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하에 있는 북한 선박이 중국 항구에 입항했습니다. 유엔 결의에 따라 ‘자산동결’ 대상이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항구에 입항 기록을 남긴 선박은 갈마호입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따르면 갈마호는 현지 시각 지난달 30일 오후 4시 45분경 산둥성 룽커우항에서 신호를 발신했습니다.
직전까지 룽커우항 부두에 접안했던 갈마호는 약 15분 뒤 선체를 돌려 이 지점을 빠져나갔으며, 약 1시간 뒤인 오후 6시엔 룽커우항을 벗어났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8년 북한의 운송회사인 ‘평천쉬핑 & 마린’을 제재하면서 이 회사가 소유한 지성8호 등에 대해선 자산 동결을 명령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지성8호의 이름을 갈마호로 바꿨습니다. 갈마호가 여전히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 항구로 운항이 금지됐지만, 이날은 한반도에서 약 500km나 떨어진 중국 룽커우항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현재로선 중국 정부가 갈마호에 대한 입항 금지나 자산 동결, 즉 억류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갈마호는 룽커우항을 출항한 지 약 하루 만인 1일 오후 6시 20분경 북한 남포항 인근 해역에 도착했습니다.
자산 동결 대상이지만 전혀 저지당하지 않은 채 무사히 귀환한 사례를 또다시 남겼습니다.
갈마호가 북한 해역을 넘어 운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성 8호라는 이름을 달고 중국 산둥성 동쪽 끝자락에서 남쪽으로 약 70km 떨어진 해상을 운항 중인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당시엔 산둥성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던 중 위치 신호가 사라져 중국 입항 여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제재 대상 북한 선박은 다른 나라 해역에 진입하기 전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노골적으로 중국 항구에 입항 기록을 남긴 것입니다.
갈마호의 중국행 목적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중국 당국의 입항 허가는 분명한 제재 위반입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2일 VOA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자세한 사항은 관련 기관에 문의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산 동결 대상 선박은 (제재) 지정 선박으로 압류돼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 2270호 12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A vessel subject to asset freeze is a designated vessel, should be seized. That's what asset freeze means. And if you look at 220 paragraph 12, you'll see that the vessel is an economic asset that may be frozen, in other words, seized. So, what should have happened is that... the best decision would have been to refuse entry, but seeing that they've let it in, it means that because it's within their jurisdiction, they should seize the vessel.”
이어 “(중국 정부의) 가장 좋은 결정은 입항을 거부하는 것이었겠지만 입항을 허용한 만큼 관할권 내에 있는 이 선박을 압류했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중국이 제재를 집행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2018년까지 안보리의 모든 나라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제재”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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