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탈북민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어떤 경우에도 극단적 폭력이나 테러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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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일가족을 데리고 미국에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한 아브라함 전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 씨]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어제 우리 아들, 와이프와 셋이 보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죠. 까딱했으면 죽었죠. 이거 끔찍한 일이에요. 물론 미국에서 옛날에 그런 일들이 있었지만 21세기 들어서 이런 일이”
전 씨는 가족과 미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나라였기 때문”이라며 “점점 더 미국에 분열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다른 정치인이나 경쟁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로 생각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전 씨] “잠깐 북한 같다고 생각했어요. 김정남 암살도 그랬지만 북한에선 옛날에 그런 방식으로 많이 죽였어요. 이름은 있고 과거 김일성에 충성했던 사람인데 명성이 자꾸 올라가면 없앴어요. 교통사고 위장 등으로. 그게 암살이었죠.”
미국 중서부에 사는 김마태 씨는 북한에선 일반 주민이 총기를 소유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탈북민들에겐 낯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치가 너무 경쟁적이어서 대화보다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참 안타깝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좋긴 좋은데 너무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극단적 정치로 가는 게 아닌지 좀 우려스럽습니다.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총격까지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게 좋긴 좋은데 극단의 정치보다 화합의 정치가 필요한 게 아닌지.”
특히 김 씨는 어떤 경우든 폭력이나 테러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행동을 넘어서 폭력을 쓰게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폭력의 정치는 참 사람들을 순간에 압박하기에는 좋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반감의 그런 불씨를 일으키기 때문에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난 2010년 북한인권법에 따라 100번째 난민으로 입국해 관심을 받았던 안드레 조 씨도 트럼트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드레 조 씨] “내가 믿고 기대했던 자유민주주의 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정말 미국에 대한 기대감,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살아온 저희들이 너무 실망했죠. 폭력과 테러, 암살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조 씨는 공포와 폭력이 만연한 북한 사회에서 살았던 탈북민들으로서 미국에 정착해 살면서 상상도 못 했다며, 이런 폭력 사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드레 조 씨]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원칙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그것을 수렴하고 정책을 세우고 또 대통령을 뽑고 선출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유민주의에서 그런 폭력적인 사건은 있을 수 없습니다.”
미국 동부에 사는 세나 씨는 전직 대통령이 총격을 받아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에서의 악몽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나 씨] “깜짝 놀랐죠. 영화에서만 보고 듣던 것을 현실에서 보게 되니까요. 되게 두려워졌어요. 미국 사회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본주의 나라는 자유로운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두려움이 많이 생겼어요. 북한에서의 악몽도 떠오르고요”
미국에서 유력 정치인에 대한 총격이나 암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 등 현직 대통령 4명이 총탄에 목숨을 잃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은 총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생존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전·현직 미 대통령 11명이 과거 암살의 표적이 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피격 사건은 21세기 들어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체제 선전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에서 민간 단체들과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저스틴 서 씨, 그리고 아브라함 씨입니다.
[녹취: 서 씨] “북한에선 써먹기가 엄청 좋겠죠. 자본주의 깡패 무리가 서로 죽이는 게 미 제국주의라고 하면서...”
[녹취: 아브라함 씨]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무슨 암살 시도 하면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썩어빠진 자본주의 세계의 진면모라고 또 선전하겠죠.”
이들은 3대 악법 등을 통해 외부 문화를 더욱 비판하고 경계하는 북한 정권에 이번 사건은 자본주의를 비판할 좋은 소재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좀 더 폭넓게 객관적으로 설명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