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에 위배되는 지속적인 도발 등 북한의 행태는 유엔 회원국 제명 요건에 해당한다고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밝혔습니다. 황 대사는 1일 지난 한 달간 안보리 의장국 수임을 마친 뒤 가진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다만 북한과 계속 관여해야 할 필요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활동이 종료된 대북제재 패널의 대체 기구 마련과 관련해선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황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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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이 닷새 만에 또 탄도미사일을 쐈습니다. 북한의 군사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리 소집 요청이나 대응 계획이 있습니까?
황 대사) 북한이 계속 도발하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을 쏠 때마다 계속 안보리 회의를 소집할 수는 없고요. 그 사안의 경중을 봐가면서 하는 것인데 이번 것은 조금 더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고요. 우선 정찰 위성 같은 경우에는 금년에 세 번 시험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아직 상반기에 한 번밖에 안 했습니다. 금년 후반에 지금 두 번이 남아 있는 것이고 그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도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안보리 차원에서도 항상 주의 깊게 보고 있고요. 또 아시다시피 이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상당히 군사적으로 밀착되고 있고, 북한의 정책과 레토릭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더욱더 긴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은 지난달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했습니다. 가장 큰 성과와 아쉬운 점을 무엇이었나요?
황대사) 우리 입장에서 가장 큰 성과로는 북한 문제,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고요.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집중한 공식 회의를 작년 8월에 이어서 열었고, 또 그 다음 주에 있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조명하는 기회가 있었고요. 또 6월 마지막 금요일에 있었던 북한 핵 문제에 관련된 논의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 거래라는 매우 중대한 안보리 위반 사실에 대해서 우리가 프로액티브(주도적)하게 회의를 소집해서 전문가패널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관이긴 하지만, 그 상세한 브리핑을 통해서 유엔 회원국들의 주위를 환기하고 제재 위반 사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그런 중요한 회의였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쉬웠던 점은 가자 사태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휴전과 인질 협상 타결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의장국인 상태에서 안보리 결의 2735호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자 사태의 진전이 없다는 그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기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북러 무기 거래는 엄연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로 북한의 이 같은 위반 행위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응 방안은 없을까요?
황 대사) 일단 안보리의 단합된 어떤 결정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전 유엔 회원국에 대해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추가 제재라든지 이런 결정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지금 어렵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도 우리가 안보리 회의를 계속 소집하고 또 논의를 이어 나가는 것은 이런 사태들이 안보리에서 결정을 못 한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대처해야 하는 그런 사안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 그러니까 독자 제재를 결정한다든지, 아니면 한미 간에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든지, 한미일 간 안보 협력 강화 등 우리의 그런 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국제 여론이 이 수렴되는 유엔을 통해서 특히 가장 중요한 안보리 논의를 통해서 국제적인 대세를 우리가 잡아 나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안보리 회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일각에선 안보리 무용론, 안보리 개혁론, 안보리 이사국 확대론 등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상임 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 또 북한을 유엔 회원국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한국은 이에 어떤 입장입니까?
황 대사) 우선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상임이사국에서 격하하려면 헌장 개정이 필요한데 사실상 헌장 개정에 상임이사국들이 거부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안보리 조치 결정을 하는 데만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장 개정에도 거부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지위를 격하하는 것은 유엔 테두리 내에서는 불가능한 거죠. 북한을 제명하는 것은 사실상 절차상으로만 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물론 거기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겠지만. 그렇지만 북한 같은 경우에도 우리가 유엔이라는 무대를 통해서 북한의 잘못을 계속 지적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런 차원에서 관여를 계속 해야하는 필요도 있기 때문에 아직 북한 제명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요. 그런데 북한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말 제명의 요건에 해당되기는 하죠. 유엔 헌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행동과 그런 레토릭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죠.)
기자)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과 러시아의 대북 첨단 무기 기술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모두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데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유엔이나 안보리 차원에서 어떤 대응 방안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황 대사) 지난 4~5년간 국제 정세가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변하면서, 미중 관계도 변하고 미중러 관계도 변하고 해서, 또 러시아 북한 간의 밀착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변수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안보리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고요. 다만 기술 이전이라든지 말씀하신 군대 파견 이런 것은 러시아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기 때문에 조심하는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안보리 논의를 통해서 국제적인 인식, 이 사안의 성격이나 심각성에 대해서 유엔 회원국들이 잘 알아야 합니다. 지난 금요일에 했던 민간단체의 브리핑이 상당히 좋은 예고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욱더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해서 국제적인 이해도를 높여 나가야 되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기자) 전문가패널 해체를 언급하셨는데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한국, 일본을 찾은 자리에서 이 전문가패널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진전이 있었나요?
