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주비행장 검역시설 철거…전술폭격기 재배치 여부 주목

의주비행장을 촬영한 28일 자 위성사진. 일부 작은 건물을 제외한 모든 시설이 사라졌다. 사진=Planet Labs

북한 의주비행장에 들어섰던 대규모 화물 검역시설이 약 3년 만에 철거됐습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화물이 격리 기간을 거치지 않고 북한 내륙으로 운송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의주비행장을 떠났던 전술폭격기가 재배치될지도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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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의주비행장 검역시설 철거…전술폭격기 재배치 여부 주목

북한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에서 큰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28일 의주비행장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는 활주로를 중심으로 세워진 대형 창고 건물과 주변 부속 건물이 대부분 사라진 장면이 보입니다.

올해 2월 의주비행장의 모습. 건물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화물이 보인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앞서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군용이던 이곳 의주비행장 활주로에 중국에서 열차로 건너온 화물을 격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해 왔습니다.

이곳에는 90m 길이의 창고 건물 10개 동과 이보다 작은 길이의 부속 건물 20여 개가 들어섰으며, 바로 앞 활주로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 더미가 파란색과 하얀색 방수포로 뒤덮인 모습으로 자주 포착됐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위성사진에는 90m 창고 건물이 모두 사라지고, 나머지 건물도 대부분 무너진 듯 빈 공터만 남은 장면이 담긴 것입니다.

현재 의주비행장에는 48m 길이의 부속 건물 3개와 17m 길이의 건물 1개만 남아있습니다. 다만 이곳에 일고 있는 전체적인 변화를 감안할 때 이들 건물 역시 조만간 철거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한국 ‘KBS’ 방송은 지난 12일과 18일 이곳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건물 일부가 철거된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약 열흘 뒤 촬영된 이날 위성사진에선 건물 90% 이상이 사라진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북한은 올해 1월에도 창고 건물 10개 중 2개를 철거한 바 있습니다. 다만 약 두 달 만에 해당 부지에는 이전에 철거된 것과 같은 모양, 크기의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이는 폭설 등으로 훼손된 창고 건물을 무너뜨리고 다시 만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당시와 비교해 철거된 건물의 수가 많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다른 상황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북한이 더 이상 의주비행장을 검역 장소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화물 격리 절차 중단 가능성…군용기 재배치 여부 관심

앞서 VOA는 이곳에 놓인 화물의 움직임을 분석해 북한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개월 동안 화물을 격리한 뒤 이를 북한 내륙으로 운송한다고 전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의주비행장은 물론 의주비행장 인근 기차역에서도 화물을 볼 수 없습니다.

의주비행장에서 더 이상 화물이 격리되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에서 건너온 화물이 북한 내륙으로 바로 운송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의주비행장을 다시 공군 비행장으로 활용할지도 주목됩니다.

2019년 의주비행장에서 출격 대기 중인 일류신(Il)-28 전술폭격기. 사진=Maxar Technologies (via Google Earth)

창고 건물이 들어서기 전까지 의주비행장은 북한 군용기의 출격 대기 장소였습니다.

특히 북한의 전술 폭격기로 알려진 일류신(Il)-28기종 20~30대와 전투기 6대가 머무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곤 했는데, 이들이 다시 돌아올지 주목됩니다.

현재 의주비행장은 활주로와 유도로 주변의 건물이 철거돼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진 상태입니다.

폭우 피해 여파에도 관심

이번 철거가 북한의 ‘검역 중단’이 아닌 이 일대에 내린 폭우 때문인지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7월 말과 8월 초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 일대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곳 수해 현장을 방문해 고무보트를 타거나 자신의 차량으로 물속을 돌아다니는 장면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됐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VOA는 의주와 주변 지역 곳곳에 들어선 대규모 이재민용 천막촌을 확인해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의주비행장의 해체 시점은 7월 말에서 8월 초, 즉 북한이 수해 피해를 입은 때와 겹칩니다.

만약 수해로 인해 북한의 방역 시설이 해체됐다면, 이는 북한의 사회기반 시설이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또다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15일 VOA에 “수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방 구축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북한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ere’s been a huge deficit in investment in DPRK's infrastructure they would need to be able to strengthen the resilience of every community through a number of solutions such as small constructions, along the canals, building banks, etc. But, unfortunately that hasn’t been done for decades.”

이어 “하수 시설이 오래돼 배수가 잘되지 않는 것도 해마다 집중호우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