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7월 실시된 베네수엘라 대선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야권과 국제 사회 일각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야권 후보로 나섰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씨는 결국 스페인으로 망명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또다시 재현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과 국제 사회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논란의 7월 대선”
베네수엘라는 지난 7월 28일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3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주요 야당 지도자들이 지지한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 간의 경쟁 구도로 펼쳐졌습니다.
원래는 베네수엘라의 유명 야당 정치인인 마리나 코리나 마차도 전 의원이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였는데요. 하지만 마차도 전 의원은 부패와 불법 시위 조장, 미국 정부의 제재 지지 등의 혐의로 입후보 자격이 박탈된 상태였고요. 이에 야권이 마두로 대통령의 대항마로 내세운 인물이 바로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올해 75세의 곤살레스 씨였습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종료 몇 시간 만에 바로 마두로 대통령이 51% 이상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약 97% 집계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약 6천400만 표를 얻으며 51.95%의 득표율로 곤살레스 후보를 이겼다고 발표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에 따르면 곤살레스 후보는 5천300만 표, 약 43% 득표율을 보이는 데 그쳤습니다.
이번 대선 투표 참가율은 약 60%로, 전체 유권자 2천130만 명 가운데 약 1천230만 명이 참가했다는 게 선관위 발표였는데요. 문제는 선관위가 공식 웹사이트에 투표소별로 분류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사이버 공격’ 때문에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에 베네수엘라 야권은 자체 웹사이트를 만들어 독립적인 참관인들이 수집한 자료를 올렸는데요. 야권은 전국 3만여 개 투표소 중 80%에서 투표한 결과를 공개하며, 곤살레스 후보가 70% 넘는 득표율, 번복되기 힘든 압도적 차이로 승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와 선거 당국은 야권이 내놓은 소위 증거들이 위조됐다면서 완전히 헛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계속되는 대선 후유증”
7월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선거 이후 지금까지 적어도 27명이 사망하고 약 20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시위 관련 사망자는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시위와 관련해 2천4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베네수엘라의 무료 변호 단체에 따르면, 정치범으로 분류된 사람은 1천580명 이상 보고됐고, 이 가운데 114명은 어린이들이라고 합니다.
현재 베네수엘라 검찰은 증오 조장, 권위에 대한 저항, 테러리즘 등 광범위한 범죄 혐의로 수백 명을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같은 혐의가 인정되면 중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선거 이후 베네수엘라 당국이 시위자들, 행인, 야권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네수엘라 정부가 비판자들의 여권을 취소해 출국을 막고, 시민들에게 시위자들을 신고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 지역에서 폭력적인 급습 작전을 벌이는 등 인권 탄압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국회는 8월 15일, 마두로 정부에 비정부 기구들을 통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마두로 정부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야권 후보 망명”
논란 많은 베네수엘라 대선의 여파는 결국 마두로 대통령과 겨뤘던 야권 대선 후보 곤살레스 씨의 망명으로 이어졌습니다.
곤살레스 씨는 8일 스페인에 도착했는데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전날(7일) 밤늦게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그의 출국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나라의 정치적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그에게 안전한 경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또 이는 전적으로 그의 단독 결정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곤살레스 씨가 며칠 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망명을 모색한 후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에 앞서 곤살레스 씨에 대해 베네수엘라 사법당국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습니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야권 웹사이트에 대선 개표 결과를 올린 것과 관련해 곤살레스 씨에게 출두 명령을 세 차례 내렸는데요. 곤살레스 씨가 번번이 불응하자 곤살레스 씨를 권력 찬탈, 공문서위조, 법률 위반 사주 등의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고요. 곤살레스 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카라카스에 있는 네덜란드, 스페인 대사관 등 외교 공관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곤살레스 씨는 스페인에 도착한 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국가를 생각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렸고 국가의 운명이 고통과 괴로움의 싸움이 돼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차도 전 의원에 대한 지지를 밝혔는데요.
