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계속 가동하고 또 다른 핵 시설인 평양 인근 강선 단지를 확장하고 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핵시설 가동과 확장 움직임은 핵무기 생산 역량 확대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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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간 영변 5MW(e) 원자로와 원심분리기 농축시설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들이 포착됐다고 26일 밝혔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음 달 16일부터 20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제68차 IAEA 정기 총회에 앞서 제출한 ‘북한 안전조치 적용’ 보고서에서 “보고 기간 동안 냉각수 배출을 포함한 5MW(e) 실험용 원전의 가동 징후가 계속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IAEA 보고서] “During the reporting period, indications of the operation of the 5MW(e) Experimental Nuclear Power Plant, including the discharge of cooling water, continued to be observed.”
또 영변 경수로의 간헐적인 가동 정황도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경수로의 냉각 시스템에서 지속적으로 강한 배수가 관찰됐다”면서 “지난해 12월 중순 추운 날씨에도 강에서 얼음이 녹고 수증기가 방출되는 것이 관찰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온수가 배출되고 있으며, 경수로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올해 3월 중순부터 약 30일간 경수로 가동이 중단됐고, 4월 중순부터 간헐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AEA 보고서] “From mid-October 2023 until mid-March 2024, the Agency observed an almost continuous strong water outflow from the LWR’s tertiary cooling water system. During a period of cold weather in midDecember 2023, ice melt in the river and steam from the water outflow were observed, indicating that warm water was being discharged and that the LWR had reached criticality. From mid-March 2024, the LWR was shut down for approximately 30 days, and since mid-April 2024, it has operated intermittently.”
“핵 연료 제조 활동 계속”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평산 우라늄 광산과 농축 공장에서 채굴과 제련, 농축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징후와 함께 핵 연료 제조 활동도 계속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폐기된 사불화우라늄 생산 공정 건물의 대대적인 개조 작업이 시작돼 지난 1년 내내 계속됐으며, 지난해 4월에는 공정 장비가 이산화우라늄 생산 공정 건물에서 사불화우라늄 생산 공정 건물로 이전됐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지난해 3월부터 핵연료봉 제조 공장 남쪽에 4개의 새 건물이 건설되는 것이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강선 단지 확장∙∙∙영변 핵 시설과 특성 공유”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북한이 영변 이외에 추가로 만든 핵 시설로 지목된 강선 단지가 확장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강선 단지는 영변 원심 분리기 농축 시설과 인프라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보고 기간 동안 이 단지에서 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징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IAEA 보고서] “a complex of buildings within a security perimeter at Kangson, in the vicinity of Pyongyang, shares infrastructure characteristics with the reported centrifuge enrichment facility at Yongbyon. During the reporting period, there were indications of ongoing activities at this complex.”
그로시 사무총장은 올해 2월 강선 단지 남서쪽에 새 별관 건물 공사가 시작돼 올해 4월 초까지 외부 공사가 완료됐으며 이에 따라 사용 가능한 면적이 확장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5월엔 본관과 인접한 지원 건물을 개조∙증축하는 공사가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여전히 핵실험 지원 준비 돼”
그로시 사무총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위치한 핵실험장은 “여전히 핵실험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3월 초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인근에서는 지난 2018년 5월 부분적으로 철거된 갱도를 다시 열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고, 2022년 5월까지 갱도 굴착 작업이 완료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전 핵실험장 4번 갱도 입구로 가는 도로는 2022년 복구됐고, 지난해 4월에는 작은 지원 구조물이 건설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 보고 기간 중 4번 갱도에서는 유의미한 활동이 관측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 활동은 계속해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경수로 시운전, 핵실험장의 지속적인 정비, 원심분리기 농축 시설과 5MW(e) 원자로의 지속적인 가동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지속과 추가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안전 조치 협정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IAEA와 신속히 협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IAEA 보고서] “The Director General continues to call upon the DPRK to comply fully with its obligations under releva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o cooperate promptly with the Agency in the full and effective implementation of its NPT Safeguards Agreement and to resolve all outstanding issues, especially those that have arisen during the absence of Agency inspectors from the DPRK.”
“북한 핵 역량 고도화∙∙∙생산 역량 향상과 소형화 노려”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매년 생산할 수 있는 핵무기를 늘리기 위해 핵무기 생산단지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IAEA 보고서의 모든 내용은 북한이 핵무기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When you look at the how they're growing their nuclear weapons production complex is that they are growing it so they can increase the amount of nuclear weapons they can make every year. And so yes and everything in the IAEA report it is consistent with that they're growing their capability to make nuclear weapons.”
올브라이트 소장은 영변 경수로가 완전 가동되면 연간 2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핵무기 1개에 플루토늄 2~4kg을 사용할 경우 연간 5~10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연간 적게는 2개, 많게는 6개로 평균 4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데 경수로 가동으로 연간 5~10개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면 연간 생산 역량이 2~3배 증가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무기급 플루토늄은 더 작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 제조가 좀 더 쉬워진다”며, “따라서 영변 경수로가 상징하는 기능은 상당히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도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영변 경수로를 가동할 경우 “이론상 연간 약 15~2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존 5MW 원자로보다 3~4배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생산 능력이 크게 증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You can say maybe it can produce if it runs with the full power some 15~20 kilograms plutonium per a year, just on a theoretical basis. So it is 3~4 times more powerful than the 5MW reactor, so therefore it will produce plutonium 3-4 more times more than the 5MW reactor. So it's a substantial increase in the production of capability.”
IAEA는 각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 IAEA의 핵 안전조치를 이행하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다가 2003년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IAEA는 지난 2009년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로 철수한 이후 북한 핵 시설에 대한 현장 검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