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북한, 종교 활동 이유로 처형·고문·체포 계속 … 상황 변화 없어”

미 국무부가 26일 발표한 ‘2023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 표지.

미국 국무부가 종교 자유 탄압 실태를 비판하며 상황에 변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종교 활동을 이유로 처형과 고문, 체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국무부 “북한, 종교 활동 이유로 처형·고문·체포 계속 … 상황 변화 없어”

국무부가 26일 ‘2023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의 종교 자유 탄압 행위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무부는 “북한 헌법은 ‘종교가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 또는 사회 질서를 해치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조항과 함께 주민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 것은 물론 종교 활동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탄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서 ‘북한편’에 상세히 담았습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거의 모든 종교 활동에 관여하는 개인을 계속해서 처형하고 고문하며 체포하고 신체적으로 학대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There were reports the government continued to execute, torture, arrest, and physically abuse individuals engaged in almost any religious activities.”

이어 “(북한에서)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계속 거부되고 있으며, 당국에 의해 허용되는 대안적 신념 체계도 없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2022년 유엔 총회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이후에도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는 소식통들의 평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 “Multiple sources indicated an unchanged situation since publication of the UN Secretary-General’s 2022 report to the UN General Assembly, which stated: “The right to freedom of thought, conscience, and religion … continues to be denied, with no alternative belief systems tolerated by the authorities.”

보고서는 정부와 비정부기구, 국제기구 등의 조사 내용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북한 당국의 종교 탄압 실태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탈북민 등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1천411건의 종교 탄압이 북한 내에서 자행되고, 종교와 관련해 126건의 살인과 94건의 실종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또 국제 기독교선교단체인 ‘오픈도어스(Open Doors)’가 북한 내 수감된 기독교인을 5만에서 7만명으로 추산하면서 북한 내 기독교인들이 “폭력적이고 극심한 박해”를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도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부가 종교 자유를 절대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며,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자의적 구금, 고문, 비인간적 대우, 처형을 자행하고 있다”는 영국 비정부기구 ‘코리아퓨처’의 평가도 전했습니다.

그 외에도 현재 한국인 선교사 3명이 간첩 및 모략 혐의로 북한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을 북한의 종교 탄압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사진 =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현재 북한에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최소 6명의 한국인이 억류돼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2001년 이후 계속해서 국무부의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을 거론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종교 자유를 조직적으로 탄압하거나 위반하는 국가들을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미국 무역법은 이를 토대로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여전히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무부의 종교 자유 보고서는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을 권리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This report advances our vision for a future where everyone is able to choose and practice their beliefs, including the right not to believe or ascribe to a faith. Respecting religious freedom reinforces other rights like the right to speak freely, to assemble peacefully, the ability to participate in politics. Protecting this universal right empowers people to express themselves, to live up to their full potential, to contribute fully to their communities. Yet today, religious freedom is still not respected for millions of people around the world.”

이어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와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 정치에 참여할 권리 등 다른 권리를 강화한다”며 “이 보편적인 권리를 지키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지역사회에 온전히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