에 상정했는데, 미국 쪽 이야기 들어볼까요?
기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10일) 안보리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전 세계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휴전안을 수용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마스도 그렇게 한다면 오늘이라도 전투는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하마스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하마스는 성명에서 결의안 채택을 환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이행하기 위해 중재국들과 이스라엘과의 간접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요. `AP’ 통신은 지금까지 하마스가 발표한 성명 가운데 가장 강력한 내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하드 타하 하마스 대변인은 10일, 이스라엘 쪽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쪽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로이트 샤피르 벤 나프탈리 유엔 주재 이스라엘 조정관은 10일 이스라엘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말했습니다. 나프탈리 조정관은 안보리 회의에서 결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우리는 모든 인질이 돌아오고, 하마스의 군사 능력과 통치 능력이 해체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안보리 결의는 구속력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에 국제법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입니다. 하지만 지난 3월 라마단 기간 휴전 결의 채택 당시 미국이 안보리 결의에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내놔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안보리 결의는 가장 강력한 유엔 제재의 하나지만, 정작 당사국에 결의 이행을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맹점입니다. 지난 3월 라마단 기간 휴전 결의도 채택됐었지만 전투는 계속됐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이번에 유일하게 기권했다고 했는데, 왜 기권한 겁니까?
기자)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휴전안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았고, 이스라엘이 결의안의 어떤 내용에 대해 동의했는지 분명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반면 아랍권의 아마르 벤자마 알제리 대사는 “문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런 행동이 없으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계속 죽고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또다시 중동을 순방 중이지요?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동 순방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8번째인데요, 10일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현지 상황과 인도적 구호품 지원 문제 등을 논의했고요. 이어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 등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11일 기자들에게 전날 밤 회동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휴전안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결의안 채택을 환영한 것은 ‘희망적인’ 신호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홍콩으로 가봅니다. 홍콩 최고법원의 외국인 판사들이 최근 줄줄이 사임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 최종항소법원인 종심법원의 영국인 판사 2명이 지난 7일 사임서를 제출했는데요. 이어 사흘 만인 10일 베버리 맥라클린 판사도 사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맥라클린 판사는 캐나다인입니다.
진행자) 홍콩은 최고법원에 외국인 판사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영국령이었던 홍콩은 지난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에도 중국 본토와는 달리 일종의 관습법인 ‘보통법(common law)’이 적용됐습니다. 그에 따라 주로 영연방 출신 판사들이 비상임으로 최고법원에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현재 종심법원에는 외국인 판사가 몇 명이나 되나요?
기자) 맥라클린 판사까지 다음달 사임하면 7명의 비상임 외국인 판사가 남게 된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발효하기 직전 해인 2019년에는 15명의 외국인 판사가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들의 사임 이유가 궁금하군요.
기자) 우선 맥라클린 판사는 80세 나이를 들어 은퇴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지난주 사임을 발표한 2명의 판사들은 홍콩의 법치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사임 이유가 홍콩 사법부의 독립성과 관계가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너선 섬션 판사는 10일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 기고문에서 홍콩 당국의 ‘편집증’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판사들이 ‘어두운 정치적 분위기’에 위협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섬션 판사는 외국인 판사들의 존재가 홍콩의 법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법정에 남았는데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은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는데요. 섬션 판사의 사임은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4명의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진 이후 이뤄졌습니다.
진행자) 또 다른 판사도 비슷한 이유인가요?
기자) 로렌스 콜린스 판사도 지난주 `AP’ 통신에 자신의 사임 이유는 홍콩의 정치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영국인 로버트 리드 판사가 사임하면서 홍콩 정부가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홍콩은 지난 2020년부터 강력한 국가보안법을 시행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과 국가 전복, 테러, 외국 세력 결탁 등 4개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홍콩 당국은 올해 보다 세부화한 자체 국가보안법도 제정했는데요. 하지만 문구가 모호해 법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홍콩 당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홍콩 행정수반 격인 존 리 행정장관은 10일 홍콩 법원이 중국이나 홍콩 행정부로부터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이 사법적 영향력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리 장관은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있겠지만 법의 원칙과 증거에 따라 법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미국 대학 강사들이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10일, 중국 북동부 지린시 한 공원에서 미국대학 강사 4명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모두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 코넬칼리지 강사들인데요. 중국 베이화대학교와의 교환프로그램에 따라 중국에 체류 중이었습니다.
진행자) 부상 정도는 어떤가요?
기자) 4명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너선 브래던 코넬칼리지 총장은 10일, 학교 측이 이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퇴원하는 대로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괴한은 체포됐습니까?
기자) 네. 중국 외교부는 11일, 지린성 공안국이 전날(10일) 늦게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안국 설명에 따르면 50대 남성인 이 용의자는 공원을 걷던 중 미국인 가운데 1명과 부딪혔는데요. 화가 난 용의자가 이들을 뒤쫓아가 일행 모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합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은 우발적 사건에 무게를 두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경찰은 우발적 단독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현재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미 국무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현지 당국과 접촉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서 이렇게 외국인이 공격을 받는 일이 자주 있습니까?
기자) 매우 드문 일입니다. 중국은 당국의 엄격한 단속과 감시, 총기 규제로 세계에서 폭력 범죄 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 가운데 하나기도 합니다.
진행자) 지난해 양국 정부가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군사 소통 채널 복구를 비롯해 일부 현안에서 합의를 이뤘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적 교류 활성화였죠. 당시 시 주석은 향후 5년 동안 교환프로그램을 통해 5만 명의 미국 학생들을 초청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중국에서 공부하는 미국 학생 수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지난 10년간 급격히 감소한 추세인데요. 미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공부하는 미국인은 900명 미만입니다. 반면 미국에는 거의 30만 명의 중국인 학생이 있습니다. 한편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양국의 문화교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