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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가자전쟁과 이란


이스라엘 군 탱크가 이스라엘-가자 국경 근처에서 기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 탱크가 이스라엘-가자 국경 근처에서 기동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가자 전쟁이 열 달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카타르 도하에서 15일부터 이틀간 휴전 협상이 진행된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멈출 새로운 방안을 내놨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에 이란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을 짚어봅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란의 부인”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침투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대부분 민간인인 이스라엘인 1천2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약 250명은 인질로 붙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갔습니다.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란은 바로 다음 날, 하마스의 공격과 자국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즉각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하마스의 공격 후 이란과 하마스가 몇 달 전부터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관해 논의했다는 일부 서방 매체의 미확인 보도가 있었는데요.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공격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당시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이 취한 단호한 조치는 불법적인 시온주의 정권이 저지른 70년간의 압제적 점령과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항한 완전히 합법적인 방어 조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란 대표부가 말한 시온주의 정권은 이스라엘 정부를 말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란 대표부는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의 공격이라고 말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등 국제 사회는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마스와 이란 관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란의 최대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이스라엘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마스의 태동 자체가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무장 투쟁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대이스라엘 민중봉기, 이른바 제1차 인티파다가 발발한 1987년 공식 창립됐는데요. 하마스는 또 다른 팔레스타인 정파로 온건 성향의 ‘파타’와는 달리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투쟁 노선을 견지해 왔습니다.

이란은 노골적으로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슬람교의 2대 종파 가운데 하나인 시아파의 맹주인데요.
하마스는 이란과는 종파가 다른 수니파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있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는 이란은 하마스에 자금과 군사 훈련, 무기 등을 제공해 왔고요. 하마스 존립에 이란의 지원은 절대적입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왜 싸우나”

이란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있기 전까지 이란과 이스라엘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였습니다.

놀랍게도 이란은 이스라엘이 독립 국가를 선언한 지 2년 후인 1950년에 이스라엘의 독립을 인정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같은 나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 행보였는데요. 이는 역사적, 언어적, 문화적으로 이란과 아랍국가들은 뿌리부터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비교적 우호적이고 연대적이었던 양국 관계는 그러나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계기로 180도 달라집니다. 이란 혁명 정부는 반미, 반이스라엘을 주창하며 이스라엘의 합법성을 전면 부인했고요. 이스라엘과 외교적, 상업적 관계도 끊었습니다.

이후 양국은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벌이지 않았지만, 공공연히 서로를 적으로 칭하며 수위 높은 갈등과 대립을 이어갔는데요. 이런 가운데 이란은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세력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예멘 후티 반군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무장 세력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소위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습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가자 전쟁이 해를 넘겨도 좀처럼 휴전이나 종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4월 중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습니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당시 이란이 300기 이상의 무인기(드론)와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면서, 하지만 99%를 요격하며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란은 해당 공격이 자위권 차원의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는데요. 4월 초,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을 비롯한 다수의 병사가 숨졌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겁니다. 이란이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면서 중동은 다시 한번 확전의 기로에 놓였는데요. 하지만 당시 이란과 이스라엘이 더 이상 추가 공격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였습니다.

1일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테헤란 대학교에서 진행된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 의장의 장례식에 참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추모기도를 하고 있다.
1일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테헤란 대학교에서 진행된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 의장의 장례식에 참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추모기도를 하고 있다.

“하마스 지도자의 이란 내 죽음”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31일 새벽,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된 사건은 가자 전쟁 해법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스마엘 하니예는 전날 거행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목숨을 잃었는데요. 당시 하니예가 묵었던 숙소 건물에서 폭발이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매체는 하마스와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사전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으며, 원격 조정으로 폭발했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 이란의 안보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이 단거리 발사체로 하니예를 암살했다면서 “시온주의 정권이 이 테러 공격을 수행”했고, “범죄적인 미국 정부가 지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은 이란 영토에서 살해된 하니예의 복수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는데요. 하니예 암살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은 이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녹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Well, of course I've seen the seen the reports (about Hamas leader Ismail Haniyeh) and what I can tell you is this. First, this is something we were not aware of or involved in.”

사건 당시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해당 보도를 봤다면서, 미국 정부는 인지하지도, 연루되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가자지구의 모든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반드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하니예의 죽음은 휴전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또 하나의 단초가 됐습니다.

이란의 무력 개입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확전을 의미하는 건데요. 중동에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확전을 막기 위한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입니다.

중동 정세가 격랑 속에 빠진 가운데 이란의 새 대통령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란의 실질적 권력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입니다. 하지만 이란의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 공식적인 이란의 얼굴입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7월 30일 취임식을 갖고 이란의 제9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전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과의 국경 근처 지역을 방문했다가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습니다.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란 정부는 6월에 보궐 선거를 치렀는데요. 7월 초 결선 투표로 이어진 끝에 온건 개혁파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승리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최종 4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개혁 성향 인물이었는데요. 결선 투표에서 맞대결을 펼친 강경 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이란에서 개혁 성향 대통령이 등장한 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재임한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이후 약 20년 만의 일입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1954년 9월 생으로 올해 69살입니다.
심장 전문의 출신으로 1997년 하타미 대통령 정부에서 보건부 차관으로 임명되며 정계에 진출했습니다. 이후 그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보건의료교육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이래 2024년 대통령이 되기까지 의정 활동을 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개인적인 비극도 겪었습니다. 약 30년 전에 아내와 아들 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건데요. 그는 재혼하지 않고 딸과 다른 두 아들을 홀로 키웠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선거 운동 때 지지자들에게 “나는 내 가족에게 충성했듯이 여러분에게도 충성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씨의 사망으로 이란 사회를 들끓게 했던 히잡 착용 논란과 관련해, 강경 단속에 반대하는 등 비교적 온건한 입장인데요. 하지만,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국가 운영과 권위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또 이란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서방과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길어지고 중동의 역학 구도가 복잡해지면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구상이 과연 추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란 관계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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