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서 마두로 정권 규탄 결의안 발의…“북한 등 테러지원국에 외교적 지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미국 의회에서 발의됐습니다. 이란과 북한의 협력을 겨냥한 법률 제정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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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서 마두로 정권 규탄 결의안 발의…“북한 등 테러지원국에 외교적 지원”

공화당 소속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카를로스 히메네즈 하원의원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상하원에 각각 발의했습니다.

24일 의회 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결의안은 지난 18일 상원에서 먼저 발의됐고, 이어 21일 하원에서 발의돼 각각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위로 회부됐습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하원의원, 민주당의 재러드 모스코위츠 하원의원이 각각 결의안의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결의안은 미 국무부가 2006년 이후부터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반테러 노력에 전적으로 협력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북한 등에 대한 외교적 지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는 미국 법률에 따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고 관여해 왔다”는 것입니다.

[결의안] “Whereas Nicolás Maduro has provided diplomatic support to, and engaged with, countries that have been designated as state sponsors of terrorism under United States law, including by— establishing a diplomatic mission and embassy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commonly known as “North Korea”) and allowing North Korea to similarly establish a mission and embassy in Venezuela;”

특히 마두로 정권은 “북한에 대사관을 설립하고 북한이 베네수엘라에 유사하게 대사관을 세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지난 1974년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상주대사관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2015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북한대사관이 먼저 개설됐고, 이어 2019년에 평양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결의안은 또 쿠바가 베네수엘라 군대를 재건하도록 허용한 것과 베네수엘라 최대 정유 단지를 개조하기 위해 이란 국영 석유 회사와 4억9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의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부패 행위와 법치에 대한 모독, 그리고 반민주적이며 범죄적인 행위를 규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의안] “Resolved, That the Senate and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condemn the illegitimate Maduro regime for the flagrant and repeated acts of corruption, desecrating the rule of law, and engaging in anti-democratic and criminal acts.”

이 결의안은 베네수엘라에서 다음 달 28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왔습니다.

베네수엘라 대선에는 3선에 도전한 마두로 대통령과 다른 다수의 야당 후보들이 출마한 가운데 공직 시절 일부 자산 취득을 문제로 야권 연합 후보의 등록이 차단되는 등 선거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함에 따라 2013년 치러진 대선에서 처음 당선된 뒤 11년 동안 집권 중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99년 이후 사회주의를 표방했고, 차베스 전 대통령 사망 후 집권한 마두로 대통령도 차베스의 노선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번 결의안은 또한 미 정부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북한과 최근 협력을 대폭 강화한 러시아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발의돼 주목됩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과 함께 지난 20일 미 정부가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19일 평양에서 만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하고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집단적 자위권'을 명기한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 국내법에 따라 상대에게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러시아 테러지원국 지정 법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러 방위 조약 이후 이제는 우리가 대응해야 할 때”라며 “지금이 다른 어떤 순간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그레이엄 의원] “After the defense agreement between North Korea and Russia, it is time for us to push back. Now is the moment above all other moments…Here's a general rule. Anybody that does a defense agreement with North Korea should be a state sponsor of terrorism.

이어 “북한과 방위 조약을 맺는 모든 국가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은 북한과 쿠바, 이란, 시리아 등 4개국입니다.

한편 하원에서는 미 정부가 북한 등 적성국과 이란 간 협력 움직임을 면밀히 평가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조시 고타이머 하원의원과 공화당의 제임스 모일란 하원의원은 “이란 행위자들이 계속 혼란을 일으키고 대대적인 피해를 입히기 위해 러시아, 중국, 북한을 포함한 다른 적대국 및 그 대리 행위자들과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를 담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것을 국무장관에게 요구하는 내용의 2025회계연도 국무 예산안 수정안을 운영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법안] “SEC. ll. The Secretary of State shall submit to Congress a report on—how Iranian actors are working with other adversaries, including Russia, China, North Korea, and its proxy actors, to continue to cause chaos and wreak havoc.”

지난 12일 하원 세출위를 통과한 새 회계연도 국무 예산안은 25일 운영위 심의를 거쳐 수정된 뒤 본회의로 넘겨집니다.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간 연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사회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무기 거래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란도 북한과 미사일 등 군사 협력은 편향되고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