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속적으로 개성공단 관련 시설을 철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또 다른 건물을 해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한국 회사 부지에 짓던 건물은 번듯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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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또다시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개성공단의 동남쪽 일대를 촬영한 13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는 도로 옆 한 지대가 흙바닥을 드러낸 장면이 보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로 27m, 세로 10m의 3층짜리 건물과 주유소 등에서 볼 수 있는 캐노피 형태의 대형 지붕이 건물 바로 앞에 설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북한이 건물과 캐노피를 모두 철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던 점으로 본다면 이 건물의 철거 시점은 6월에서 8월 초 사이로 추정됩니다.
건물이 자리한 지점은 개성공단의 남쪽 도로와 맞닿아 있습니다.
위치상으론 북한 관리 구역이지만 도로 바로 맞은편엔 개성공단의 한국 공장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물은 일정 거리를 두고 운영돼 온 다른 북한 측 시설보단 개성공단 운영과 더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어떤 이유에서 멀쩡한 건물을 철거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최근 개성공단 내 다른 여러 시설이 해체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주목되는 움직입니다.
앞서 북한은 올해 1월, 지난 2020년 폭파한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잔해를 완전히 정리했으며, 4월엔 개성공단 남측 출입구 바로 옆 가로 40m, 세로 20m 건물을 해체했습니다.
또 5월엔 북측 출입 시설을 철거한 뒤 이보다 크기가 작은 출입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달엔 개성공단 경의선 선로와 연결된 건물 2개가 사라진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이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의 아들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에서 근무했던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13일 VOA에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다른 국가로 규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에서 지어준 건물이라든지, 한국의 문화, 물품이라든지 이런 것을 대대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배제하고 철거하고 없애라는 이런 노동당의 본격적인 지시와 활동이 진행돼서, 그러한 일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개성공단의 변화는 기존 시설을 없애는 데 국한되지 않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6월 촬영된 플래닛랩스의 고화질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이 개성공단의 개성쪽 출입구에서 안쪽, 즉 동쪽으로 약 300m 떨어진 지대에서 가로 50m, 세로 10m 길이의 건물을 신축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건물이 들어선 부지는 한국 ‘동원F&B’ 소유로 알려져 북한이 한국 자산을 무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왔었습니다.
VOA가 최근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지붕이 덮이지 않은 단층이었던 이 건물은 현재 온전한 모습을 갖췄습니다.
위성사진상으로 정확한 층수를 파악할 수 없지만 주변 건물의 그림자 길이 등으로 볼 때 3층 높이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건물 전면 중심부에는 지붕이 튀어나온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통상 공장보단 관리 혹은 행정용 건물에서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실제로 천장이 덮이지 않았던 지난 6월 이 건물에선 작은 방 12개와 큰 방 혹은 공간 6개가 마련된 모습이 확인돼 일반적인 공장과는 다른 성격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개성공단 내 부지에서 건물 신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VOA의 지적에 “보도된 동향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건물의 용도 등 구체적인 사항을 현재로서는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면서도 “향후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불법적 재산권 침해 행위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하고 단호히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