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 씨가 유죄를 인정하고 석방될 예정입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초정통파 유대교 학생들의 군 징집을 시작해야 한다고 이스라엘 대법원이 판결했습니다. 케냐 경찰이 정부의 증세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오랫동안 영국에 수감돼 있던 줄리언 어산지 씨가 곧 석방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인 어산지 씨가 미국 정부와의 합의에 따라 26일 미국령 사이판에 있는 법원에 나와 유죄를 인정한 뒤에 풀려납니다. 미국 CBS 뉴스는 법정에서 검찰 측이 어산지 씨에게 징역 62개월을 구형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어산지 씨는 이미 영국에서 62개월 동안 수감돼 있었기 때문에 미국 교도소에 가지는 않습니다. 어산지 씨는 사이판 법원에 출두하기 위해 24일 비행기 편으로 영국 런던을 떠났는데요. 어산지 씨를 태운 비행기는 재급유를 위해 태국 방콕에 기착한 뒤, 사이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여러 가지 혐의로 어산지 씨를 기소했는데, 그가 이들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019년에 18가지 죄목으로 어산지 씨를 기소했는데요. 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는 국가방위 정보를 입수해 이를 퍼뜨리기 위해 음모를 꾸민 죄목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합니다.
진행자) 18개 혐의 중에 하나만 유죄를 인정하는 거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어산지 씨는 2010년 당시 미 육군 병사였던 첼시 매닝으로부터 미국 정부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입수해 폭로한 혐의로 수배됐습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이해(2010년) 영국에서 체포된 어산지 씨의 미국 송환을 추진해 왔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각에서는 언론 자유 운동의 영웅이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미국 안보와 정보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악당 취급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가 미국에 송환돼서 재판받으면 장기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 정부가 1917년에 제정된 간첩법에 따라 어산지 씨를 기소했는데요. 어산지 씨 지지자들을 이건 그가 175년 형을 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는 송환되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죠?
기자) 네. 그는 2012년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4월에 에콰도르가 어산지 씨 망명을 취소함에 따라 대사관 밖으로 나와 체포됐는데요. 이후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고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법정 공방을 이어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그동안 어산지 씨를 반드시 송환해 법정에 세우겠다고 공언했었는데, 태도를 바꾼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AFP통신과 영국 BBC 방송은 어산지 씨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라는 큰 외교적 압력을 언급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해당 기소를 취하해 달라는 호주 정부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안에서도 많은 진보 성향 인사가 호주 시민인 어산지 씨를 처벌하는 것이 언론인에게 부여된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BBC는 이런 미국 내 움직임이 어떤 면에서 어산지 씨에 대한 처음 입장을 극적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 석방에 대해서 국제사회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먼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반응이 눈에 띕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양형 협상으로 정의가 “유산(miscarriage)”됐다면서 이는 미국 군인들의 희생과 봉사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 정부는 논평을 거부했는데요. 현재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 현시점에서 이걸 더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국제사회가 더 많은 사실과 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논평했습니다.
진행자) 펜스 전 부통령은 어산지 씨와 미국 정부 사이 합의를 비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반면에 유엔은 어산지 씨 석방을 환영하면서 어산지 씨 기소가 일련의 인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어산지 씨와 그의 활동에 대한 사람들 견해와 상관없이 이 사건이 너무 오래 계속됐다는 것을 자신이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어산지 씨가 계속 수감됨으로써 얻을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그를 고국인 호주로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앨버니지 총리는 말했습니다.
진행자) 앨버니지 총리 말대로면 어산지 씨가 풀려난 뒤에 호주로 가는 모양이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어산지 씨에 대한 마지막 재판이 미국령 사이판에서 진행되는 이유가 어산지 씨가 미국 본토가 아닌 호주에서 가까운 법원에 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사이판은 호주로부터 대략 3천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학생들도 군이 징집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정부가 초정통파 유대교 학생들을 군에 징집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25일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병역을 면제받은 초정통파 남성들이 공부하는 학교에 대한 국가보조금 제공을 중단한 조처도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대법원은 판결에서 정부가 잘못된 선택적 집행으로 법치와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어려운 전쟁이 한창일 때, 불평등에 대한 부담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대법원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은 군 의무복무제를 채택한 나라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은 법으로 18세부터 남자는 3년, 여성은 2년 동안 군에 복무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전체 인구에서 21%를 차지하는 아랍계 시민들은 대부분 징병에서 면제되고요. 초정통파 유대인 신학교 학생들 역시 대부분 면제돼 왔습니다.
