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또 수해 보도 한국 언론 원색 비난…통일부 “민심 이반 최소화 의도”

지난 8, 9일 이틀 간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마치고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해 지역 연설을 통해 또 다시 한국 언론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가운데 한국에 또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관련 내용과 배경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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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또 수해 보도 한국 언론 원색 비난…통일부 “민심 이반 최소화 의도”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차 한국 언론의 압록강 유역 수해 관련 보도를 거친 표현을 동원해 비난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지난 8일부터 이틀간 방문해 수재민들을 직접 만나 연설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압록강 유역 수해 복구에 지친 지역 민심을 다독이면서도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한국을 비판하는데 할애했습니다.

지난 8, 9일 이틀 간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은 압록강 유역 수해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한국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 보도”라며 “모략선전”, “엄중한 도발”, “모독” 등으로 규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수해 지역에서 인명 피해자가 발생하는 속에서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를 진행했다는 억지 낭설까지 퍼뜨리고 있다”며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다, 적이 어떤 적인가를 직접 알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대적관을 바로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압록강 유역 수해에 대한 한국 측 보도에 노골적으로 비난에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수재민 구출에 공을 세운 공군 직승비행부대를 축하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지역의 인명 피해가 1천명 또는 1천5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도한다며, 한국이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군 직승비행부대 축하 방문 중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진행자) 김 위원장이 직접 그것도 연이어 한국을 원색 비난한 건 흔치 않은 일 아닌가요?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한국 정부는 이번 수해가 그만큼 심각하고 이로 인한 흉흉한 민심을 외부의 적에게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의 12일 정례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북한이 대규모 수해 피해로 전 사회적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서 비난의 대상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지난 8, 9일 이틀 간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피난민 텐트를 방문해 위로하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재해 복구가 대적투쟁”이라고 강조한 대목을 주목하면서 민족과 통일 지우기 등 새 대남정책으로의 전환이 주민들에게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향후 관련 입법 등을 대비해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남 적대의식 고취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적대적 두 국가 부분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공세적으로 하려면 뭔가 적당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현 시점에 대적 의식을 좀 더 고양시켜야 되거든요. 그 부분을 국가 재난과 연관시켜서 지금 김정은이 직접 어필을 하니까 이건 지극히 비정상적 상황인 거죠.”

수해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 의주군 거주민들이 '대성백화점'의 이름이 새겨진 쇼핑백과 지원용으로 보이는 물품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진행자)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국 언론 보도에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이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대응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그런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앞서 직승비행부대 그리고 이번 의주군 수해현장에서의 김 위원장 연설은 연설을 듣는 이들이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사실들을 오히려 강조한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또 연설 내용이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까지 실린 것은 한국 언론의 보도가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과거와는 달라진 외부 정보에 대한 주민들의 강화된 접근성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해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 의주군 거주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녹취: 홍민 박사] “광범위하진 않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북한 내부로 한국 내 보도 소식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을 상당히 염려하거나 그런 내용들이 북한 내에 확산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 이게 일정 부분 형성돼 있는 게 아닌가 라고 봐요.”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이 또 다시 한국을 향해 이른바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0일 오후부터 11일 새벽까지 살포한 쓰레기 풍선 240여 개가 식별됐고 이 중 10여 개가 한국의 경기 북부지역에 낙하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풍선 내용물은 종이류와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이며, 안전 위해물질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이번 쓰레기 풍선 살포는 올해 들어 11번째로, 지난달 24일 이후 17일 만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날려 보낸 쓰레기 풍선 중 한국에 떨어진 건 몇 개 안되는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한국 군 당국이 식별한 풍선 가운데 한국 지역에 떨어진 건 4% 남짓에 불과합니다.

지난달 24일 당시 쓰레기 풍선 500여 개가 식별되고 한국 지역에서 480여 개가 발견된 것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치입니다.

지난달 21일 한국 파주 길위에 북한이 날려보낸 풍선에서 터져나온 쓰레기가 널려있다.

군 당국은 바람이 한국과는 반대 방향인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부는데도 북한이 억지로 풍선을 부양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한국에 격노를 표하자 북한 당국이 무리하게라도 이에 호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풍선 보내기에 좋은 날씨도 아닌데 굳이 240개나 보냈고 대부분 실패한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과 연결시켜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남쪽에 대해 격노한 상황이기 때문에 밑에선 후속 조치를 취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김 위원장이 직접 명령을 내렸거나 아니면 알아서 충성하기 위해서 인민군들이 전방에 무리하게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진행자) 한국 측은 여전히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진행 중인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군은 북한의 연이은 오물 또는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달 21일부터 최전방의 모든 고정식 확성기를 동시에 트는 방식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병사가 대북확성기를 조작하고 있다. (자료화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거듭된 쓰레기 풍선 살포는 한국 국민들을 지속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 대북 전단 살포 단체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환기시키고 확산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