마차도 전 의원은 베네수엘라 야권은 여전히 곤살레스 씨가 내년 1월 10일 취임 선서를 하고 마두로 대통령을 대신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사회 반응”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에 대한 국제 사회 반응은 엇갈립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라틴아메리카 일부 국가는 전체 투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마두로 정권을 비판하면서 선거 공정성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 전통적인 사회주의 우방국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8월 초 압도적인 증거를 고려할 때 곤살레스 후보가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게 분명하다고 밝히고, 직접 축하 전화도 했습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뜻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투명한 투표 결과를 요구했고요. 칠레,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도 공정한 검증을 촉구하거나 부정 선거라고 비난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양국 관계가 더 발전하길 기대하며,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습니다. 중국도 순조로운 선거와 성공적인 연임을 축하한다고 밝혔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전통적 우방국들인 쿠바와 온두라스, 볼리비아는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며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는 등 국제 사회의 분열상은 베네수엘라 대선을 둘러싸고도 재현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가운데 곤살레스 씨가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사태가 발생하자 국제 사회는 베네수엘라 정국 향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절차 등을 조건으로,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했던 일부 제재를 완화했는데요. 하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모든 대응 조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지금의 상황에서도 곤잘레스 씨는 여전히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희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의 경제 파탄”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가 매장돼 있는 나라입니다. 2023년 기준,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 약 3천30억 배럴로,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17%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베네수엘라는 지난 4년간 무려 여섯 자릿수의 초고도 인플레이션과 함께 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약간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물가는 지나치게 높고, 물건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형편입니다.
가난해지기 힘든 나라가 이렇게 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고 차베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치가 계속되고 국제 유가 폭락에 정부의 석유기업 통제, 지난 2018년 대선을 둘러싼 부정선거 논란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 등으로 경제가 무너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대선 때도 부정 선거 논란 속에 재선됐는데요. 당시 미국을 비롯한 50여 개국이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임시 지도자를 자처한 후안 과이도 당시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했고요. 마두로 정권에 광범위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이러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 파탄, 외교적 고립은 또한 수많은 이주민을 야기했는데요.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무려 770만 명 넘는 사람이 더 나은 삶과 안전을 위해 베네수엘라를 떠났습니다. 이 가운데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나라들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6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유엔난민기구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이 재현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다시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에드문도 곤살레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입니다.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씨는 베네수엘라 대선에 야권 후보로 출마하기 전까지는 일반인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그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극적으로 펼쳐졌습니다.
곤살레스 씨는 1949년 8월 29일 생으로 지난달 75세가 됐습니다. 베네수엘라 중앙대학교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미국에 유학해 아메리칸대학교에서 국제관계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야당이 대선 후보로 내세우기 전까지 평생 외교계에서 일한 베테랑 외교관 출신입니다. 벨기에, 엘살바도르, 미국 등에서 근무한 뒤 알제리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를 지냈습니다. 외교관으로서 그의 마지막 직책은 우고 차베스 정부 시절, 아르헨티나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였습니다.
관직에서 물러난 후, 2013년부터 베네수엘라 야당 정치 연합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그는 야당 지도자들로부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경쟁할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을 권유받았는데요. 곤살레스 씨는 부인의 동의를 비롯한 몇 가지 조건을 내세웠고 야당 지도자들은 이를 수용했습니다.
오랜 외교관 경력으로 단련된 차분한 어조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의 특징은 그동안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이 익숙했던 시끄러운 정치인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는데요.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곤살레스 씨의 이런 모습을 허약하다고 비난하며, 곤살레스 씨가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곤살레스 씨는 품위를 강조하며, 지지자들에게 고함치고 모욕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단합할 때라고 강조하며 대선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와 선거 당국이 그의 패배를 선언하고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서 위기에 처했고요. 결국 그는 일단 스페인으로 망명하는 것으로 자신의 거취를 정했습니다.
스페인에는 그의 딸과 손주들이 살고 있는데요. 그는 스페인에서도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의 미국 망명에 이어, 또다시 유력한 야권 지도자 곤살레스 씨까지 떠나는 상황이 벌어지자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좌절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에드문도 곤살레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