황 대사) 지금 그 대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은 심층 검토 중입니다. 그런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쉬운 일이 아니에요. 패널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안보리 결의에 따라서 만들어진 제재위원회를 보좌하기 위한 일종의 실행기구로서, 안보리 결의에 의해서 패널도 창설이 되고 지금까지 유지가 돼 왔던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유엔 패널은 제재 위반을 조사할 수 있는 어떤 강제력도 가지고 있고 또 그 내용을 발표하는 데 공신력도 있는데 지금 안보리 결의를 채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패널에 대한 대체 메커니즘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대안이 있기가 참 어렵고 그래서 이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한국 미국 간, 또 다른 우방국들과 함께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 중입니다만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기자) 지난달 안보리 의장국 한국은 대표 행사로 사이버 위협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그동안 안보리가 다루지 않던 안보 문제인데 관련 주제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또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얼마나 위협적이라고 보십니까?
황 대사) 북한 사이버 위협은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재원 마련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인 것은 틀림이 없고요. 지금 유엔 회원국 거의 대부분이 다 이것을 매우 중요한 안보 문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사이버 문제라고 하는 것이 책임 귀속 하는 것이 어렵고 또 여기에 그러면 다른 어떤 평화 위협이나 평화 파괴 행위에 적용되는 헌장의 조항들, 또 국제인도법 이런 어떤 기존에 지난 수십 년간 정착돼 온 국제적인 그런 법이나 규범들을 이 사이버에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주요국 간에 이견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것을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다만 국제 평화와 안보를 책임지는 일차적인 가장 주요 기관으로서 안보리가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계속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 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많이 확산돼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그 시그너처 이벤트는 상당히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짚어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또 가자 문제 등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황 대사)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이번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언론 공동 발표문 할 때 약 60개국이 참여를 했고, 이것은 이제까지 보여준 것보다 훨씬 높은 숫자고요.
특히 대사들이 직접 다 나와서 참여를 했고요. 반대하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에 결의안이나 이렇게 결과물을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다 대단히 성공적인 회의였다라고 평가를 합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절차 투표를 예상했던 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요청했는데, 12개국이 찬성을 해서 통과가 됐거든요.
12개국이 절차투표에서 찬성했다라는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공식 회의한 이래 최고 높은 숫자이거든요. 제가 이번 그 회의에서 강조했던 것은 ‘인권 유린이 멈춰야 북한 핵 개발도 멈춰진다’였습니다. 인권 유린과 핵 개발은쌍두마차와 같습니다. 결국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력, 그리고 그것을 통한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변화 모색이 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런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안보리 회의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기자) 안보리에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라고 권고한 내용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 보고서가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안보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는 특별 법정 설치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는데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황 대사) 사실 둘 다 가까운 장래에 이런 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지고 있고 또 특별재판소 같은 경우에는 그 동안의 전례를 보면 캄보디아 크메르루즈의 잔학 행위에 대한 캄보디아 특별재판소가 좋은 예인데, 이 경우에는 캄보디아 정부가 직접 요청을 한 것이고요. 캄보디아 정부 요청에 의해서 유엔 총회가 결의를 통해 재판소를 설치한 것인데 지금 현 상황은 북한 정부가 그것을 요청할 가능성도 없고 또 총회 결의라는 것이 구속력도 없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해서 특별재판소는 그 해당 국가의 동의나 협조가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인데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제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 법무부가 북한 인권기록보존소 활동을 통해서 장래에 인권 침해자들에 대한 사법적 책임 규명 차원에서 지금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 유엔에서 북한 대표부 측과는 어떤 접촉도 없습니까?
황 대사) 마주치기는 하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습니다.
기자) 내년말까지 안보리 이사국으로 계속 활동하는데 앞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까?
황 대사) 앞으로 남은 4분의 3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여러 번 공개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만, 한반도 문제에 우리가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또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아시아라고 하면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또 중남미 등 이런 주요 국제 평화와 안보와 관계되는 지역 이슈에 대해서 모두 골고루 다 연구를 하고 또 안보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팔레스타인 문제가 진행될 때 한국이 이 총회와 안보리에서 표결한 투표 입장도 보셨겠지만 우리는 상당히 건설적인 역할, 또 전향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그 점에 대해서 아랍 국가들, 또 ‘글로벌 사우스들’이 상당히 우리 입장에 고무돼 있고요. 그런 면에서 이제 우리가 안보리를 통해서 이런 ‘글로벌 사우스’ 전반에 대해서 외교 지평을 넓히는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와 함께 지난 한 달간 한국의 안보리 의장국 수임의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이 인터뷰는 길이와 명확성을 위해 일부 편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