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을 차단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 워싱턴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동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것을 공급해줄 수 있는 나라들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강화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상당한 탄약과 그 밖의 무기들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란은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는데 사용된 드론(무인항공기)등의 무기류를 제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국가들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중국이 러시아 군수업계에 필요 물품들을 공급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전쟁을 끝내는데 큰 관심이 있다고 공언한 중국이 진심이라면, 전쟁에 연료를 공급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등과 파트너십 강화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푸틴의 북한 방문은 러시아와 북한, 중국, 이란 등 권위주의 정권과의 긴밀한 협력을 잘 드러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의 안보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인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에 제공하는 잠재적 지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와 관련,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인 호주, 뉴질랜드, 한국, 일본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푸틴 방북 깊은 우려”
한국 외교부 당국자들은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외교안보 대화’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등 일련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지는 데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의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행사에 한국은 김홍균 외교부 제1 차관을 수석대표로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나섰고, 중국은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과 함께 장바오췬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이 참가했습니다.
중국 측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전했습니다.
중국 대표단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에 관해 언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군사협력 주목
이런 가운데, 19일 주요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양국이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할 움직임에 주목했습니다.
CNN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불법 무기 개발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김 위원장에게 큰 힘”이 됐다고 평가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강력한 군사 기술을 이전할 것이란 전망은 미국과 한국의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P통신은 이날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에는 잠재적으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이 포함돼 있으나, 이를 발전시키려면 외부 기술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우주로켓과 군사 정찰위성 관련 기술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는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북한의 군사력에 관해 “낙후된 기술과 구식 무기로 오랫동안 조롱을 받아왔다”면서 “푸틴이 24년만에 평양을 방문함으로써 북한의 구식 탄약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논평했습니다.
독일의 도이체벨레는 “세계에서 배척받고 있는 북·러 두 나라가 관계 강화에 나섰다”며 “일부 협정, 특히 무기, 첨단 미사일, 위성 기술 이전 등에 관련한 협정이 비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북러는 러시아의 미사일·위성 기술 등을 이전하고 북한의 탄약 등을 공급받는 군사 협력을 부인해왔습니다.
◾️고립된 두 정상 만남
주요 매체들은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두 정상의 만남에 주목했습니다.
CNBC는 19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강력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자국민과 세계 앞에 자랑스럽게 보여줬다”고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관해 “세계의 지정학적 무대에서 고립되고 핵무기 프로그램과 미사일 시험으로 인해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으며, 서방으로부터 ‘천민’·‘불량’ 국가로 불린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 영상이 세계에 방영되면서 극심한 빈곤과 식량·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실상이 아니라, 평양 거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소개됐다고도 지적했습니다.
◾️ “중국 보다 러시아 영향 커”
영국의 가디언 신문은 북한이 최근 중국보다 러시아에 더욱 밀착하고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원조 제공국이자 외교 동맹국”이라면서도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보여주듯, 고립된 국가 북한은 안보· 경제에서 러시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