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조선 한 달 넘게 중국 해역서 ‘대기 중’

북한 유조선 철봉산1호가 13일 현재 중국 룽커우항 계선 장소에 머물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중국 항구에 입항한 북한 유조선이 한 달 넘게 ‘부두 정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유조선이 중국으로 향한 것 자체가 꽤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는데, 유류 선적 조차하지 않은 채 장시간 대기 중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조선 철봉산1호가 중국 영해에 진입한 건 지난 9월 28일입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이날 새벽 중국 룽커우항 계선 장소에 도착한 철봉산1호는 이후 약 한 달 반이 지난 11월 13일 현재까지 같은 장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류 선적 예상됐지만 대기 길어져

철봉산1호가 계선 장소에 있다는 것은 룽커우항에 정식 입항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입항 절차를 마친 선박이 일반적으로 계선 장소에서 1~3일 대기 후 부두로 이동하는 점으로 본다면, 현재 철봉산1호의 장시간 대기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룽커우항은 북한 선박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항구로, 광물은 물론 유류를 선적 혹은 하역할 수 있는 부두 수십 개가 있습니다. 계선 장소에서 이들 부두까진 약 13km 떨어져 있습니다.

앞서 VOA는 철봉산1호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유류를 제공하면서 올해 3월 이 한도가 초과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유조선인 철봉산1호가 중국에서 유류를 공급받는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아직까진 중국이 철봉산1호에 유류를 건넬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때 한국 선박제재 권고

철봉산1호가 유엔의 제재 권고 대상 선박이라는 점도 주목됐던 부분입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22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한국 회사가 매각한 북한 유조선 오션스카이호의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션스카이호는 철봉산1호의 옛 이름으로, 모두 동일한 선박입니다.

당시 전문가패널은 한국 선적의 ‘대호 선라이즈’호가 2021년 한국 부산항을 출항한 뒤 몇 주 만에 북한의 ‘룡성 무역회사’로 운송됐고, 이후 오션스카이호로 이름이 변경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한국 유조선이 북한 깃발을 달고 운항한 것 자체가 제재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이후 전문가패널은 약 1년 뒤 발행한 연례보고서에서 오션스카이, 즉 철봉산1호에 대해 제재를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철봉산1호가 룽커우항에서 또 다른 제재 위반 사례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지만, 아직까진 부두 접안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제재 이행 가능성

현재로선 철봉산1호가 부두로 향하지 않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철봉산1호 스스로가 룽커우항 부두로의 입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일 수 있지만, 반대로 중국 항만 당국이 철봉산1호의 입항을 막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또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 항만 당국이 철봉산1호를 억류한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선박 혹은 대북제재를 위반한 선박이 특정국에 나포되거나 억류되면, 해당 선박은 계선 장소에 오랜 시간 대기하게 됩니다.

실제로 올해 3월과 6월 한국 정부로부터 나포된 선박 2척도 부산 인근 해역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며 조사를 받았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철봉산1호의 상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