진행자)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앞으로 몇 명을 징집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AP통신은 한 전문가를 인용해 징병 대상이 약 6만6천 명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스라엘군 측은 올해 3천 명을 징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인구가 1천만 명인데요. 로이터통신은 이 가운데 초정통파 유대인이 13%를 차지한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정부가 초정통파 유대교 학생들의 군 복무를 면제해 줬던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현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두 초정통파 정당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당들은 징집 면제가 구성원들을 종교 학교에 머물게 하고, 자신들의 보수적 관습에 도전할 수 있는 군대로부터 멀리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초정통파 정당 등 몇몇 정당과 연정을 구성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초정통파 정당들이 연정에서 핵심 협력자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현 체제에서 어떤 변화도 반대하는데요. 만일 이번 대법원 결정이 그대로 시행되면 연정이 무너지고, 이것이 새 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네. 리쿠드당은 25일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을 비난했는데요. 성명은 “징병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답은 대법원 결정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야당에서는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미국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만났군요?
기자) 네. 두 사람이 24일 두 시간 동안 회담했는데요. AFP통신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 문제가 논의됐고, 블링컨 장관이 레바논에서의 긴장 완화를 이스라엘 측에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갈란트 장관은 인질 석방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24일) 만났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이 레바논을 언급한 건 현지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레바논에 근거를 둔 이슬람 시아파 무장 조직 헤즈볼라가 최근에 이스라엘을 자주 공격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러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새로운 전선을 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동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케냐가 지금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5일 케냐 의회로 돌진하던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발포해 (현지 시각 25일 저녁 6시 기준) 적어도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의회 건물 일부는 화염에 휩싸였고요. 시위대와 경찰이 쫓고 쫓기는 극도의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시위대가 왜 의회를 습격하려고 한 거죠?
기자) 이날(25일) 케냐 의회에서 세금 인상에 관한 법안 표결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케냐 사회에서는 며칠 전부터 정부의 증세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청년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시위 참여를 독려했고요. 의원들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이날 의회를 습격했습니다. 한 시위자는 ‘로이터’ 통신에 “모든 의원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면서 의회를 해산시키고 새 정부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케냐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하죠?
기자) 네. 케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2년 연속 계속된 가뭄과 통화 가치 하락 등 케냐 국민은 여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케냐 정부가 세금 인상 조처를 추진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당 법안은 무거운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27억 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거둬들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약 2년 전 대선에서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한 공약을 내걸어 승리했는데요.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 대출 기관들로부터 재정 적자를 더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날(25일) 시위대는 “루토는 가야 한다”, “루토가 없으면 모든 게 가능하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루토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시위가 유혈 사태로 비화한 것이군요?
기자) 네. 이날(25일) 시위는 수도 나이로비뿐만 아니라 루토 대통령의 고향인 엘도레트, 몸바사 등 곳곳에서 벌어졌는데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이로비 시위는 당초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중들이 점점 불어나자, 경찰이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고요. 이에 시위대는 돌과 몽둥이 등으로 경찰과 맞섰습니다.
진행자) 이런 와중에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고요?
기자) 네. 시위대 해산에 실패한 경찰은 의회로 돌진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요.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적어도 5명, AP는 3명, 현지 구급대원은 최소한 1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부상자도 많이 나왔는데요. 한 구급대원은 적어도 50명이 다쳤다고 전했습니다. 다친 사람이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문제의 법안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바깥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의원들은 세 번째 독회를 마친 후 표결을 진행했는데요. 야당 의원들은 거부를 외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법안은 찬성 195, 반대 106표로 통과됐고요. 의원들은 표결을 마친 후 지하 터널을 이용해 대피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이제 대통령 서명만 남은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루토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하면 발효되는데요. 만일 법안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시 의회로 보내게 됩니다. 케냐 정부는 이미 빵과 식용유 등에 새로 부과하려던 세금 계획은 철회했는데요. 하지만 이걸로는 시위대의 불만을 충족시키지 못한 형국입니다. 여기에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까지 발생하면서 케냐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