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으로 죽거나 다친 미국인과 유족 등이 북한을 상대로 10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마스와 관련한 두 번째 대북 소송인데, 소송인단은 하마스에 대한 북한의 물질과 훈련 제공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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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가족 등이 북한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이스라엘계 미국인 사망자인 아옐렛 아르닌의 유족 등은 지난 17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이 이스라엘에서 이뤄진 공격과 관련해 하마스를 지원했다며, 북한의 배상 책임을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아르닌 등 희생자 10명의 직계 가족과 당시 공격에 따른 부상자 혹은 정신적 충격 피해자 25명과 그 가족 등 약 90명입니다.
이들은 별도로 제출한 소송 신청서에 희망 배상액을 10억 달러로 명시했습니다.
이들 소송인단은 북한이 지난해 10월 7일 사건을 포함한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물질적 지원과 재원, 자금, 지시, 독려, 안전한 피난처, 테러 활동에 대한 훈련 등을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10월 7일 공격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 공개된 언론 보도로 확인됐다며 북한의 유탄발사기인 F-7이 다량으로 사용된 사실도 소장에 명시했습니다.
또한 “한국 국가정보원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북한산 무기를 보유하고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고 10월 7일 공격에서 사용된 북한산 F-7의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VOA는 이스라엘 현장 취재를 통해 하마스가 북한산 유탄발사기를 살상력이 더 큰 대전차 무기로 개조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 F-7 내부 부품에 적힌 한글도 발견해 보도했는데, 이후 한국 국정원도 이 같은 VOA 보도가 사실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소송인단은 북한과 하마스 등 중동지역의 무장 단체의 관계가 오랜 기간 이뤄져 온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하마스에게 제공한 물질적 지원과 자원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로 적어도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그리고 10월 7일 공격으로 하마스에 의해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고, 여기에는 이번 소송의 원고도 포함된다”고 적시했습니다.
그 외에도 소장에는 북한이 하마스의 대규모 땅굴 건설을 도왔다는 내용이 담기는 등 북한과 하마스의 연계성에 많은 초점을 맞췄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이란, 시리아와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북한이 피소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1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미국인 에이드리언 앤 네타의 유족 등 130여명은 당시 하마스의 공격에 북한과 이란, 시리아 정권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며 이들 나라가 10억 달러의 배상금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 30억 달러를 별도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의 닛사나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는 지난해 말 VOA에 지난해 10월 7일 공격의 책임을 물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는 “안타깝게도 하마스는 10월 7일에 1천200명을 죽였고, 그중에는 미국인도 포함돼 있다”며 “이들에겐 북한을 고소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 “Unfortunately, Hamas killed 1200 people in October 7th and they are some Americans who were killed and therefore they have a right to sue North Korea… So, they gave weapon to Hamas. They are responsible for the damages of Hamas carried out during this massacre.”
이어 “북한은 하마스에게 무기를 제공했다”며 “그들은 하마스의 이번 학살에 따른 피해에 책임이 있다”고 거듭 비판했습니다.
아직까지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의 소장이 제출되지 않은 만큼 북한에 대한 다른 피해자의 추가 소송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미국 법원은 과거 여러 차례 북한의 손해배상 판결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적군파 테러 희생자의 가족인 루스 칼데론 카도나 씨는 북한이 적군파 요원들에게 숙식과 통신 장비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2010년 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한 지난 1968년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약 24억 달러의 배상 책임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밖에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제기한 소송과 대북제재 위반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미 검찰의 몰수 소송 등도 북한 정권을 미 법원에 세워 승소한 사례로 꼽힙니다.
현재 미국 법원에는 김동식 목사의 부인과 딸이 제기한 소송과 적군파 사건의 2차 소송인단의 소송 등이 계류돼 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이번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회의에서 “일부 서방 국가들이 중동 위기를 우리와 억지로 연결하려는 대북 비방 책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관련 주장을 일축한 바 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What cannot be overlooked with that some Western countries are resorting to smear campaign against DPRK to forcibly link the Middle East crisis to us. Some mass media belonging to US administration are spreading groundless and false rumor that North Korea’s weapon seems to be used for attack on Israel.”
이어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인터뷰한 VOA를 겨냥해 “미국 행정부 소속 어떤 매체가 북한의 무기가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근거 없고 거짓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