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강도 마을 최소 8곳에 새 주택 단지...대규모 홍수 피해 반증

북한 자강도 시중읍을 촬영한 7일 자 위성사진에서 아파트 단지(사각형 안)를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한 북한 자강도 내 여러 마을에 아파트를 비롯한 새로운 주거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최소 8개 도시와 마을에서 이런 장면이 포착됐는데, 올해 여름 수해가 자강도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입힌 사실이 거듭 확인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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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강도 마을 최소 8곳에 새 주택 단지...대규모 홍수 피해 반증

북한 자강도 시중군의 한 지점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최근 위성사진에 아파트로 추정되는 건물 단지가 보입니다.

장자강과 맞닿은 이 지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최소 4개. 그리고 그 앞으론 주택 혹은 높이가 낮은 건물 여러 개가 세워졌습니다.

또 아파트 단지 바로 옆 부지에도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려는 듯 건물 기초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입니다.

이곳은 지난 7월 말 북한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등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곳입니다.

북한 자강도 시중읍의 지난 8월 4일 모습. 현재 아파트가 들어선 지대에 물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는 주택 단지가 남아있다. 사진=Planet Labs

자강도 마을 8곳에 새 주택 단지 확인

실제로 올해 8월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이곳 주택 단지가 초토화되고, 곳곳에 이재민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천막 단지가 포착됐었습니다.

그런데 약 3개월이 지난 현 시점, 이곳에는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는 것입니다.

전천 2.8 기계공장 인근 마을에서도 산사태 혹은 홍수로 주택이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천 2.8 기계공장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를 생산해 온 핵심 군수 기지로 알려져 있어, 이들 주택에는 미사일 개발 및 운용 인력이 거주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북한이 물에 쓸려간 건물을 새 것으로 대체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자강도 성간읍의 한 지대(사각형 안)에 아파트로 추정되는 단지가 형성됐다. 이전까지 이 지대는 텅 빈 공터였다. 사진=Planet Labs

VOA가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새로운 아파트 등 집단 주거 형태의 단지가 들어선 곳은 자강도에서만 최소 8개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시중군과 전천읍 외에 삼포로동자지구와 초산읍, 성간읍, 강계시, 만포시 등입니다.

VOA가 자강도 마을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새로운 주택 단지를 확인하는 만큼 미처 발견되지 못한 마을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강도 삼포로동자지구의 한 지대(사각형 안)에서 아파트로 추정되는 단지를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자강도 피해 사실 재확인

자강도 곳곳에서 이처럼 아파트 등 새로운 주택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건 올해 여름 홍수 피해가 이 일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 등은 당시 홍수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평안북도의 피해만을 부각했습니다.

자강도 초산읍의 지난 9월 3일(왼쪽)과 11월 7일(오른쪽) 위성사진. 약 두 달 만에 새로운 건물 단지가 들어선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달 처음으로 자강도 수해 복구 현장을 찾기까진 의주군 등 평안북도만 방문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은 당시 수해로 인한 사망∙실종자를 1천에서 1천500명으로 추산한 한국 언론 보도를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난하며,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VOA는 물에 휩쓸린 주택 단지와 대규모 천막단지를 근거로 자강도에도 적지 않은 물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또 한국 통일부도 자강도의 한 마을의 주택 최소 200채가 매몰된 정황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자강도의 피해가 평안북도와 양강도보다 훨씬 더 컸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자강도 여러 지역에 등장한 새 주택 단지가 이런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독 북한에만 홍수 피해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에서 발생한 수해를 ‘인재’로 분석했었습니다.

북한의 황폐한 산림과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이 수해를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압록강을 국경으로 공유하고 있는 중국에선 큰 강의 범람이나 수재민의 대규모 텐트촌, 주택 복구 공사 등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또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영상분석센터장은 VOA에 지난 7월 남북한의 강수량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수해 규모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센터장] “올해 이 폭우는 남쪽에서부터 위로 올라갔고 또 (한국도) 폭우 피해가 있었지만 북한만큼 심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원인이 북한 산림이 황폐해서인데 그래서 북한이 올해 마지막 해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산림복구 전투를 했습니다. 산림은 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문제가 뭐냐 하면 산림이 늘고는 있는데 주로 평양 위주로, 또 대도시 위주로만 산림이 늘고 있는 거죠.”

정 센터장은 이처럼 고르지 못한 북한의 산림 복구 정책을 지적하며 “여전히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 산림이 늘더라도 충분히 자라지 못해서 홍수 저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도 지난 8월 VOA에 “수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방 구축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북한에서는 수십년 동안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