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이 북한 등을 상대로 최소 40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하마스에 무기와 땅굴 기술 등을 제공한 만큼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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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따른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이 미국 법원에 북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미국인 에이드리언 앤 네타의 유족 등은 당시 공격에 북한과 이란, 시리아 정권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며, 이들 나라들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에는 네타의 유족과 함께 다른 희생자와 가족, 부상자 등 총 130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소송인단 130명은 북한 등이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의 무장 단체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사실을 이번 소송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 내 테러 공격과 연계된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를 지원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란의 대리 단체를 지원하고, 10월 7일 공격에선 물질과 재원을 제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북한의 유탄발사기인 F-7이 다량으로 사용된 사실을 소장에 담았습니다.
소송인단은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북한산 무기를 대량으로 회수한 사실과 하마스가 10월 7일 공격에서 사용된 대전차 로켓을 만들기 위해 F-7의 용도를 변경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하마스의 F-7이 북한산이라고 밝힌 한국 국정원의 발표도 소장에 담았습니다.
앞서 VOA는 이스라엘 현장 취재를 통해 하마스가 북한산 유탄발사기를 살상력이 더 큰 대전차 무기로 개조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 F-7 내부 부품에 적힌 한글도 발견해 보도했는데, 이후 한국 국정원도 이 같은 VOA 보도가 사실이라고 밝혔었습니다.
그 외에도 소장에는 북한이 하마스의 대규모 땅굴 건설을 도왔다는 내용 등이 담기는 등 북한과 하마스의 연계성에 많은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인단은 북한과 이란, 시리아가 배상금 10억 달러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 30억 달러 등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이란, 시리아와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북한이 피소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이스라엘의 닛사나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는 지난해 말 VOA에 지난해 10월 7일 공격의 책임을 물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샨-라이트너 변호사는 “안타깝게도 하마스는 10월 7일에 1천200명을 죽였고, 그중에는 미국인도 포함돼 있다”며 “이들에겐 북한을 고소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다샨-라이트너 변호사] “Unfortunately, Hamas killed 1200 people in October 7th and they are some Americans who were killed and therefore they have a right to sue North Korea… So, they gave weapon to Hamas. They are responsible for the damages of Hamas carried out during this massacre.”
이어 “북한은 하마스에게 무기를 제공했다”며 “그들은 하마스의 이번 학살에 따른 피해에 책임이 있다”고 거듭 비판했습니다.
아직까지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의 소장이 제출되지 않은 만큼 북한에 대한 다른 피해자의 추가 소송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미국 법원은 과거 여러 차례 북한의 손해배상 판결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적군파 테러 희생자의 가족인 루스 칼데론 카도나 씨는 북한이 적군파 요원들에게 숙식과 통신 장비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2010년 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한 지난 1968년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약 24억 달러의 배상 책임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밖에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제기한 소송과 대북제재 위반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미 검찰의 몰수 소송 등도 북한 정권을 미 법원에 세워 승소한 사례로 꼽힙니다.
현재 미국 법원에는 김동식 목사의 부인과 딸이 제기한 소송과 적군파 사건의 2차 소송인단의 소송 등이 계류돼 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이번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