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텔레그램 논란

2016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국제대회에서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의 창립자 겸 CEO가 기조연설 하고 있다. (자료 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프랑스 경찰이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체포했습니다. 텔레그램이 인터넷 범죄에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는 걸 방치했다는 게 문제가 됐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텔레그램을 둘러싼 논란 살펴보겠습니다.

“텔레그램이란?”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은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 두로프와 파벨 두로프 형제가 개발한 플랫폼입니다. 2013년 처음 출시했을 때는 미국 애플사가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 IOS용으로 나왔는데요. 두 달 후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용으로도 출시됐고요. 이후 MS윈도우와 리눅스 등 PC에서도 내려받기가 가능하도록 지원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9억5천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가 있고요. 페이스북, X,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가운데 하나입니다.

텔레그램은 홈페이지에, 텔레그램 개발팀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개발자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들로, 현지의 IT 규제로 러시아를 떠나야 했으며, 베를린, 런던, 싱가포르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 안착을 시도하다가 현재 두바이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텔레그램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영어와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튀르키예어, 페르시아어 등 18개 언어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성장 배경”

텔레그램은 개인정보를 보호받으며 이야기할 권리를 내세우고 익명성 보장을 강조하며 인터넷 사용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메신저 플랫폼은 송신자의 메시지를 서버에 보관하고 이를 수신자에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텔레그램도 일반 대화는 이런 구조인데요. 그런데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은 ‘종단간 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 기술을 구현합니다.

‘종단간 암호화’는 송신자가 단말기에 메시지를 입력하는 순간부터 서버를 거쳐 수신자에게 메시지가 도달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암호화로 진행되는데요. 그러니까 서버가 해킹을 당하거나 혹은 서버 관리자가 메시지를 들여다본다 해도 그 내용을 해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종단간 암호화 기술은 미국 메타의 왓츠앱이나 애플의 i메시지 등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은 또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있는 실명이나 전화번호가 아니라, 개인이 마음대로 사용자 이름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대일 대화는 물론, 무려 20만 명까지 참여 가능한 대화방도 만들 수 있는데요. 여기서 사진과 동영상, 문서, 음원 등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무료라는 점과 오랫동안 광고가 붙지 않았던 점도 장점이라는 게 이용자들의 평가입니다.

“텔레그램, 왜 논란인가”

텔레그램이 자랑하는 익명성 보호와 보안이 오히려 양날의 칼이 되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주고받은 메시지를 흔적 없이 지울 수 있고 서버에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성범죄나 마약 거래 등 불법적인 사업이나 정치적 음모가 오간다 해도 이를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체포된 파벨 두로프 CEO를 포함해 경영진의 거주지나 본사의 정확한 위치 등 제대로 알려진 게 없어 텔레그램의 구체적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정부가 텔레그램에 협조를 요청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파벨 두로프 CEO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을 비롯한 여러 정부가 협조를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자 데이터를 공개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텔레그램이 허용하고 있는 단체 대화방 규모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메신저인 ‘왓츠앱’은 최대 1천 명까지 대화방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반면 텔레그램은 무려 20만 명까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거대한 대화방을 통해 가짜 뉴스나 음모론 같은 게 쉽게 생성되고 유포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건들”

텔레그램의 익명성 보호가 어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불법 활동을 조직하는 사람들의 안전한 은신처,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자들은 지적합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예의 하나는 바로 지난 2020년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가 드러난 사건입니다. 주동자들은 성 착취물 동영상을 만들어 텔레그램의 여러 비밀방을 통해 상당 기간 유통해 왔는데요. 어떤 방에서는 무려 2천 번 이상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텔레그램이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익명성과 보안을 악용한 대표적 범죄 사건의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미국에서는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패배 결과에 반발해 의사당을 습격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당시 습격을 주도한 극우주의자들이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시 익명성과 보안 때문이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2023년 초까지 전체 메신저 트래픽의 최대 80%를 텔레그램이 처리할 만큼 널리 사용돼 왔습니다. 크렘린궁과 외무부, 국방부 등 정부 기관도 당국의 입장이나 정책 등을 발표할 때 텔레그램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데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텔레그램을 주요 통신 수단으로 써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들도 텔레그램 플랫폼을 즐겨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음란물 유포 통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체포된 텔레그램 CEO”

지난 8월 24일,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가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됐습니다. 파벨 두로프 씨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와 프랑스 이중 국적자입니다.

프랑스 검찰은 텔레그램에서 벌어진 미성년자 성 착취물, 마약 거래, 범죄 집단 사기 거래 등과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그를 예비 기소했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두로프 CEO는 500만 유로(554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사법 당국이 공식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출국할 수 없고요. 일주일에 두 번 경찰에 출두해야 합니다.

텔레그램 측은 두로프 CEO 체포 후, 지금의 상황이 신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면서, 자신들의 콘텐츠 관리 수준은 업계 표준에 부합하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현재 유럽연합(EU)도 텔레그램이 디지털서비스법을 위반했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EU 규제 당국은 EU 전체 인구의 10%, 또는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가 4천500만 명 이상의 초대형 플랫폼’의 경우, 불법 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 등의 의무 사항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EU는 텔레그램이 이를 피하기 위해, 사용자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EU내 월간활성이용자수는 4천100만 명입니다.

“러시아의 반응”

러시아 정부는 자국 출신인 두로프 씨 체포 소식에 프랑스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 모든 것이 다시 한 번 프랑스 지도부의 진정한 태도”를 보여준다며, 프랑스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프랑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텔레그램에 있는 정보가 서방에 넘어갈 수 있다며 러시아 보안 당국이 텔레그램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데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한편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의 억만장자 기업인으로 현재 소셜미디어 ‘X’를 보유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씨를 비롯한 일부 유명인과 일부 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주창하며 비난 대열에 가세했는데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두로프 씨 문제는 정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재판관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사법체계에서는 재판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요. 두로프 씨의 거취와 텔레그램의 미래가 어떻게 풀려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자료 사진)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입니다.

영국 정부가 이번 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일부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영국 야권이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심각한 국제법 위반 행위에 영국이 수출한 무기가 사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영국 정부 설명인데요. 보수당 등 야권에서는 그렇다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기길 바라는 것이냐며 키어 스타머 총리 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취임한 지 이제 두 달이 막 지났습니다. 지난 7월 4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스타머 대표는 영국의 새 총리가 됐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올해 만 62세로 1962년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공구 제작자, 어머니는 간호사였는데요. 그의 부모는 노동당 지지자였고, 스타머 총리도 자신의 뿌리가 노동자 계급이라고 종종 말해왔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미 10대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고요. 16세 때 노동당 청년 조직에 가입했습니다. 리즈대학과 옥스포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됐습니다.

이후 약 20년간 인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8년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검찰총장이 돼서 5년간 일했는데요. 이때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의회에 입성한지 5년 만에 노동당 대표가 됐고요. 리시 수낙 당시 총리의 요구로 지난 7월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서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 교체에도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부응하면서,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재설정, 경제 회복 등 스타머 총리 앞에 쉽지 않은 도전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인터넷 메신저 플랫폼 텔레그램을 둘러싼 논란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