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권단체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들에게 투항을 권유하는 공개 서한을 썼습니다.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말고 총을 내려놓으라는 내용입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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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로씨아 인민도 꺼리는 전투에 로씨아 군관의 지휘를 받으며 뛰어들어 동무들의 목숨을 헛되이 버리려 하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총을 내려놓고 정의의 편에 서라”
[서한] “Why are you rushing into battles that even the Russian people are avoiding under the command of Russian officers to give up your lives for nothing? It is still not too late. Lay down your weapons and stand on the side of justice. The Ukrainian people have shown magnanimity even to the Russian soldiers who have murdered countless Ukrainians and turned the country into rubbles once they lay down their weapons and expressed contrition, safely protecting them.
한국 내 7개 대북인권단체들이 1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들에게 참전 중단과 투항을 권유하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한글과 영문으로 된 서한에서 “동무들은 조국과 민족을 외세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된 훈련과 배고픔을 견디면서 군인으로 애국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그런데 왜 조국과 민족을 외세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아무 죄 없는 우크라이나 인민을 상대로 총부리를 겨누는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들은 또 우크라이나의 역사, 러시아와의 전쟁 발발과 경과, 그리고 북한군이 이 먼 유럽 전장에까지 파병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산 설고 물 선 타향에서 무주고혼이 될 것인가?”
이어 “러시아군은 압도적인 물량 공세에도 우크라이나 인민의 항전이 계속되자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학살하고, 전쟁과 관계 없는 학교와 병원까지 무차별 폭격하는 만행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가 늘어만 가고 러시아 인민도 명분 없는 침략 전쟁과 전쟁 범죄에 피를 흘리기를 꺼리자, 절박해진 푸틴 대통령이 24년간 방문한 적도 없는 북조선에 도움을 청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북한군이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이 먼 유럽 전장에까지 파병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서한] “As the resistance of the Ukrainian people continue despite the Russian offensive utilizing its massive quantitative superiority, the Russian forces have resorted to repeated atrocities such as massacring Ukrainians and indiscriminately bombing schools and hospitals that have nothing to do with the war. (중략) A desperate President Putin has turned to North Korea, which he has not even visited for 24 years, for help.”
이들은 끝으로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략 전쟁을 위해 산 설고 물 선 타향에서 무주고혼이 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 침략자들을 상대로 모든 것을 바쳐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인민과 함께할 것인지, 주체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며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말고 투항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서한] “Exercise your own judgment in choosing whether to become the lonely spirits without descendants to look after your grave far away from home in alien mountains and waters for Russia’s unjustifiable war of aggression; or to side with the Ukrainian people who are giving up everything against the Russian invaders.”
공개서한 작성에 참여한 단체는 6·25 국군포로가족회, 북한정의연대, 물망초, 노체인, 징검다리, 씽크,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 등 7곳입니다.
이들은 직접 북한군에 서한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내용이 널리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최근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파병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을 비난한 바 있습니다.
북한 인민군 8.15 훈련소 부중대장 출신으로 지난 2006년 탈북한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는 앞서 VOA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자식을 보낸 북한군 어머니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미치는 거죠. 그걸 뭘로 더 말해요? 그 심정은 말로 다 못해요. 집에 앉아서 옆집 간에 방음도 안 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해요. 그래서 북한 엄마들이 울고 싶을 때 산에 올라가서 울어요. 할 수 있는 게 그런 것 밖에 없어요.”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해 현재 육군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대표는 특히 가족들은 당국의 압박에 하소연이나 항의도 하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을 것이라면서, 자식을 명분도 없는 다른 나라의 전쟁에 보낸 부모의 심정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이 처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