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열린 국제 무기박람회에 북한 군사대표단이 참가했습니다. 특히 유엔 대북 제재에 올라 있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총책임자가 직접 참석해 북러 두 나라 간 군사 밀착이 한층 노골화하는 양상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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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국제 무기박람회를 개최했다고요. 어떤 행사인가요?
기자)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가 주관하는 국제 첨단무기박람회 또는 국제군사기술포럼 성격이기도 한 ‘군(ARMY) 2024’가 12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됐습니다.
이 행사는 2015년부터 매년 열려 왔는데요, 이번엔 특히 러시아 본토에서 러시아 군과 우크라이나 군의 지상전이 일주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을 포함해 83개 국가 대표단과 120여개 업체들이 참여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막식 영상 연설에서 자국의 첨단 방위산업 성과를 대규모로 전시한다며, “러시아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많은 혁신적인 무기를 보유했고 전장에서 그 효과성이 실증됐으며 설계자, 공학자, 과학자들은 특별군사작전에서 획득한 전투 경험을 고려해 방산 공장에서 계속 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14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 벨라루스, 중국, 인도, 이란 등 4개 우호국이 부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번 행사에 북한 대표단도 참가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참가했는지요?
기자) 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무기박람회에 북한 미사일 개발 총책인 김정식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막식에서 각국 대표단이 푸틴 대통령의 개회사 영상을 지켜보는 가운데 앞줄에 앉아 있는 김 부부장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만해도 이 행사에 모스크바 주재 국방 무관을 보낼 정도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며, 이번 김 부부장의 참가는 북러 방산 협력이 노골화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러시아가 유도미사일 기술에서도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북한도 그런 원천기술을 받아들여서 오늘날의 핵 WMD, 특히 미사일 전력들을 많이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미사일 총책이 실제 러시아에 가서 러시아의 그런 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무기체계들을 확인해서 북러 간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또 러측과 협력한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김 부부장은 북한 미사일 개발의 일등 공신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요 무기 개발 현장을 찾을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수행하는 인물입니다.
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 이른바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관여했고 그 공로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습니다.
그는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2397호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으며 한국, 미국, 유럽연합의 독자 대북 제재 리스트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무시하고 김 부부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한 겁니다.
진행자) 무기박람회는 결국 참가자들 간 무기 거래를 위한 행사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북한 대표단의 이번 박람회에서의 행보도 궁금하군요.
기자) 네, ‘타스’통신은 북한 군사대표단이 로스엘렉트로니카 부스에서 수상함과 해안지휘소, 선박, 잠수함, 항공기의 무선통신을 지원하는 통합통신장비 R-760에 대한 설명을 주의 깊게 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된 관심이 미한에 비해 절대 열세에 놓인 해군과 공군 전력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군사대표단은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러시아 측과 별도 논의를 갖고 동맹 수준의 새 북러 조약 체결을 내세워 러시아 측에 첨단 방공체계 구축 협력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타스’ 통신의 이 보도 내용이 북러 간 방산 협력 분야를 공개하려는 의미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카드로 북러 밀착을 견제하고 있는 한국에 맞선 압박 메시지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러가 진정 협조하고 있다면 이건 절대 공개해선 안되는 정보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러시아 국영통신에서 전달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것들에 이런 것들이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이번 박람회는 80여 개 나라가 참가해 외형상으론 상당히 큰 규모라고 하겠는데요, 러시아가 반서방 진영 논리를 확산하는 그런 자리로 활용하는 움직임은 없었나요?
기자) 네, 참가국들은 대체로 국제무대에서 러시아를 두둔하는 권위주의 국가들과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다수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 행사를 통해 우호국들이 러시아 국방부, 방산기업과 호혜적인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파트너십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발전시킬 준비가 됐다”며, “동등하고 불가분한 안보를 함께 창설하고 새롭고 더 공정한 다극 세계를 구축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개막연설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러시아와 미국 주도 ‘집단 서방’의 무력충돌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러시아가 무기박람회를 한편으론 전쟁 중인 자국의 무역 활로로 삼으면서도 반서방 진영 구축 확대를 노린 선전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서방이 결국 러시아의 핵심 이익을 침탈하고 러시아를 핵심적으로 훼손하려고 한다는 그 명분을 계속 얘기하고 있고 그래서 북한과 함께 신냉전의 진영주의를 계속 구축하려고 하는 그런 레토릭을 한 것은 오래됐죠. 즉 그 연장선상에서 푸틴의 발언이 나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그런 논리로 보면 북한과의 최근 관계 강화는 미러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다른 국가들에게 하나의 선전 사례가 될 수도 있겠군요?
기자) 네 그런 분석도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전황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무한 지지, 무기 지원 그리고 동맹 수준의 조약까지 체결한 북한을 국제무대에서 각별하게 대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현승수 박사는 푸틴 대통령의 이른바 러시아 대전략의 한 축은 유라시아 지역에서의 우방국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북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현승수 박사] “러시아 중심의 세계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자리에 반드시 북한을 초청하고 북한 참여를 독려한다는 것이 결국 러시아 대전략 속에서 북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거거든요. 그 다음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응에 있어서도 북한의 팩터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게 주는 함의가 상당히 크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북러 간 군사 협력 동향을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고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