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3개월 간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했습니다. 이번에도 윤활유와 아스팔트 등 비연료 제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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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19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보고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은 3월에 7천64.506배럴, 약 848.08t, 4월과 5월에 각각 2만661.316배럴(2천480.35t)과 1만4천591.577배럴(1천751.69t)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에 매월 30일까지 전달의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이날 공개된 수치는 이미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매월 순차적으로 안보리에 보고됐어야 합니다.
중국의 정제유 공급량 보고에선 이번에도 허점이 발견됐습니다.
앞서 VOA는 중국이 안보리에 보고한 대북 정제유 공급량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비교해, 중국이 매월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석유젤리(바셀린) 등 비연료 유류 제품의 단순 합산치를 톤(t) 단위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석유역청과 바셀린 등을 합친 수치가 안보리에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된 숫자와 정확히 일치했던 것입니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 대신 비연료성 제품인 윤활유와 윤활유용 기유 등이 ‘정제유’로 보고되면서, 연료성 유류 공급을 제한해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던 안보리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이 3~5월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한 수치는 이번에도 사실상 비연료 유류 제품의 합산치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3월 윤활유 500.341t, 윤활 그리스 11.73t, 윤활유용 기유 123.249t, 기타 중유 제품 1.5t, 석유역청 211.215t 등 총 848.035t에 달하는 제품을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안보리에 3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한 848.08t과 약 0.045t 즉 45kg만 다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4월과 5월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유류 관련 제품은 석유역청과 윤활유 등 비연료 제품으로 가득했고, 이들의 합산치는 안보리에 공급된 양과 동일했습니다.
다만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는 중국이 지난 4월 항공용 등유(kerosene) 37t을 북한에 수출한 기록이 확인됩니다. 3~5월 보고분에서 유일하게 연료성 유류로 분류되는 제품입니다.
그러나 이 기간 대북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중국이 보고한 전체 양, 즉 5천80t 중에서 이 항공용 등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비연료성 유류 제품 비중이 99% 이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비연료 제품만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해서 연료성 유류가 유입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에 보고되는 유류 공급량에는 애초에 밀수 등 불법적인 방식의 대북 유류 반입량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VOA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지난 5월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해 북한 남포 유류 하역시설에서 최소 7척의 유조선이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남포 등으로 활발히 입항하는 유조선을 근거로 북한에 유입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공식 보고를 근거로 한 대북 정제유 유입량은 올해 5월을 기준으로 6만4천574배럴로, 유엔의 연간 허용치 50만 배럴의 12.92%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수치가 실제로는 윤활유와 아스팔트와 같은 비연료 제품의 단순 합산치라는 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불법으로 반입된 정제유 양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 5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연간 한도를 초과하는 모든 (정제유) 이전은 불법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Any transfer above the cap should be considered illegal… And so that designation seems no longer possible, since the P5 can no longer agree at the Security Council, and specifically at the DPRK Committee, the 1718 Committee.”
이어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가 안보리 특히 대북제재 1718 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만큼 더 이상의 제재는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가 독자 제재 등의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