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로 유실된 주택 부지가 축구장 100개 면적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복구 작업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지만 속도가 매우 더딘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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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북도 의주군과 위화도 일대에서 최근 대규모 수해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달 28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수해 복구 인력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천막촌 모습이 담겼습니다.
파란색과 주황색, 하얀색 등으로 구분되는 이들 천막촌은 수십, 수백 개가 모여 있어 우주에서도 쉽게 식별됩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천막촌은 8월 중순부터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천막촌 주변에선 인위적으로 깨끗하게 정리된 공터가 확인되는데, 수해로 인해 유실된 주택이 철거되면서 생긴 공간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위화도 서쪽 지점에서는 수백 채의 주택이 사라지고 넓은 공터로 변한 모습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사라진 주택 부지 축구장 100개 면적
VOA가 의주군과 위화도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수해 직후까지 주택 등 건물이 남아있다가 최근 공터로 변한 지대는 최소 8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실된 주택 부지의 총면적은 약 67만㎡에 이르며, 이는 국제 규격 축구장 100개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로 인해 수천 채의 주택이 유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의주군과 위화도 일대에서만 이 정도 규모의 피해가 확인된 만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수해가 진정된 지난달 8일까지만 해도 주택 단지가 형성돼 있던 자강도 시중읍의 한 지점은 이달 3일 자 위성사진에선 공터로 변해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지역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면 훨씬 많은 유실지가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유실된 건물을 아직 철거하지 않은 경우까지 더하면 실제 수해 피해 면적은 더 넓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해 피해 심각한 듯...복구 속도도 느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수해로 인한 사망∙실종자 규모를 1천에서 1천500명으로 추산한 한국 언론 보도를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난한 바 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수해가 그만큼 심각하고 이로 인한 흉흉한 민심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북한이 대규모 수해 피해로 전 사회적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서 비난의 대상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현재 대부분의 피해 지역은 주택이 철거되고 공터로 남아 있으며, 새로운 주택이 들어선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수재민들이 정상적인 주거지를 되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수재민들은 한 달 넘게 임시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지원 제안에도 불구하고 자력 복구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영상분석센터장은 앞서 VOA에 북한에서 수해가 매년 반복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정치적인 문제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센터장] “지도자의 체면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 주민들의 굶주림 또 이런 어려움에서 구제해 주는 것이 지도자의 책무이죠.”
미국 국무부도 최근 북한 주민들의 생존과 복지를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